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통곡·위로·기다림의 항구'…팽목항 1078일의 기억

기사등록 2017/03/28 07:00:00

【진도=뉴시스】신대희 기자 = 26일 오전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에서 중국 인양업체 상하이샐비지가 반잠수식 선박에 부양된 세월호 선체의 배수 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미수습자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47·여·왼쪽)씨와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47·여)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세월호는 25일 오후 9시15분께 선체 전체가 해수면 위로 올랐다. 2017.03.26.    sdhdream@newsis.com
【진도=뉴시스】신대희 기자 = 26일 오전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에서 중국 인양업체 상하이샐비지가 반잠수식 선박에 부양된 세월호 선체의 배수 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미수습자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47·여·왼쪽)씨와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47·여)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세월호는 25일 오후 9시15분께 선체 전체가 해수면 위로 올랐다. 2017.03.26.  [email protected]
【진도=뉴시스】배동민 기자 =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이르면 28일 진도 팽목항을 떠난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지 1078일, 세월호가 다시 물 위로 떠오른 지 닷새 만이다.

 늦어도 오는 29일 팽목항을 떠나 세월호 인양이 마무리되는 목포 신항으로 거처를 옮긴다.

 3년의 시간 동안 팽목항에는 수많은 이름이 붙여졌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항구', '통곡의 항구', '기다림의 항구', '위로의 항구' 등등.

 팽목항의 또 다른 이름은 세월호 참사의 아픔과 그 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모든 게 지난 3년, 1079일의 기억과 기록들이다.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 밤 팽목항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사고 소식을 듣고 경기도 안산에서 급히 내려온 부모들의 분노로 가득 찼다.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입히려고 준비한 두꺼운 옷은 대부분 주인을 만나지 못했다.

 '전원 구조', 언론의 오보가 만든 분노는 진도, 대한민국을 덮었다. 정부 브리핑을 믿고 그대로 받아 적어 내보냈던 언론, 무능한 해경과 정부 부처 곳곳으로 분노가 향했다.

 진도체육관을 찾았던 정홍원 전 총리는 물세례를 받았고 1시간 넘게 차 안에 갇혀 움직이지도 못했다. 에어포켓과 다이빙벨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지만 골든타임을 지나 바다 위로 나온 생존자는 없었다.

 분노로 넘쳤던 팽목항은 그 해 가을까지 통곡의 바다였다.

 295구의 시신이 팽목항을 거쳐 뭍으로 올라올 때마다 비명이 울렸다. 하늘도 슬픈지 내내 비가 왔다.

 유족들의 오열 속에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가족들은 점점 더 불안해졌다. '혹시 내가 마지막에 남는 것은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커져갔다.

 두려움은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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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뉴시스】신대희 기자 = 26일 오전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에서 중국 인양업체 상하이샐비지가 반잠수식 선박에 부양된 세월호 선체의 배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 세월호는 25일 오후 9시15분께 선체 전체가 해수면 위로 올랐다. 2017.03.26.  [email protected]
 그해 11월11일 미수습자 가족의 '수색 중단 요구'로 209일간의 세월호 수색이 중단됐다. 그 후 3년이 흘렀고 미수습자 9명의 숫자는 줄지 않았다.

 가족들은 팽목항을 떠날 수 없었다.

 "손을 잡고 집으로 가자", 팽목항은 9명 미수습자의 귀환과 진실 규명을 기원하는 위로와 기다림의 항구로 바뀌었다. 지난해까지 완료하겠다던 인양 시점은 6번이나 연기됐다.

 모두의 애가 탔고 세월호 참사 1주기, 2주기는 물론 3주기를 앞두고 팽목항에는 "9명 모두 집으로 돌아가자"는 간절한 기도가 이어졌다.

 그들의 기도가 하늘에 닿았을까? 세월호는 바다에 가라앉은 지 1073일 만인 지난 23일 드디어 물 위로 올라왔다.

 2014년 4월16일 오전 8시50분, 3년간 멈췄던 팽목항의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도 팽목항에 있는 두 평 남짓한 컨테이너 집에서 생활했던 미수습자 가족들도 아버지와 어머니, 남편, 아들과 딸을 만나기 위해 세월호를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목포로 거처를 옮긴다.

 팽목항을 떠나기 전 가족들은 "함께 해준 국민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부터 천주교와 원불교·개신교·불교 등 4개 종단이 9명의 미수습자들의 온전한 수습을 기원하고 가족들을 위로하는 종교행사를 연다.  

 진도군도 같은 시각 팽목항 방파제에서 세월호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미수습자의 온전한 수습과 세월호의 안전한 이송을 기원하는 추모 행사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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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통곡·위로·기다림의 항구'…팽목항 1078일의 기억

기사등록 2017/03/28 07: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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