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핫이슈]미국, 40년 만에 베트남 무기수출 엠바고 해제

【서울=뉴시스】무려 15년 동안 미국과 총부리를 겨누며 피를 흘렸던 베트남이 F-16 전투기와 대잠수함 초계기. 해상정찰용 드론 등 미국의 첨단 무기 구매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군사 전문 매체인 디펜스뉴스는 지난 25일 미 방위산업체의 소식통을 인용해 베트남이 중국과 영토분쟁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에 대한 정찰 및 국방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으로부터 F-16 전투기, 개량형 P-3C 대잠초계기, 해상정찰용 드론 등을 도입할 수 있는지를 타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베트남은 미국의 무기를 구입할 수 없는 나라였다. 양국 간 오랜 전쟁의 여파뿐 아니라 베트남의 인권문제 때문에 미국이 베트남에 대한 무기 수출 엠바고를 걸어 놓았기 때문이다.

 마침내 미국이 베트남에 대한 무기 수출 엠바고를 전면 해제 했다. 베트남 전쟁이 끝난 지 40여 년 만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베트남을 방문 중이던 23일 쩐다이꽝 주석과의 정상회담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베트남에 대한 살상무기 수출금지를 해제하기로 했다. 이는 베트남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쩐다이꽝 국가주석도 “미국의 결정에 감사한다”며 “이번 합의는 양국 관계가 정상화됐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베트남에 대한 살상무기 엠바고 해제는 베트남 전쟁(1960~1975년)  이후 공식적으로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완전한 관계 정상화를 이룬 새로운 이정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과 베트남은 서로 끔찍한 원수였다. 베트남은 세계 최강국 미국을 상대로 한 전쟁을 치르는 동안 북베트남 정규군 110만여 명, 남베트남 민족해방전선 게릴라 22만여 명이 죽었다. 무차별 폭격과 학살로 인해 민간인 사망자 150만여 명, 부상자 300만여 명이 발생했다. 미군 사망자 수도 5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과 베트남 간 관계가 정상화되기 시작한 시점은 종전 20년이 되던 해인 1995년이었다. 당시 두 나라는 단절됐던 외교 관계를 정상화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2000년 11월 국가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6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 참석 차 베트남을 방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베트남 전쟁 종전 후 이 나라를 방문하는 세 번째 미국 대통령이다.

 미국은 지난 2014년 베트남에 대한 비 살상용 무기 수출 엠바고를 해제했다. 하지만 베트남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과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살상무기에 대한 엠바고마저 해제를 요구했다. 이젠 베트남이 경계해야 하는 나라는 미국이 아닌 중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인권운동가들은 베트남 정부의 인권탄압을 이유로 엠바고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미국과 베트남의 이해관계가 일치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베트남에 대한 무기수출 엠바고를 전격적으로 해제한 배경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베트남에 대한 무기수출 엠바고 해제가 곧바로 미국 방산 업체들의 과실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014년 미국이 베트남에 대해 해상방위용 비살상무기 엠바고를 해제했지만 베트남은 정작 미국의 장비를 구입하지 않았다. 미국 방산업체들은 베트남에 해안 레이더 시스템 장비 하나도 팔지를 못했던 것이다.

 베트남은 오랜 동안 러시아로부터 무기를 수입해왔다. 하루아침에 수입선을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바꾸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베트남은 러시아 일변도의 무기 구입을 다변화하고 싶어 한다. 베트남은 무기 구입선을 이스라엘 쪽으로 돌리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트남은 러시아제 잠수함 승무원에 대한 훈련은 인도를 통해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