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헤이그 상설재판소 중재판결 무시할 듯

기사등록 2016/07/11 14:06:17

최종수정 2016/12/28 17:20:54

【신화·AP/뉴시스】 중국이 오는 12일 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판결을 앞두고 남중국해에서의 실탄 사격 훈련을 통해 무력을 과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일 남중국해 파라셸 군도(중국명 시사·西沙군도) 인근 해역에서 중국 유도미사일 구축함 윈청호가 대함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모습으로, 신화통신이 배포했다.2016.7.10
【신화·AP/뉴시스】 중국이 오는 12일 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판결을 앞두고 남중국해에서의 실탄 사격 훈련을 통해 무력을 과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일 남중국해 파라셸 군도(중국명 시사·西沙군도) 인근 해역에서 중국 유도미사일 구축함 윈청호가 대함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모습으로, 신화통신이 배포했다.2016.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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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준 기자 = 중국이 남중국해 거의 전역의 영유권을 주장하는데 맞서 필리핀이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기한 중재 절차에 대한 판결이 12일 나온다.


 필리핀은 2013년 유엔 해양법협약(UNCLOS) 하에서 자국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에 있는 남중국해 수역을 개발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 달라고 PCA에 청구했다.

 일찍부터 중국은 남중국해 주권 문제에 관해선 PCA의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며 판정이 어떻게 나오든 수용하지 않을 방침을 공언했다.

 그런 점에서 PCA 판결이 예상대로 중국에 불리하게 나올 때는 무시하는 자세를 취할 전망이다.


 오랫동안 발전도상국과 신흥국을 대변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중국이 국제적인 재판의 판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향을 표명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하지만 '핵심적인 이익'으로 자리매김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선 강대국으로서 약소국의 이익을 도외시할 수 있다는 전형적인 패권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국제 전문가는 중국이 이번 PCA 판결과 관련해선 1986년 국제사법재판소(ICJ)의 미국과 니카라과 간 분쟁 재판 사례를 참고해 움직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당시 니카라과는 미국이 반정부 게릴라 '콘트라'를 지원하고 있다며 ICJ에 제소했다. ICJ는 미국에 3억700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려 니카라과 측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미국은 ICJ에는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하며 심리 과정을 보이콧한 것은 물론 판결에도 따르지 않았다.

 이에 니카라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호소했으나 미국이 거부권을 발동해 ICJ 판결 준수 결의안을 부결시켰다. 미국은 유엔 총회가 채택한 결의안 역시 일축했다.

 중국은 30년 전 미국의 행태를 기조로 삼아 PCA 판결을 무시하는 등 대응에 나선다는 것이 전문가의 시각이다.

 다만 콘트라 재판으로 미국은 초강대국으로서 도덕적인 위상이 떨어지고 법과 규칙에 따라 국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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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6일(현지시간) 미국 군사 전문매체인 '디펜스뉴스'는 자국 해군 관계자를 인용해 남중국해 수역에서 두 척의 미국 항모가 함께 항해하는 모습이 연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9월20일 미 항모 조지 워싱턴호(왼쪽)와  존 스테니스호(오른쪽)가 '용감한 방패(Valiant Shield) 2012' 훈련을 마치고 태평양 해역에서 항행 중인 모습. (사진출처: 미 해군) 2016.06.07
 중국도 PCA 판결을 계기로 미국처럼 평판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다른 남중국해 주변국의 추가 제소가 잇따를 부담을 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베트남은 그간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앞장 서서 이의를 천명하면서 중재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베트남은 이미 2014년 6월 남중국해 중재 제소를 염두에 두고 PCA와 협력협정을 맺었다.

 협정 체결로 베트남은 남중국해 분쟁 해결에 관한 PCA의 중재 결정을 받아들이는 한편 정보 제공과 인력 지원을 수용했다.

 국제법과 연관된 수많은 분쟁에서 보듯이 PCA의 남중국해 주권 재판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만 국제적인 압력 외에는 당사국에 판결을 따르도록 만들 수단이 없다.

 미국과 동맹국, 남중국해 주변국 등은 중국에 대해 판결을 받아들이라고 압박을 계속 가할 것은 불문가지이다.

 최근 들어 '항행의 자유' 작전을 통해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무력화하려고 애써온 미국과 동맹국은 앞으로는 PCA 판결을 앞세워 작전의 빈도와 강도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중국의 맞대응도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면서 예기치 않은 충돌이 발생할 리스크가 급상승할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은 여기에 대항해 개도국의 지지를 규합하면서 경제적 지원을 앞세워 필리핀과 베트남 등에 대한 설득 작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이 니카라과 새 정부와 협상 끝에 대규모 경제 원조를 대가로 ICJ 소송을 취하한 사실을 염두에 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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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외교 분석가와 외교관들은 중국이 미국의 전례를 본떠서 친중 성향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에 접근해 대화를 시도할 공산이 농후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중국은 두테르테 정부에 원조와 투자를 교환 조건으로 최소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유보를 이끌어내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중국은 수십 년 동안 약소국과 발전도상국의 '친구'로 자처하다가 이제는 초강대국처럼 스스로 국제법 적용의 대상 외라고 행동하는 것으로 비쳐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측을 대변하는 홍콩 변호사 대니얼 풍은 PCA 판결을 무시하는 것이 '양날의 칼'과 같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국제적인 압력과 비판에 저항해 1986년 미국처럼 초강대국으로서 행동할 수 있다고 과시할 수도 있지만 동일한 이유에서 국제사회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게 된다는 것이다.

 필리핀 측 변호인단의 폴 라이슐러 대표 변호사는 결국에는 중국 정부가 PCA 판결을 반영하는 선에서 주변국과 타협한다고 점치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중국이 무법국 가로 단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라이슐러는 설명했다.

 라이슐러는 "6개월이 걸릴지, 1년 혹은 2년, 그 이상이 지나야 할지는 모르지만, 중국은 그러는 게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제법의 권위자인 라이슐러는 니카라과와 콜롬비아가 제기한 카리브해 영유권 분쟁 소송에서 니카라과 측 자문을 맡았다.

 그는 지난 2012년 11월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만장일치로 니카라과가 콜롬비아보다 3배 많은 해양 영토를 받아야한다는 판정을 이끌어내는 수완을 발휘했다.

 yjj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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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헤이그 상설재판소 중재판결 무시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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