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 위협 고조…협상력 극대화 '도발' 강행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북한이 22일 '김정은표' 탄도미사일인 '북극성-2'형을 실전배치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그 파장이 주목된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고체 연료 기반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로 이어질 거라는 관측이, 정치적 측면에서는 대외 협상력 극대화를 꾀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21일 오후 4시50분께 평안남도 북창 일대에서 북극성-2형 탄도미사일 1발을 쏘아 올렸다. 지난 2월12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1형의 지상형으로 개발된 북극성-2형 첫 시험발사에 성공한 지 불과 3개월여 만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시험발사 다음날 북극성-2형 2차 시험발사에도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사결과를 분석하고는 실전배치를 승인했다고 선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대량생산 지시도 내렸다고 덧붙였다.
두 차례의 시험발사 모두 최고고도 550~560㎞를 기록했으며, 비행거리는 500㎞로 동일하게 측정됐다. 또한 이동식발사대, 냉발사체계 '콜드론치(cold launch)', 유도 및 안정화체계, 단분리, 탄두부 재돌입구간 자세조종 및 유도 등 점검한 기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2차 시험발사에서는 탄두에 영상송신장비를 달아 지상에서 실시간 영상을 수신했다는 점이 보완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북극성-2형을 실전에 배치하겠다고 밝힌 것은 기술적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량생산을 예고한 것 또한 전술적 활용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이러한 북한의 행보는 고체 연료 기반의 ICBM 개발로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핵-경제 병진노선'은 김정은 위원장의 핵심 기조인 데다가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ICBM 완성 의지를 거듭 내비쳤기 때문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극성 2형 엔진 2~4개를 묶는 방식으로 ICBM의 1단 추진체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며 "액체연료 기반인 KN-14의 경우에도 무수단 엔진 2개가 1단을 구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엔진을 묶기 위해서는 엔진이 하나라도 꺼지면 안 되기 때문에 신뢰성이 중요하다고들 하는 것"이라며 "이런 차원에서 결국 북극성-2형의 신뢰성과 안정성은 실전작전배치를 넘어 ICBM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북극성-3호를 개발하게 된다면 그것은 ICBM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북한의 거듭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도발이 발생시키는 정치적 파장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최근 한국, 미국, 중국 등 주변국들이 대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시켰다.
지난 14일에 발사한 액체연료 기반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은 미국 태평양군사령부가 있는 하와이뿐만 아니라 알래스카까지 타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음 개발 목표가 미국 본토라는 것을 암시하며 위협 수위를 높인 것이다.
여기에다가 북한이 이달 들어 예상 최대 사거리 6,000~7,000㎞의 액체연료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뿐만 아니라, 이동 발사가 가능한 추정 사거리 2,000㎞급의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북극성-2형 시험발사까지 연이어 성공하면서 핵 타격수단 다종화가 성공적으로 진전되고 있다는 점도 과시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북한이 본격적인 대화 국면이 시작되기에 앞서 핵 무력 고도화를 최대한 과시함으로써 대미(對美), 대남(對南)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일련의 도발이 '레드라인'을 넘기지 않는 선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몸값' 높이기 차원이라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북한은 다양한 탄도미사일 능력을 확보했고, 실제 사용할 수 있다는 점까지 보여준 다음 향후 협상 국면에 접어들 경우 최대한의 요구사항을 제시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레드라인은 넘지 않고는 있으나 반복적인 도발로 인한 영향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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