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잘 번역된 한국작품 많아"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굉장히 아름다운 작품은 많이 읽어봤지만, 한국의 생명력이 느껴지는 작품은 접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고은 시인의 '만인보'를 읽으면서 '내가 직접 봤던 한국의 모습이 이 시에 나와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미국 계관시인 로버트 하스(76)는 22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광화문점 배움에서 열린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하스는 "1986년 한국에 처음 왔다"며 "그 당시에는 흥미로웠던 것 같다. 한국 대학생들이 매일 시위를 했는데, 버클리대학교에서도 시위를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내가 재직했던 학교 생각도 많이 했다"며 "전기가 찌릿찌릿 통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특정한 기대 없이 한국에 왔는데, 그 당시 사진들을 보면 절박하고 피폐한 나라의 모습이었다"고 추억했다.
하스는 생태주의적 관점에 입각해 다양한 시를 발표하고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하는 등 현대 영시문학 분야에서 주목받는 시인으로 유명하다.
하스는 "미국에는 매년 번역된 시집들이 1300권 정도 된다"며 "1970년도에는 모든 시집을 내가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적게 출판됐고, 당시에 다 읽었던 것 같다"고 했다.
번역에 대해서는 어려움을 표했다. "번역은 자신의 자아를 밀어넣고 마법이 일어나길 바라는 작업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시의 경우 어느정도 정확히 번역됐다고 하는 게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와 영국에서는 꽤 잘 번역된 한국 작품을 많이 찾을 수 있다"며 "재단의 지원이 잘 이뤄지고 있다. 한국 시에 관련해 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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