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세종청사 구내식당은 '만원'

기사등록 2017/02/02 16:35:55

최종수정 2017/02/02 16:35:57

【세종=뉴시스】백영미 기자 = "공무원이니까", "공무원이어서" …. 다소 억울한 일이 발생할 때마다 세종시 공무원들이 입에 달고 다니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이다.

 공무원을 향한 사회적 비난이나, 손가락질이 갈수록 거침없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라고 싸잡아 손가락질을 받더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아예 환관(宦官)집단으로까지 매도 당한다.

 지금 세종시 공무원들 사기는?
 바닥이다.

 가까이에서 살펴본 공무원들의 행각은 한마디로 '대중의 눈길이나 손가락질에서 최대한 벗어나는 게 상책이다'로 읽혀진다. 신년 초부터 세종시 구내식당은 점심을 해결하려는 공무원들로 발디딜 틈 없이 북적인다. 얼마 전 '세종시 공무원들이 어수선한 정국을 틈 타 12시가 되기도 전 점심 식사를 즐긴다'는 지적성 뉴스가 나온 후부터다.

 "외부로 점심을 먹으러 나가지 말고 구내식당을 이용하라는 얘기 아니냐."
 공무원들의 해석이다.

  공무원은 우리 사회의 이해가 엇갈리는 인허가 권한을 행사하는 명실상부한 '갑'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절대 다수인 '을'의 레이더망을 벗어나지 못한다. 자칫 꼬투리가 조금이라도 잡히면 순식간에 난도질당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공무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차가워진 것 같다.

 여기서 잠깐.

 공무원들이 이른 점심을 먹는다는 사실 자체 만으로 공직사회 전체를 '기강해이'라고 진단하고, 매도해도 괜찮은가. 세상이 그렇게 단순명쾌한가.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으로 공무원의 연간 근로시간은 2200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06시간)보다 594시간,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연평균 노동시간(2057시간)보다 143시간 더 많다.

 업무 강도가 그만큼 세다는 의미다.  

 최근 과로사로 운명을 달리한 중앙부처의 한 30대 여성 공무원. 그녀는 주말에도 새벽 5시에 출근하고 일주일간 70시간 넘게 일했다고 한다. 과로사에 대해 쉬쉬하는 사회적 분위기, 과중한 업무나 누적된 피로 등으로 사망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쉽지 않아 산업재해로 인증받기 힘든 과로사의 특성을 감안하면 드러나지 않은 죽음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30분 앞당긴 점심식사 = 공직자 기강 해이'로만 읽혀진다면 공무원 사회가 무척 억울할 수 있다.

 때마침 최순실 국정농단의 나비효과로 청와대발 통치간섭이 줄어드니 공무원들이 자발적이고, 자율적으로 정책행위를 펼치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공복이니까'라며 묵묵히 개인적인 희생을 감수하고 있는 공무원들.
 이들에게 용기있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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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세종청사 구내식당은 '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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