[기자수첩]대학-비정규직 상생의 '경희대 모델' 확산되길

기사등록 2017/07/28 14:47:45

【서울=뉴시스】채윤태 기자 = "경희대학교가 2012년부터 고용구조 개선에 대해서 미리 연구용역을 해 5개의 모델을 연구해왔다. 경희대는 준비가 돼 있었다."

 경희대학교 홍보담당자의 발언이 아닌, 청소노동자 측 대표인 백영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경희대 분회장의 평가다. 청소노동자 측뿐만 아니라 대학 측에서도 새로운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상생의 길'을 오랜 기간 준비해왔다는 것이다.

 경희대학교 측과 청소노동자는 지난 2015년부터 희망제작소와 함께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사다리포럼'에 참여하고 청소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논의해왔다. 그렇게 2년 동안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 결과, 지난 1일 경희대는 국내 대학 최초로 청소 노동자를 전원 정규직으로 고용했다. 대학과 노동자가 상생할 수 있는 '경희모델'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이들은 애초 협동조합을 만들어 노동자들이 가입하는 형태의 안을 두고 논의했지만 직접 고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년과 법률적 문제 등을 고려, 산학협력단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를 만들어 고용하는 방식을 결정했다.

 물론 노동자들은 경희모델이 완벽한 모델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노동자들이 요구해온 대로 직접 고용하는 형태가 아닌, 자회사를 만들어 고용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대학 측과 한 테이블에서 수년간 연구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수용했다. 백 분회장은 "노동자도 같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노동자도 자회사는 안 된다고 고집 부리지 않고 '한 번 해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경희모델'의 진정한 결실은 자회사를 통해 청소노동자들을 정규직 채용했다는 것이 아니다. 한쪽이 받아들이지 못하면 결렬되는 공회전을 멈췄다는 것이다. 2015년부터 머리를 맞대고 연구해온 경희대와 청소노동자들은 소통을 통한 신뢰와 공동체 의식을 발판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

 카이스트, 덕성여대, 광운대, 이화여대 등이 최근 시급 인상을 결정했다. 그러나 아직도 고려대, 서강대, 연세대, 홍익대 등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점거농성이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정진영 경희대학교 대외협력부총장은 지난 2015년 첫 번째 '사다리포럼'에서 "이 일이 사회에 작게나마 파장을 일으킬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의 말처럼 대학가에 '경희모델' 바람이 불어 '고려모델', '연세모델', '서강모델', '홍익모델' 등 새로운 상생의 모델이 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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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대학-비정규직 상생의 '경희대 모델' 확산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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