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씨 "응하지 않아…모든 접촉 법률대리인과 하라"
투쟁본부 "6회 걸친 협의 요구 때마다 입장 밝혀왔다"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고(故) 백남기(향년 69세)씨의 유족이 23일 "경찰과 직접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백씨의 장녀 도라지씨는 이날 백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3층 장례식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찰이 가족들을 직접 만나길 원한다. 그러나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하고 장례도 못 치르게 하고 있는 경찰을 만나고 싶겠느냐"며 "만나면 가족들과 협의했답시고 명분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날 오전 9시35분께 언론과 백남기투쟁본부에 "10시부터 백씨 부검영장 강제집행에 들어가겠다"고 통보했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한 종로서 홍완선 서장은 안치실로 향하는 길목을 막고 있는 투쟁본부 관계자 및 시민 100여명을 향해 "협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길은 열리지 않았다.
경찰은 투쟁본부와 협의 과정에서 "유족에게 직접 부검 반대 의사를 들으면 오늘 집행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백씨 측 변호인단 단장인 민변 이정일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처음엔 경찰이 유족의 의사를 확인해주면 영장집행을 안 한다고 했다. 그런데 협의 과정에서 유족이 직접 표명하면 오늘 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뉘앙스가 바뀌었다"며 "그래서 이렇게 유족이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영장집행 통보는 구두로 하면 안 된다. 서면으로 해야 한다"며 "따라서 경찰은 오늘 공식적 통보를 하지 않고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홍 서장은 "9시30분께 형사과장이 전화로 통보했다"면서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는 의무는 없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이날까지 총 6회에 걸쳐 부검 관련 협의를 유족 측에 요청했고, 그 때마다 보도자료 등을 통해 "부검을 전제로 한 협의에는 응할 수 없다"고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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