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첫 100일]④외교, '고립주의'에서 '개입주의'로 선회

기사등록 2017/04/26 06:00:00

【서울=뉴시스】권성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은 취임 100일이 다가오면서 서서히 그 행태를 갖춰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9일 취임 100일을 맞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간인이었을 때 그리고 대선 과정에서 "개입주의'를 배척하고 시리아 사태는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미국 우선주의인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전면에 내세우며 불간섭주의를 추구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세계 경찰'로서의 전통적인 역할을 다시 수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대선후보인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후보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 외교정책 변화 움직임에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 추진 방향은 일정한 원칙에 의해 움직이기 보다는 상황에 따라 대응책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것도 기업가 출신이자 '아웃사이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 특징이다. 일부에서는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고립주의에서 탈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20일 취임사에서 미국 우선 외교정책을 강조했다. 이날 취임사에서 '미국인' 또는 '미국의'라는 뜻의 '아메리칸'은 무려 16번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취임사에 대해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해온 '지도자 역할'에서 벗어나 고립주의를 선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미국의 주요 적대국인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러시아가 핵무기 감축 협상을 받이들이면 러시아에 가해진 경제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규정하며 중국산 제품에 최대 45%의 고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하나의 중국' 정책을 폐지할 수 있다며 중국 측을 자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관례를 깨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닌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노골적으로 반(反) 중국 정서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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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며 방위비를 더 내야 한다고 압박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해서는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의 외교정책 기조는 취임 100일을 앞두고 급격히 바뀌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한 데 대한 보복조치로 시리아 내 공군기지에 59개의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발사하는가 하면 아프가니스탄에 GBU-42B 폭탄을 투하하는 등 기존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대신 군사개입 확대조치를 취해 보수 진영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리비아, 시리아 등 중동 정세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이 180도 바뀐 것이다. "리비아에서 취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은 현재 (국제정세에서) 충분히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저기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도 변했다.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과의 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최근 나토의 대 테러 작전을 언급하며 "나토는 이제 더 이상 쓸모 없는 존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나토는 국제 평화와 안보를 지키는 방어벽이다. 앞으로 나토와의 파트너십을 향상하고 다가올 미래의 도전 과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모든 나토 회원국들과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최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던 러시아와의 관계가 역대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지난 6~7일 자신 소유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 일정을 함께 소화한 시 주석에 대해서는 '훌륭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정부가 북핵 문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중국에 대해 더 이상 환율조작국이 아니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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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외교정책은 분리

 트럼프 정부의 외교정책이 기존의 '불간섭주의'에서 '개입주의'로 바뀌고 있지만 경제 문제에 한해서는 기존의 민족주의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80년대 이래 다른 나라들과 맺은 자유무역협정으로 미국 기업이 고전하고 있고  미국인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18일 미국 중서부 위스콘신주 커노샤를 찾은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무역기구(WTO)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앙'으로 규정하고 위스콘신 주 농가와 캐나다 간 유제품 교역도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는 등 자유무역에 비판적인 기존의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나토 '무용론'을 철회했지만 나토 회원국들이 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는 견해에는 변화가 없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달 말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해 나토 회원국들에게 2024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2%를 분담금으로 낼 것을 요청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달 한국 방문에서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을 보호할 것이라면서도 무역에서는 단호한 메시지를 보냈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18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연설에서 "한미 FTA 이후 5년간 미국의 무역적자는 2배 이상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펜스 부통령은 "우리 기업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데 너무 많은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며 "그것은 미국 기업과 노동자들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제공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을 통한 개혁을 위해 기업들과 공조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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