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자궁' 서산부인과 건물, 문화재 된다

기사등록 2017/04/20 09:29:06

최종수정 2017/04/20 09:42:47

【서울=뉴시스】서산부인과
【서울=뉴시스】서산부인과
【서울=뉴시스】신동립 기자 = 고령 관음사 칠성도, 천로역정(합질), 조선요리제법, 구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 천주교 진산 성지성당, 서울 구 서산부인과 병원이 문화재로 등록 예고됐다.

 ‘고령 관음사 칠성도’는 화기를 통해 1892년이라는 정확한 제작시기, 전기(典琪) 등의 제작자, 증명(證明)·송주(誦呪)·지전(知殿)·시주(施主) 등 제작체계와 후원자를 알 수 있다. 이 시기 불화 연구에 기준자료가 된다는 평가다. 인물의 얼굴과 옷 주름 등에 명암법을 도입해 입체적 생동감이 느껴진다. 주존(主尊)과 권속(眷屬) 간의 격한 위계질서를 바탕으로 제작되는 전통불화의 보수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주존과 권속을 대등하게 등장시킨 파격적인 시도, 병풍을 배경으로 마치 단체 사진 찍듯 존상을 배치한 구도와 형식이 개화기 전후 근대기 작가의 새로운 창작의지가 곁들여진 불화여서 문화재로 등록할만한 가치가 있다. 증명은 불화가 법식대로 잘 그려졌는지를 증명하는 승려, 송주는 불교의식 절차로 주문을 소리 내어 읽거나 읊조림, 지전(또는 化主)은 불화를 조성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는 승려, 시주는 불화 조성에 필요한 비용을 댄 사람이다.

 ‘천로역정(합질)’은 영국 종교작가 존 버니언의 종교적 우의소설이다. 선교사 제임스 스카스 게일과 부인 깁슨이 공동 번역했다. 개화기 번역문학의 효시(1895)로서 국문학사적으로 당시 한글문체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책이다. 현대식 인쇄출판을 통한 기독교문화와 복음 전파 그리고 외래종교를 주체적으로 수용한 당대 풍속화가 기산(箕山) 김준근의 삽도는 토착적인 전통이 반영된 한국 개신교 미술의 효시로 평가되고 있다. 국어학·개신교·미술사적 측면에서도 가치가 크다. 또 목판본과 신활자본 등 두 종의 판으로 동시에 발행한 사례는 우리나라 인쇄출판사상 희귀한 경우다. 초판본 소장 기관 중 초판본 2종(목판본과 신활자본)을 완본으로 소장하고 있고 보존상태가 양호한 연세대학교 학술정보원의 2종 5책을 천로역정(합질)이라는 명칭으로 등록해 보존할 가치가 있다.

【서울=뉴시스】진산 성지성당
【서울=뉴시스】진산 성지성당
이화여자전문학교 가사과 교수 방신영(1890~1977)이 1917년 저술한 ‘조선요리제법’은 구전으로 이어지던 우리나라 전통 음식의 제조법을 체계적으로 완성한 요리서다. 재료의 분량을 계량화해 소개하는 등 조리과학의 발전과 대중화에 이바지했다. 초판본이기 때문에 조선을 지나 근대기 조리법의 변화를 알게 해주는 사료적 가치도 있다. 

 ‘구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은 일제강점기 건립된 조선식산은행 건물이다. 여러 도시에 걸쳐 현존하고 있다. 이 중 ‘조선식산은행 원주지점’(등록문화재 제164호), ‘조선식산은행 대구지점’(대구시유형문화재 제49호) 등이 문화재로 보존, 관리되고 있다. 이미 등록문화재가 된 조선식산은행 원주지점과 비교할 때 은행시설과 일종의 관사로 볼 수 있는 부속공간이 결합된 것에서 충주지점 것이 더 완전한 원형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충주 지역의 대표적인 식민수탈기관노릇을 했다는 점을 고려, 시대상을 잊지 않고 분명히 기억하는데 중요한 배경이 된다는 측면에서 등록문화재로 등록해 보존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서울=뉴시스】고령 관음사 칠성도
【서울=뉴시스】고령 관음사 칠성도
‘천주교 진산 성지성당’은 한국 천주교 최초 순교자로 시복된 윤지충과 권상연이 선교활동을 하다가 1791년 순교한 진산사건, 일명 신해박해의 발상지다. 이후 교우촌이 형성되면서 지역의 천주교 중심지 구실을 한 진산면에 1927년 건축된 소규모 성당으로 종교적 역사성이 있다. 절충식 한옥성당으로 기존 등록 사례와 차별되는 건축적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내부를 비롯해 전체적으로 보존, 관리상태도 양호해 등록문화재로 가치를 지녔다.

 ‘서울 구 서산부인과 병원’은 브루털리즘, 즉 구조와 재료를 솔직·정직하게 표현해 미학적 측면을 강조한 건축사조로 대표되는 세계 건축계의 영향 아래 있는 몇 안 되는 한국현대 건축가 김중업(1922∼1988)의 작품으로 완성도와 함께 희소성이 매우 높은 건물이다. 1965년 김중업이 설계한 서산부인과 병원 건물은 산부인과 병원이라는 특징을 살려 ’어머니의 자궁’을 바탕으로 평면계획을 했다. 설계와 시공 초기의 형태가 비교적 온전하게 보존돼 있다. 노출 콘크리트 구조와 실내외 조형성 측면에서 건축사적 기록물로서 가치가 충분하다. 건축 허가 당시의 도면이 완전하게 보전돼 있고, 건축허가통지서와 공사 명세서(시방서) 등도 있다.

【서울=뉴시스】조선요리제법
【서울=뉴시스】조선요리제법
문화재청은 등록 예고 30일 간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문화재로 최종 등록할 예정이다.

 한편 문화재청은 ‘군산 둔율동 성당’, ‘영광 창녕조씨 관해공 가옥’,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토마스홀’, ‘제주 대정여자고등학교 실습실(육군 98병원 병동)’, ‘천주교 광주대교구청 브레디관’을 문화재로 등록했다.

【서울=뉴시스】천로역정(합질)
【서울=뉴시스】천로역정(합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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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자궁' 서산부인과 건물, 문화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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