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미세먼지②]지하까지 파고든 공포…전철 안팎 '매캐'

기사등록 2017/05/03 14:34:17

스크린도어와 지하철 출입문 사이 등 공기 안 좋아
 "환풍기 돌아가도 청소 안 한 듯 매캐한 느낌"
 대기로 치면 '나쁨' 수준…"매번 스트레스" 호소
 역 내 안전요원, 상가 직원 등 상근자 노출 심각
 전문가들 "지상보다 농도 더 높기도…치명적" 경고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직장인 박민선(29)씨는 서울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출입문이 열리고 닫힐 때 날아드는 먼지 탓에 출퇴근길이 괴롭다. 박씨는 "마스크를 쓰고 다녀도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며 "스크린도어와 지하철 출입문 사이 공기가 유독 좋지 않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미세먼지는 지상의 대기뿐만 아니라 지하 공간으로도 파고들어 시민들의 일상을 옥죄고 있다. 시민들은 지하철 역사와 전동차 안에서까지 마스크를 착용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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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지하철을 이용하는 박민하(31·여)씨는 "환풍기가 돌아가는 것 같기는 한데 청소를 하지 않은 것처럼 매캐한 느낌이 든다"면서 "승강장에 있을 때도 그렇고 지하철을 탔을 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류정선(35·여)씨는 "지하철에서도 미세먼지가 높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스크를 쓴다. 매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전했다.

 이종협(32)씨 역시 "지하철을 탈 때마다 공기가 안 좋게 느껴진다. 공기가 탁해 기분이 나쁘다"며 답답해했다.

 김민경(44·여)씨는 "지하철역 같은 곳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개인용 측정기까지 휴대하고 다닌다"며 "정류장으로 내려갈 때, 스크린도어가 열릴 때 유독 먼지 냄새가 많이 난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이 지하철 이용 과정에서 느낀다는 불쾌감을 단순히 각자의 주관적 예민함으로 치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지하철 역사의 미세먼지 농도는 대기 못잖게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2014~2016년 지하역사 초미세먼지(PM2.5) 및 미세먼지(PM10) 측정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충무로역 승강장의 지난해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96㎍/㎥로 집계됐다. 서울 수유역 승강장은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86㎍/㎥에 이르렀고 시청역과 동대문역 승강장도 각각 82㎍/㎥, 81㎍/㎥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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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의회 국민의당 최판술 의원실에서 서울시도시철도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지하역사 공기질 조사 현황'에 의하면 지난해 지하역사 미세먼지 농도는 공덕역 116.2㎍/㎥, 버티고개역 116.2㎍/㎥, 약수역 114.9㎍/㎥, 이태원역 112.6㎍/㎥, 천왕역 110.5㎍/㎥, 효창공원앞역 106.9㎍/㎥, 삼각지역 103.6㎍/㎥ 등이었다.

 또 90㎍/㎥이 넘게 나타난 역사는 상수·대흥·월드컵경기장·동대문역사문화공원·한강진·마포구청·녹사평·대림·불광, 81㎍/㎥을 넘어선 역사는 광흥창·군자·왕십리·학동·논현·신대방삼거리·합정·종로3가·올림픽공원·장한평·태릉입구·공덕·영등포구청·여의도 등으로 시민 다수가 오가는 주요 역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이들 지하철 승강장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인 81㎍/㎥ 이상은 대기로 치면 '나쁨' 수준이다. 나쁨 수준은 '미세먼지 예보에 따른 시민 행동요령' 상 어린이나 노인 또는 폐질환을 앓는 민감군은 제한적 실외 활동, 일반인이라도 눈 아픔·기침·목 통증 등으로 불편을 느끼면 실외활동을 피할 것이 권장되는 정도다.

 주된 교통수단으로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 외에, 지하철 역사에 상주하는 안전요원이나 상가 입주자들도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들은 대기로 치면 나쁨 수준의 미세먼지를 매일 장시간, 일상적으로 들이마시고 있는 셈이다. 손님을 상대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마스크조차 사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역 관리를 책임지는 측에서는 별다른 조치가 없다고 이들은 증언했다.

 종로3가역 매장에서 근무하는 조영자(57·여)씨는 "일을 하다보면 눈과 목이 금세 아파지고 피로감도 쉽게 느끼는 것 같다"며 "손님을 상대해야 하니 마스크도 못 쓴다. 역 측에 뭔가를 해달라고 하면 시설이 낙후돼 어렵다는 말만 돌아온다"고 하소연했다.

 안전요원 유상현(35)씨는 "공기도 안 좋고 바람이 불 때면 눈이 따가워진다"며 "역에서 별다른 조치를 해주지 않아 물을 많이 마시거나 되도록이면 말을 하는 것을 삼가려 한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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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역 화장품 가게 직원 백진희(35·여)씨는 "청소를 수시로 하지만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먼지가 많고 피부가 달아오르는 경우까지 있다"며 "손님을 맞는 직원으로서 마스크는 하지 못한다. 역에서 별다른 조치를 해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지하역사의 경우 실내공기질관리법에 따라 대기와는 다른 기준이 적용돼 미세먼지 농도가 140~150㎍/㎥ 이하로 관리된다. 하지만 절대치를 놓고 봤을 때 지하역사의 미세먼지 농도가 좋지 않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박동욱 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지하철과 같은 실내의 경우 기본적으로 외기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경우가 꽤 많다"며 "지하철은 외기와 다르게 관리하고 있을 뿐더러 인체에 보다 해로운 초미세먼지에 대해서는 기준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교수는 "역 상근자나 상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으며 지하철 이용객들도 상태에 따라 좋지 않게 작용할 수 있다"면서 "결코 안전하거나 문제 없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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