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투자' vs '선수들 불만'…빙상대표팀, 경기복 '논란'

기사등록 2017/03/26 11:50:00

빙상연맹 "2012년 첫 휠라 제품부터 선수들 불만 이어졌다"
휠라 "지난 4년간 연맹이 요구한대로 다 해줬다"

【서울=뉴시스】김희준 기자 = 2018년 평창 올림픽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한국 빙상이 경기복 교체 논란에 휩싸였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지난 2012년 10월부터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대표팀의 경기복을 후원했던 휠라(FILA)와의 계약을 오는 4월30일로 종료했기 때문이다. 종료 이유는 선수들의 불만 때문이다.

 빙상연맹은 휠라가 공급하던 네덜란드 제작 업체 스포츠 컨펙스를 포함해 모든 제품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우선 협상 결렬을 통보했다.

 휠라측은 평창올림픽까지 염두에 두고 '평창올림픽 수트' 제작을 위해 스포츠 컨펙스와 기술 독점 계약을 맺고 지난 5년간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 왔다는 설명이다. 평창올림픽을 겨냥한 최첨단 경기복은 제작 공정이 80% 이상 진행돼 7, 8월께 완성될 예정이다.

 빙상연맹이 경기복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면서 휠라가 수백만 달러를 들여 개발하던 평창올림픽 맞춤 경기복은 무용지물이 될 상황에 놓였다. 휠라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선수들이 편안함 느껴야" VS "세계 최고 경기복"

 빙상연맹은 선수들의 불만이 계속돼 다른 제작사의 경기복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처음 계약을 한 2012년부터 선수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유니폼이 잘 뜯어진다거나 목 부분이 말린다는 등의 불만 사항이 있어왔다"고 설명했다.

 2015년 11월 '이승훈 사건'을 계기로 빙상연맹 내부에서 '아예 불만 사항을 정리해 휠라 측에 전달하자'는 의견이 나왔다는 것이 빙상연맹의 설명이다. 빙상연맹은 선수들의 불만 사항을 모아 지난해 2월과 5월 휠라 측에 공문을 보냈다.

 빙상연맹은 "불만 사항을 공문을 보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며 "월드컵 시리즈 기간 중에도 파손 사례가 있었고, 지난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최민정 사건'도 있었다"고 전했다.

 빙상연맹은 "선수들이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최우선"이라면서 지난 2월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려 여러 제작사의 경기복을 검토 중이다.

 휠라는 '빙속 강국' 네덜란드 대표팀에 경기복을 독점 공급하는 스포츠 컨펙스와 제휴를 통해 OEM 방식으로 경기복을 공급했다.

 휠라 관계자는 "스포츠 컨펙스가 계약사가 너무 많아 한국 쪽과 계약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서 왕립 네덜란드빙상경기연맹까지 후원하면서 설득했다"고 말했다.

 또 "스포츠 컨펙스가 평창올림픽 버전의 최첨단 경기복을 제작해 네덜란드 대표팀에 지급한다고 해서 많은 돈을 투자해 한국 대표팀에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며 "평창올림픽에서 네덜란드와 한국 대표팀만 스포츠 컨펙스의 최첨단 경기복을 입을 예정이었다"고 강조했다.

 불만 사항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빙상연맹의 주장에 대해 휠라 관계자는 "지난 4년간 연맹이 요구한대로 다 해줬다. 8월에 제작해 공급하고, 첫 월드컵 대회 때 나가서 점검도 했다"며 "문제가 생기면 이야기를 해달라는 당부도 했다"고 반박했다.

 ◇논란 속 화두에 오른 이승훈·최민정

 경기복 교체 논란 속에서 2015년 11월 2015~201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차 대회의 이승훈(29·대한항공)과 지난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의 최민정(19·성남시청)이 화두로 떠올랐다.

 이승훈은 2015년 11월 월드컵 1차 대회에서 매스스타트 전용 경기복 지퍼 부분이 찢어지는 바람에 매스스타트에 출전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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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빙상연맹의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빙상연맹이 매스스타트 때 입는 경기복은 방탄 소재를 써야한다는 ISU 규정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고 대회를 불과 2주 앞두고 발주를 하는 바람에 사이즈가 맞지 않아 생긴 일이라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경기복을 제작하려면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6개월 전에 만들어서 테스트를 한 후 시즌 두 달 정도를 남기고 완성하는 식이다.

 휠라 관계자는 "이승훈에게 테스트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기복을 지급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빙상연맹은 당시 사건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면서 "당시 이승훈 일이 계기가 됐다. 이전에도 불만 사항이 있어 이승훈 사건 이후 불만사항을 수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시즌 최적의 사이즈로 만든 경기복을 받았는데 팔이 짧은 등 사이즈가 맞지 않는 일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최민정이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여자 쇼트트랙 500m 레이스 도중 넘어져 유니폼이 찢어진 것을 두고는 완전히 의견이 엇갈린다.

 ISU는 신체 접촉이 많은 쇼트트랙에서 선수들이 특정 부위에 방탄 소재가 쓰인 경기복을 입도록 한다. 최민정의 경우 전체가 방탄 소재로 된 경기복을 입는다.

 그런데도 유니폼이 찢어진 것은 문제라는 것이 빙상연맹의 주장이다. 휠라 측은 방탄 소재 덕에 덜 다친 것이라고 반박한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심하게 부딪힌 것도 아니고 넘어진 것인데 경기복이 찢어졌다. 꿰매면 계주를 뛸 수 없다고 해서 꿰매지 못하고 레이스에 나섰다"며 경기복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휠라 관계자는 "방탄 소재라지만 총알까지 뚫리지 않는 만능 소재는 아니다. 최소한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어딘가에 찍혀서 찢어진 것"이라며 "오히려 그 소재를 쓴 경기복을 입어 덜 다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왜 이 시점이냐" VS "늦었어도 선수 우선"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에서 경기복은 승부를 가르는 요소 중 하나다. 1000분의1초를 다투는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더욱 그렇다.

 일각에서는 평창올림픽이 불과 11개월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지난 5시즌 동안 대표팀에 유니폼을 공급했던 업체와 계약을 미뤄놓고 새로운 제품을 시험하는 것이 석연치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빙상연맹은 이런 시선에 난색을 표했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선수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내린 결정일 뿐이다. 이권과 관련된 것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전에는 휠라와 계약이 된 상태여서 휠라에 불만 사항을 전달하는 것으로 해결하려 했다"며 "이 시기에 다른 제품을 전면 검토하는 것은 계약 만료를 앞둔 상태라 그런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창올림픽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현장 지도자들의 시선도 엇갈린다. 우려의 시선도 있고, 늦었더라도 최선책을 찾아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대학 지도자는 "올 시즌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대표팀의 성적이 좋지 않았나"라며 "왜 이제와서 경기복 교체를 검토하는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또 다른 실업연맹 지도자는 "미리 했다면 좋았겠지만, 바꿀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으면 지금이라도 선수들이 가장 만족하는 경기복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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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 투자' vs '선수들 불만'…빙상대표팀, 경기복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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