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학교 밖 청소년' 지원, 메타세쿼이아 나무처럼

기사등록 2016/09/13 09:32:00

최종수정 2016/12/28 17:38:39

【세종=뉴시스】백영미 사회부 기자 = 쥬라기 시대를 호령했던 공룡은 빙하기를 거치면서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대부분의 식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공룡과 함께 살았던 한 나무 종(種)은 아직 가로수길 등 우리 주변에서 강한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메타세쿼이아다.

 메타세쿼이아 하면 보통 낭만적인 이미지를 떠올린다. 한류 열풍을 일으킨 KBS드라마 '겨울연가' 에서 주인공인 배용준과 최지우가 함께 거닐던 가로수길 양 옆으로 빼곡히 늘어서 있는 나무로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나무의 진가는 따로 있다. 함께하는 '같이'의 '가치'다. 메타세쿼이아는 다른 나무와 달리 빼곡하게 서 있으면서 뿌리를 옆으로 20~30m까지 넓게 뻗고 있다. 곁에서 자라나는 나무들의 뿌리와 얽히고 설키도록 해 서로를 꼭 붙들기 위해서다. 키가 20~30m에 달해 혼자서는 몸체를 꼿꼿하게 지탱하고 서 있기 힘든 메타세쿼이아가 모진 바람 속에서도 오랜세월 우뚝 서 있을 수 있던 비결이다.

 최근 교육부는 법의 테두리 밖에서 소외돼 온 학교 밖 청소년들을 품기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 미취학 아동과 초·중학교를 다니다 학업을 중단한 학생이 학령기를 놓치는 등 학교로 돌아갈 수 없는 경우 검정고시를 치르지 않고도 초·중졸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의무교육단계(초·중학교) 미취학·학업중단학생 학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가정불화, 어려운 가정형편, 학교 부적응 등 이유로 학업을 중단한 학생이 국가나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이수해 시도 교육감이 정한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정부가 심의를 거쳐 초·중 졸업장을 발급해 사회진출에 필요한 디딤돌을 놓아주기로 한 것이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과 함께 학업 중단 학생을 다각도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여가부와 학업중단 학생 정보를 공유해 통합 관리하는가 하면, 복지부와는 미취학·학업중단 학생에게 정기 건강검진과 치료비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고용부와는 고용복지플러스센터 등을 통한 취업알선을 통해 학업중단 학생에 구직기회도 제공할 예정이다.

 문제는 앞으로 현장에서 정책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느냐다. 밑그림이 아무리 좋아도 색을 제대로 입히지 못하면 완성된 채색화가 될 수 없는 것처럼 관련 부처 간 긴밀한 협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은 '미완'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우리가 길을 걷다 무심코 지나쳐 가는 메타세쿼이아도 혼자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3000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부처 간 장벽을 허물고 학교 울타리 밖을 서성이는 청소년들을 보듬는 데 메타세쿼이아처럼 서로 손을 내밀어 의지하고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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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학교 밖 청소년' 지원, 메타세쿼이아 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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