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사드 진상조사' 지시…적폐청산 고삐 '바짝'

기사등록 2017/05/30 17:25:31

軍 보고누락 '괘씸죄'…진상조사로 정당성 명분 쌓기
 국회 비준과 대미 협상용 사전 정지작업
 4대강 이어 보수정권 흔적 지우기도 계속

【서울=뉴시스】김태규 안채원 위용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몰래 반입 후 보관 중이던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와 관련해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은 그간 보여왔던 보수정권에 대한 적폐청산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 지시를 통해 적폐청산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또 후보시절부터 사드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해 온 문 대통령이 국방부의 보고 누락을 명분삼아 향후 국회 재논의 과정에서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드러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미 배치가 완료 돼 운용 중인 사드 발사대 2기 외에도 4기가 추가 반입된 것과 관련해 반입 경위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조사할 것을 조국 민정수석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지시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사드 배치는 군사적 효용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밀어붙였던 대표적인 정책사업 중 하나다. 당초 박근혜 정부는 사드배치와 관련해 '3No(요청·협의·결정 없음)' 정책으로 일관했다가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2016년 1월 갑작스럽게 도입을 결정했다.

 박근혜 정부 아래 국방부는 군 안팎에서 제기된 종심(縱心)이 짧은 한반도 지형에 적합하지 않다는 효용성 논란과 민간 중심으로 제기된 사드 레이더의 유해성 논란을 뒤로한 채 사드배치를 강행했다.

 올해 연말 배치 완료를 목표로 했다가 조기 대선국면이 발생하자 한미 국방장관은 배치합의를 되돌릴 수 없도록 대선 전에 배치를 완료한다는 '알박기 합의'를 시도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 한미는 대선 14일 전인 4월26일 사드 발사대 2기를 포함한 핵심장비를 경북 성주의 사드부지 안으로 기습 반입한 뒤 정상 운용에 들어갔다. 부산을 통해 추가로 반입된 사드 발사대 4기는 다시 경북 칠곡 왜관의 미군기지인 캠프캐럴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방부가 약속했던 환경영향평가는 미군이 사드포대의 설계를 넘겨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치가 완료된지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의 문제 인식도 여기에 닿아있다. 사드 배치 시점이 갑자기 앞당겨진 부분이 석연치 않고,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의 절차적 정당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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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울러 국방부는 새 정부가 출범한지 3주가 지난 시점까지도 이러한 석연찮은 점들에 대해 설명이 없었던 이면에는 고의로 은폐를 시도하려했던 것이 아니겠느냐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 과정을 들여다보고 바로잡겠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은 어떤 경위로 발사대 4기가 추가 반입된 것인지, 반입은 누가 결정한 것인지, 왜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고 새 정부에도 지금까지 보고를 누락한 것인지 등을 진상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발사대 4기의 반입사실을 비공개한 이유가 사드 부지에 대한 전략적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기 위한 것 아닌가 하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움직임은 오래 전부터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사드 배치는 절차적 정당성을 담보하기 위해 국회 비준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문 대통령은 올해 1월 발간된 자신의 대담집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한미간 합의 자체가 대단히 성급하고 졸속으로 이뤄졌다"며 "그렇게 합의를 하기 전에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사회적인 공론화가 이뤄졌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사드배치는 우선 무엇보다 과정과 절차가 필요한데, 박근혜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이런 문제는 국회의 비준동의가 필요한 만큼 국회에서 충분히 검토해서 결정했어야 할 일"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이날 진상파악을 지시한 것은 이미 배치된 사드의 완전 철수를 염두에 둔 것이라기 보다는 정치적 명분을 쌓기용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사드배치 문제를 국회로 끌어들이기 위해 필요한 수순을 미리 밟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 한미간 이뤄진 외교적 합의를 한 번에 뒤집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우선적으로 절차적 정당성 훼손 논리로 사드에 대한 반대 여론을 조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6월말 한미 정상회담 때 대미(對美) 설득의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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