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후보' 오세인 광주고검장 사의···"검찰, 위기다"

기사등록 2017/07/17 18:11:56

검찰 내부망에 사퇴의사와 함께 글 올려
"검찰 전통, 신뢰 부재 속에 급격히 와해"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제42대 검찰총장 후보군 중 한 명이었던 오세인(52·사법연수원 18기) 광주고검장이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오 고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에 '이제 검찰을 떠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검찰을 떠나고자 한다"며 "무거운 짐을 맡겨 놓고 떠나는 듯해 마음이 많이 아프고 무겁다"고 밝혔다.

 오 고검장은 첨부 글을 통해 '검찰 위기'와 관련된 본인 생각도 전했다.

 그는 "그 동안 많은 과오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존립을 보장받았던 것은 경쟁 없는 업무환경 덕분"이라며 "만약 검찰이 시장에서 동등한 기능을 수행하는 다수의 경쟁자를 가진 사기업이었다면 벌써 존립의 기반을 잃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쟁자가 등장하기 전에 보다 높은 품질의 사법서비스를 제공해 그 수요자인 국민의 신뢰를 확보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상태에서 급기야 경쟁조직의 설립이 거론되는 상황"이라며 "우리가 쌓아온 전통과 공업이 신뢰의 부재 속에 급속히 와해되고 있다는 것, 이것이 위기의 본질"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지난 시기에 문제됐던 사건들을 공론의 장으로 가져와서 무엇이, 어떻게, 왜 잘못됐는지를 국민의 시각으로 재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잘못이 발견되면 시정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근거 없는 오해를 받은 것이라면 국민들께 설명하고 그 오해를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 고검장은 "특히 검사는 인사에서 이유 없는 불이익을 받으면 직업적 긍지에 큰 상처를 받고 왜곡된 결정의 유혹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며 검찰인사의 탈정치화와 객관성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당하고 떳떳하게 사건을 처리한 것이라면 어떤 경우에도 인사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 그것이 우리 검찰의 선차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제봉 고경명 선생의 '마상격문(馬上檄文)' 중 '옳은 도리로 패하는 자는 망하지 않는다(善敗不亡)'는 구절을 인용하며 "우리 역시 옳은 도리와 정의가 요구하는 바른 길을 걷는다면 반드시 이 난관을 이겨내고 다시 굳건히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의 말도 전했다.

 오 고검장은 강원 양양 출신으로 강릉고와 서울법대를 졸업했다. 대검 범죄정보1담당관,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 대검 대변인, 대검 기획조정부장, 서울남부지검장 등을 거쳤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제42대 검찰총장 후보자로 추천받았지만, 동기인 문무일(56·18기) 부산고검장이 낙점됨으로써 최종 후보자에 오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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