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없이 시작한 국무회의 박수로 끝나

기사등록 2017/05/26 18:33:30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26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 간담회가 열린 청와대 인왕실에서 국무위원들이 문 대통령의 인사말에 박수치고있다. 2017.05.26.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26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 간담회가 열린 청와대 인왕실에서 국무위원들이 문 대통령의 인사말에 박수치고있다. 2017.05.26.  [email protected]
文대통령과 朴정부 국무위원 허심탄회 토크
 모임 초반 어색했지만 박수와 함께 마무리

【서울=뉴시스】장윤희 기자 = 26일 문재인 대통령과 박근혜 전 정부 국무위원들의 첫 상견례는 박수 없이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큰 박수 속에 끝났다. 양측의 만남은 초반에는 어색했지만 오찬은 예정보다 40분 넘게 길어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마쳤다.

 새 정부 장차관 인선을 앞둔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국무위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청와대가 밝힌 회동 키워드는 '격려와 경청'이었다. 문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을 한 자리에 불러모은 것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6일과 23일 국무회의가 열리기는 했지만 모두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였다.

 문재인 정부는 박 전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이란 특수한 상황에서 선거 이튿날 출범했다. 이 때문에 개각이 완성되지 않은 채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국무위원과 한두 달가량 일을 해야 하는 어정쩡한 상황이다.

 비록 새 정부와 국정철학을 달리 하는 인사들이기는 문재인 정부의 첫 내각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회동 모두 발언을 통해 "제일 먼저 만나야 할 분들인데 인수위 없이 시작하다보니 경황이 없어 늦어졌다"며 "어려운 시기에 국정공백과 혼란, 심지어는 국정이 마비될 수 있었던 어려운 시기에 국정을 위해 고생하신 것에 감사를 표하고 싶어 오늘 모셨다"고 오찬 배경을 설명했다.

 오찬 초반은 딱딱하고 서먹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오찬 장소에 들어왔을 때 국무위원들이 예는 갖췄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의 관례에 따라 박수는 치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다른 정부 시절에는 오찬 모임에 대통령이 처음 들어오면 박수를 치는데 전 정부 때는 그러지 않았다고 한다"면서 "그런데 오찬 모임이 끝나고 문 대통령이 퇴장할 때 참석자들이 자발적으로 박수를 보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상견례의 하이라이트는 '직언(直言)' 순서였다. 문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각 부처의 상황과 현 정부에 바라는 점 등을 한명씩 돌아가며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국무위원들은 각자 발언을 한 뒤 대통령과도 한데 섞여 토론을 벌였다.

 초반에는 어색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토론 열기가 뜨거워지고 대화도 많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 정부 때는 오프라인에서 대통령과 국무위원이 토론하는 기회가 거의 없었을 것"이라며 "오늘 오찬 분위기는 매우 고무적이었다. 국무위원들도 평소 하고 싶던 말을 서슴없이 털어놓더라"고 귀띔했다. 

 특히 홍용표 통일부장관의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홍 장관은 대북 정책을 두고 현 정부와 결이 가장 다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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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국무위원들과 오찬 간담회가 열린 청와대 인왕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7.05.26.  [email protected]
 이날 홍 장관은 "북한과의 민간교류 관리가 중요한데, 내가 학자일 때는 분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현직에 와보니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민간교류 기준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통일준비위원회와 관련해 비판도 많았지만 시스템의 구축이란 성과도 있었으니, 연속성 차원에서 이를 주목해주면 좋겠다"고 문 대통령에게 허심탄회하게 제안해 주목받았다.

 세월호 사건 등으로 진통을 겪었던 국민안전처의 박인용 장관도 목소리를 냈다. 그는 "국민안전처 출범 2년 반을 살펴보니 동맥과 정맥은 있는데 실핏줄이 없다는 느낌"이라며 "그동안 법과 시행령을 만들어 실핏줄이 생성되고 있으나 전문가 부족이 문제"라고 기존에 시행되고 있는 전문가 육성 시스템이 현 정부에서도 이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장관은 "대한민국 재난안전 시스템은 시스템에 대한 정책은 없고 대책만 있는 것이 문제이니 이 점을 주목해 주시라"고 사후약방문식 대책 마련보다 거시적 안목으로 위기를 관리하는 정책이 중요함을 언급했다.

 전 정부 국정 철학이었던 '창조경제'의 핵심 미래창조과학부 최양희 장관도 4차산업혁명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최근의 수출 호조는 반도체 등 IT산업의 몇 가지 경쟁력에 힘입은 바 크지만 다양성과 역동성의 부족이 문제다. 이 다양성은 국민 개개인의 창의성에 기반한 좋은 기업의 창업으로 극복할 수 있고, 경제의 선순환을 가져오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좋은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반이 되는 과학기술 투자를 확대하고, 기존의 산업도 4차 산업혁명화하고, 관련법과 제도의 정비가 중요하다"고 건의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식품 분야는 다른 분야에 비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판단들이 있는데 이 때문에 정권 자체를 흔들만한 사고로 이어진 전례들이 많다"며 "이 분야는 약자의 산업이며 정서적으로 예민한 분야이므로 중요하게 생각해주기 바란다"고 쌀수급 문제 등 현안을 언급하며 농식품 분야의 관심과 지지를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의 이야기를 들은 뒤 "우리가 박근혜 정부 전체를 어떻게 평가하든 각 부처의 노력들을 연속성 차원에서 살려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권은 유한하나, 조국은 영원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은 엄연한 문재인 정부의 장관들"이라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요구가 있으므로 개각은 불가피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첫 내각이라는 생각으로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오찬 모임은 예정보다 40분 넘게 흐른 뒤에야 끝이났다. 회동 도중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격의없이 대화하며 웃음소리가 새어나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퇴장할 때는 국무위원들이 자발적으로 박수를 보냈고 회동은 초반 우려와 달리 훈훈하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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