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의 더블데이트] 서영희·김영진 "첫 오페라 작업 설레요"

기사등록 2017/07/21 09:10:00

최종수정 2017/11/14 11:24:24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국립오페라단 야외오페라 '동백꽃 아가씨'에서 소품과 스타일링을 담당한 서영희(오른쪽) 스타일리스트와 의상을 담당한 김영진 한복디자이너가 18일 서울 한남동 차이킴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7.20.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국립오페라단 야외오페라 '동백꽃 아가씨'에서 소품과 스타일링을 담당한 서영희(오른쪽) 스타일리스트와 의상을 담당한 김영진 한복디자이너가 18일 서울 한남동 차이킴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7.20.  [email protected]

■국립오페라단 '동백꽃아가씨' 8월 공연
한복 제작 소품 맡아 "공연 함께 작업 처음"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정구호 선생님을 보면서 이제 '디자이너의 시대'가 왔다는 걸 느꼈어요. 세상이 바뀌었구나라는 생각과 동시에 정말 책임감이 들었죠."(한복 디자이너 김영진)

"정구호 감독님이 방패막이가 돼 주세요. 호호. 비주얼에 대한 이해가 많은 분이라 하고 싶은 제안을 의도대로 받아주시죠."(스타일리스트 서영희)

국립오페라단이 오는 8월 25~26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성공을 기원해 마련하는 특별 야외오페라 '동백꽃 아가씨'(La Traviata)의 총감독을 맡아 오페라 연출가로 데뷔하는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52)가 양 날개를 달았다.

패션 큐레이팅의 선구자인 1세대 스타일리스트 서영희(56)와 한복의 패션화를 이끈 한복 브랜드 '차이킴'의 디자이너인 김영진(46) 대표다.

두 사람은 '동백꽃아가씨'에서 각각 한복 제작과 소품을 맡아 정 총감독에게 힘을 보탠다.

알렉상드르 뒤마 2세(1824~1895)의 소설 '동백꽃 여인'이 토대인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 한국적 색채를 입힌 작품으로 음악과 노래는 이미 검증이 됐다.

18세기 프랑스 귀족문화를 동시대인 조선 영·정조시대의 양반문화로 재해석해 배경과 무대가 화두인데, 패션계 거물인 정·서·김의 3각 편대로 비주얼 역시 큰 기대를 모은다. 의상과 소품이 빛을 바랄 수밖에 없는 대형 야외무대임에도 걱정이 덜하다.

최근 한남동 '차이 김영진'에서 만난 서영희와 김영진은 정 총감독만 믿고 있다면서도 첫 오페라 작업에 설레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국립오페라단 야외오페라 '동백꽃 아가씨'에서 소품과 스타일링을 담당한 서영희(오른쪽) 스타일리스트와 의상을 담당한 김영진 한복디자이너가 18일 서울 한남동 차이킴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7.20.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국립오페라단 야외오페라 '동백꽃 아가씨'에서 소품과 스타일링을 담당한 서영희(오른쪽) 스타일리스트와 의상을 담당한 김영진 한복디자이너가 18일 서울 한남동 차이킴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7.20.  [email protected]
특히 이성적이고 지적인 큐레이팅과 기획의 서영희와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디자인의 김영진은 서로 너무 달라 오히려 찰떡궁합이다.

절친한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2000년대 초반 김영진이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에서 근무할 때부터였다. 이후 패션계에서 여러 차례 일을 함께 했다. 하지만 공연에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영진은 이미 지난해 화제작이었던 신시컴퍼니의 연극 '햄릿'(연출 손진책), 이자람의 판소리 '이방인의 노래' 등에서 의상을 작업하는 등 공연계에서 이미 존재감을 확인했다.

서영희는 이번에 처음 공연 작업에 발을 들였지만 김영희는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김영진은 "제가 만든 의상이 무대에서 단정하게 보일 수 있도록 서 선생님이 절제를 해주세요"라면서 "스스로는 제어가 어려운데 정 감독님과 함께 서 선생님이 계시니 든든하다"고 했다.

"이제 의상이나 소품을 보여주는 시대잖아요. 공연예술뿐만 아니라 영화도 그렇죠. 지금 같은 분위기에 정 감독님이나 서 선생님의 감각이 크게 도움이 되죠."(김영진)

김영진의 말처럼 지난해 1세대 패션 거장 진태옥(84)이 연극 '메디아'를 통해 처음 무대 작업에 참여하는 등 패션계 거물들의 공연 참여가 점차 도드라지고 있다. 하지만 그 흐름 속에서도 비주얼적인 조언을 해주는 서영희 같은 스타일리스트가 함께 작업하는 자체가 드문 경우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국립오페라단 야외오페라 '동백꽃 아가씨'에서 소품과 스타일링을 담당한 서영희(오른쪽) 스타일리스트와 의상을 담당한 김영진 한복디자이너가 18일 서울 한남동 차이킴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7.20.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국립오페라단 야외오페라 '동백꽃 아가씨'에서 소품과 스타일링을 담당한 서영희(오른쪽) 스타일리스트와 의상을 담당한 김영진 한복디자이너가 18일 서울 한남동 차이킴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7.20.  [email protected]
서영희는 "입고 있는 옷만으로 캐릭터 성격에 대한 설명이 힘들 때는 예를 들어 꽃 장식 등 포인트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영진은 "선생님이 일종의 방점을 찍는 것"이라고 흡족해했다.
 
서영희는 18세기 귀족 문화를 영정조시대로 옮긴 이번 작품에서 가장 고민을 하는 부분으로, 원작의 2막 2장에서 알프레도가 비올레타의 얼굴에 묵직한 돈다발을 던지는 장면을 꼽았다.

"영정조 시대의 돈다발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 지 고민이에요. 어느 오페라단에서 '라트라비아타'를 하든 드라마틱한 클라이맥스의 정점을 찍는 부분이라서요. 작은 디테일이 작품의 전체 완성도를 결정하죠."

단정하면서도 고혹적인 의상으로 색다른 작업을 보여줄 김영진은 본래 연극 배우 출신으로 무대에 대한 이해가 높다. 20대 때 무려 이윤택 예술감독이 이끄는 극단 연희단거리패에서 배우 조영진과 2인극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녀는 "연극을 통해 삶의 죽음과 기쁨의 아이러니를 맛 봤다"고 웃었다.
 
서영희는 인문학에 관심이 많다. 그녀는 "모든 디자인은 그 대상인 사람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예컨대 지난해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진행된 거장 패션 디자이너 한혜자(72) 회고전에서 패션의 영역을 넘어선 아티스트 한혜자를 떠올리며 전시의 프레임을 녹슨 쇠로 설정한 것도 그런 판단의 연장선상이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국립오페라단 야외오페라 '동백꽃 아가씨'에서 소품과 스타일링을 담당한 서영희 스타일리스트가 18일 서울 한남동 차이킴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7.07.20.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국립오페라단 야외오페라 '동백꽃 아가씨'에서 소품과 스타일링을 담당한 서영희 스타일리스트가 18일 서울 한남동 차이킴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7.07.20. [email protected]

"이번 오페라에서 노래는 원곡(이탈리아어) 그대로인데 옷은 한복이죠. 그러면 거리감이 없어야 해요. 이를 위햐서 지금 세대에게 말을 걸 수 있어야 하고 그런 맥락에서 옷과 소품을 정해야죠."

자신의 분야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창작자들이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은 무엇일까. 정 총감독 역시 국립무용단과 작업한 '단' '묵향' '향연'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옳은 비주얼로 결국 정답에 가까운 공연을 이끌어냈다.
 
서영희는 "눈과 발길을 잡아끌어 멈추게 해야죠. 휙 지나가도 한번쯤 돌아볼 수 있는 것"이라면서 "누가 만든 것인지 몰라도 작품 자체만으로도 끌리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영진은 제주에 있는 사진작가 김영갑의 갤러리를 떠올리며 "제주의 모든 풍경을 학교 운동장에 그대로 옮겨놓았어요. 그처럼 이야기가 함축된 대상의 서브텍스트가 있어야 하죠. 그 사람만이 바라볼 수 있는 독특한 바라보는 세계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국립오페라단 야외오페라 '동백꽃 아가씨'에서 의상을 담당한 김영진 한복디자이너가 18일 서울 한남동 차이킴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7.07.20.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국립오페라단 야외오페라 '동백꽃 아가씨'에서 의상을 담당한 김영진 한복디자이너가 18일 서울 한남동 차이킴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7.07.20.  [email protected]
이번에 '동백꽃 아가씨'를 작업하면서 좋은 오페라에 대한 눈과 귀도 열리고 있다.
 
서영희는 "요즘 오페라들의 서곡과 아리아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면서 "하나의 오페라가 시각에 따라 여러 버전으로 나오는 것도 흥미로워요. '라 트라비아타'의 다양한 버전을 모두 챙겨보고 있는데, 오페라에 대한 편견이 계속 깨지고 있고 앞으로도 깨졌으면 한다"고 바랐다.

김영진은 "독일에서 성악가들이 칵테일 드레스를 입고 출연하는 오페라를 본 적이 있는데 신선했다"면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오페라를 즐길 수 있게 하는 연출이 나오면, 더 많은 분들이 더 접할 수 있을 거 같다"고 했다. "서 선생님하고 이번 작업을 하면서 오페라가 더 좋아져서 아리아도 외우기도 했어요. 처음은 '진주조개잡이요.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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