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0개 이상의 포대가 쌓인 야적장 앞에 붉은색의 10여m 길이 철제 작업대가 자리를 잡고 있었고 선체정리업체 코리아쌀베지 직원 10여명이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이 작업대에는 한 변의 길이가 3~5㎜ 정도인 체가 부착돼있고 물뿌리개도 장착돼 있었다. 작업대 부근에는 세척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2개의 물탱크가 설치돼 있었다.
작업대 옆에는 카고 크레인도 1대 있었다. 시동을 건 카고 크레인은 수m 떨어진 야적장으로부터 진흙포대를 인양하더니 이를 작업대 위로 옮겼다. 이 포대에는 세월호가 반잠수식 선박에 실려 있을 당시 배수 작업을 할 때 나온 진흙과 18일 내부 수색을 시작한 뒤 객실에서 꺼낸 진흙이 담겨있었다.
점성이 있는 검정색 진흙이 작업대 위로 쏟아지자 직원들은 체로 진흙을 걸러내고 손으로 헤집으며 유해나 유류품을 찾았다.
포대를 개봉하는 과정에서 내용물이 작업대 밖으로 튀기도 하고, 포대에 남은 것이 있는데도 내용물을 다 긁어내지 않는 경우도 있어 개운치 않은 면도 없지않아 있었다.
진흙에 뿌려지는 물의 온도는 30도 이상으로 유지됐다. 굳어있는 진흙을 쉽게 헤집을 수 있도록 적절한 온도의 물을 뿌려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작업에는 많은 양의 세척용수가 들 것으로 보였다. 이날 포대 10개 정도만 개봉하는 데도 절반 가량의 용수를 써 앞으로 작업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물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합동 세월호 현장수습본부 관계자는 이날 현장에서 "오늘 시험 작업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해야 할 점을 찾고 보완해 매뉴얼을 만들겠다"며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분리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해 발굴 분야 권위자인 박선주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는 이날 현장을 찾아 "(물뿌리개의) 수압 정도와 한 포대당 소요시간, 하루에 얼마정도 처리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해봤다"고 이날 작업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작업 현장에는 미수습자 권재근씨와 권혁규군의 가족인 권오복씨가 찾아와 작업과정을 유심히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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