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학부모들이 몇 주 전 부터 예고된 파업에 대비해 큰 혼란은 없었다. 하지만 학생들이 도시락이나 빵·우유로 끼니를 때워야 한 탓에 학부모들의 불만이 상당수 제기됐다.
서초구 우솔초등학교는 사흘 전인 26일 '학교 급식이 29~30일 이틀간 중단된다'는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수학여행을 간 6학년을 제외하고 1~5학년생은 도시락을 싸와야 했다.
등교길 학생들의 고사리 같은 손에는 어김없이 도시락 가방이 들려져 있었다. 수업 시작 후 뒤늦게 도시락을 직접 들고 온 학부모도 눈에 띄었다.
오전 11시가 조금 지나 도시락을 챙겨 온 이모(38·여)씨는 "아들이 평소에는 11시30분께 급식을 먹는데 오늘은 급식이 없다. 지각할까봐 먼저 등교시키고 도시락을 쌌다"며 "전업주부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는 급식실이 한꺼번에 붐비는 것을 막기 위해 학년별 점심 시간을 달리 정해놓고 있다. 2~4학년은 오전 11시30분부터 낮 12시20분까지, 1학년과 5~6학년은 낮 12시10분부터 오후 1시까지다.
우솔초교 행정실 관계자는 "파업이 있을 내일(30일)까지는 급식실 운영이 안돼 점심 시간 구분도 필요 없게 됐다"면서 "도시락 지참을 미리 안내해 큰 불편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성동구 광희중학교의 이날 원래 급식 메뉴는 차수수밥과 샤브샤브국에 파인애플함박스테이크·노각무침·피즈사각전병·배추겉절이 반찬이었다.
이 학교 1학년생 자녀를 둔 김모(여)씨는 초교 2학생이던 2012년 11월 급식 조리원 파업을 떠올리며 "과거에나 지금이나 비정규직 조리원의 처우를 개선해야 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방식이 잘못됐다. 아이들이 피해를 봐선 안된다"며 "이번엔 도시락을 쌌더니 점심 안 먹는다며 가져가질 않더라.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서울의 한 초등학교 3학년생과 1학년생 딸을 둔 최모(여·43)씨는 "김밥 싸서 등교시켰다. 날이 더워 상할까봐 걱정된다"면서 "막내 아이 도시락통은 어제 새로 샀다. 멋 모르는 애들은 소풍가는 것 마냥 즐거워했지만 엄마들은 힘이 든다.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합리적인 파업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가입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급식 차질에 불편과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많이 올라왔다.
부천 엄마들의 모임 카페 '애솔나무'의 아이디 real*****는 "조리사 분들 일하기 힘든 거 알지만 이해가 안된다. 결국 피해는 학생들한테 간다"고 적었다.
카페 '세종맘 모여라'의 아이디 kell*****는 "급식 파업 꼭 해야만 하는 걸까요. 왜 아이들을 볼모로. 일하는 워킹맘은 심란하기만 하다"는 글을 올렸다. 또다른 아이디 지*는 "파업도 권리임을 알지만 학생들도 학교에서 급식 먹을 권리가 있다. 전업 맘처럼 점심시간에 맞춰 도시락을 가지고 가지 못하는 직장맘인 저는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썼다.
이중 34곳이 급식을 빵과 우유 등으로 대체했고 19곳은 도시락을 지참하도록 했다. 학생들이 가정에서 점심을 해결하도록 단축수업을 시행한 곳은 12곳이었다.
유치원(209곳)과 특수학교(8곳)는 급식을 중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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