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에는 동양화 전공자 답게 패널에 한지를 붙여 제작했다. 60~70년대 한지는 그에게 '백색 연작'시리즈를 선사했지만 그는 만족하지 못했다.
한지와 지독한 사랑에 빠졌던 화가 권영우(1926~2013). 한지와의 밀월은 '찢김'으로 더 강렬해졌다.
한지와 한몸이 되고싶어 한 것이었을까. 손톱으로 긁고, 찢고, 뚫고, 붙이며 종이와 함께 리듬감에 취했고 백색에 빠졌다. 필묵을 빼고 몸으로 만난 한지와의 격렬한 몸부림은 오히려 한국성이 도드라졌다.
사후 그의 진가는 더 빛나고 있다. '종이 화가'로 닉네임을 얻으며 단색화의 대열에 섰다.
권영우 마케팅은 국제갤러리에서 본격화했다. 2015년 런던에서 열린 프리즈 아트페어의 '프리즈 마스터'에 한국의 대표적인 단색화 작가로 소개한 후 국제갤러리에서 그의 개인전을 열며 꾸준히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오는 23~26일까지 열리는 아트바젤 홍콩에도 선보인다. 동시대의 재조명되는 작가들을 특화하여 소개하는 캐비넷 (Kabinett) 섹터에 '권영우 아카이브' 전을 마련했다.
이 전시에는 '종이 화가'가 되기전 1958년에 제작된 권영우의 초기 작품 '바닷가의 환상'도 나왔다. 당시 국전 문교부장관상을 수상한 이 작업은 당시 동양화의 답습을 벗어난 실험적인 작품으로 초현실적인 심상을 보여준다. 전시에는 전문 아카이브 섹션도 마련해 생전에 진행한 작가 인터뷰 영상과, 작가가 사용한 미술 도구들 등도 소개한다.
'종이 화가'로 불렸던 권영우는 그림인지 입체인지 설치인지 모호한 '종이 작품'에 대해 생전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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