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소프트 브렉시트' 전환하나···英 여야, 비밀리 논의도

기사등록 2017/06/13 10:31:35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영국 정부의 '하드 브렉시트'(유럽연합(EU) 단일시장· 관세동맹 탈퇴) 기조가 '소프트 브렉시트'(EU 단일시장 잔류)로 결국 전환될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테리사 메이 총리가 조기 총선 실패를 인정한 가운데 보수당과 노동당 고위 관계자들이 비밀리에 소프트 브렉시트 추진을 공동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 보수당·노동당, 비밀리 '소프트 브렉시트' 논의

 일간 텔레그래프는 12일(현지시간) 집권 보수당의 고위 관료들이 노동당 의원들과 만나 소프트 브렉시트를 초당파적으로 지지하는 방안을 비밀리에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메이 내각의 일부 고위급 관료들이 이민 통제, 단일시장·관세동맹 탈퇴 문제와 관련해 어떻게하면 메이 총리의 양보를 이끌어 낼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내각 인사와 노동당 의원들은 보수당 주도가 아니라 정당들 간 합의를 바탕으로 질서있는 EU 탈퇴를 진행할 수 있도록 '초당파적' 브렉시트 위원회를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보수당은 작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EU 잔류를 지지했지만, 메이 총리가 투표 결과를 받들어 브렉시트를 강행하겠다고 천명하자 그의 협상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힘을 실어줬다.

 메이 총리는 이에 '절반의 탈퇴'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하드 브렉시트'를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EU를 향해서는 "'배드 딜'보다 '노 딜'이 낫다는 강경한 자세를 취했지만 총선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런던=AP/뉴시스】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2일(현지시간) 총선 이후 첫 내각 회의를 진행하고 길을 나서고 있다. 2017.6.13.
【런던=AP/뉴시스】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2일(현지시간) 총선 이후 첫 내각 회의를 진행하고 길을 나서고 있다. 2017.6.13.
◇ 메이, 총선 실패 사과···브렉시트 공감대 필요성 인정

 메이 총리의 요청으로 실시된 지난 8일 조기 총선에서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상실하자 분위기도 달라졌다. 보수당 내 친 EU파 의원들이 다시 목소리를 내며 '소프트 브렉시트'를 압박하고 나섰다.

 노동당은 국민 투표 결과를 존중해 EU를 떠나도 단일시장에 잔류하는 '소프트 브렉시트'를 추구한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자유민주당(LD) 등 여타 주요 야당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메이 총리 역시 보수당과 노동당 일각에서 은밀하게 진행돼 온 소프트 브렉시트 추진 움직임을 인지했지만 이를 막기 위한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알려졌다.

 메이는 자신의 조기 총선 승부수가 실패로 돌아갔음을 인정했다. 그는 12일 보수당 원로모임인 '1922 위원회'에 출석해 "내가 혼란을 자초했다. 어떻게든 우리가 여기서 빠져나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보수당 의원은 메이가 과반 의석을 잃은 사태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며 "진심으로 깊이 뉘우쳤지만 무릎을 꿇진 않았다"고 당시 무거운 분위기를 전했다.

 메이는 브렉시트 방향에 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점도 받아들였다. 한 관계자는 "총리는 자신에게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브렉시트에 관해 당내 모든 파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벨파스트=AP/뉴시스】영국 북아일랜드정당 민주연합당(DUP)의 알린 포스터 대표(왼쪽)가 12일(현지시간) 벨파스트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17.6.13.
【벨파스트=AP/뉴시스】영국 북아일랜드정당 민주연합당(DUP)의 알린 포스터 대표(왼쪽)가 12일(현지시간) 벨파스트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17.6.13.
◇ 유일한 연정파트너 DUP도 하드 브렉시트 반대

 보수당이 연립정부 파트너로 선택한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도 협상 방향의 변수로 떠올랐다. DUP는 영국 통합과 EU 탈퇴를 지지하지만, 아일랜드와의 국경 문제로 인해 하드 브렉시트를 반대한다.

 알린 포스터 DUP 대표는 브렉시트를 추진하되 아일랜드와 지정학적으로 얽혀있는 북아일랜드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아일랜드 역시 북아일랜드와의 국경 통제 강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일랜드는 EU 회원국, 북아일랜드는 영국의 일부지만 서로 간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하드 브렉시트가 실현될 경우 양측이 역사 분쟁 종식을 위해 1998년 체결한 평화 협정마저 훼손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메이 총리는 13일 런던에서 포스터 대표를 만나 연정 구성을 논의할 예정이다. 총선에서 총 318석을 얻은 보수당이 여타 야당들의 비협조 속에 과반(326석) 정부를 꾸리려면 DUP(10석)의 도움이 절실하다.

 메이 총리는 연정 합의가 난항에 빠질 경우 DUP와 일부 정책에 대한 조건부 지지 만을 합의한 뒤 보수당 소수정부를 출범하는 방향도 고심 중이라고 알려졌다. 이 경우 보수당의 의회장악력은 크게 약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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