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예수병원 사유화 논쟁]<상> 120년만의 일탈 … 병원장 '3선'

기사등록 2016/02/23 10:27:04

최종수정 2016/12/28 16:38:55

【전북=뉴시스】심회무 기자 = 전주예수병원이 사유화 논란에 휩싸여 진통을 겪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채영남 총회장) 기관인 전주 예수병원(52·권창영 병원장)이 병원장 임기 연장과 관련한 정관 변경으로 소송에 휘말린 것이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노조 예수병원지부(보건노조)는 12월 2일 예수병원을 상대로 정관 변경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120년 전 미국 남장로회가 설립, 현재 대한예수교장로회 소유로 되어 있다. 재산 규모는 4000억원대다. 호남지역의  최초 근대병원으로 전북도민과 기독교인에게 비쳐진 예수병원의 위상은 금액으로 환산 할 수 없는 역사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병원장이 최장 6년으로 제한된 병원장 임기를 3년 더 연장했다. 그러나 대한예수교 장로회 총회에서 연장 승인이 부결됐다. 그런데 총회 없이 임기가 연장되고 원장은 아예 총회와 분리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에 기독교계가 사유화라며 반발하고 노조가 법적 소송에 나서는 한편 총회가 비상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는 ▲120년만의 일탈…병원장 3선 ▲제2의 기전대학교 사태로 이어지는 예수병원 ▲부조리의 현장, 예수병원 등 총3편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병원노조, 원장 임기 연장 취소 소송 제기

 전주예수병원노조(병원노조)는 지난해 12월말 병원 원장 임기 연장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권창영 병원장이 자신의 임기를 3년 더 연장하는 과정이 불법 내지 부적절하다는 것이었다.  권 원장이 전북도에 임기 연장 승인을 위해 제출한 대한예수교 장로회 회장 직인이 찍인 승인 서류와 이사회 회의록이 모두 법적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승인서류는 대한예수교 장로회 총회나 이사회 회의를 거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원장의 개인적 청탁에 의한 사적 서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총회는 이미 승인을 불허한 상태였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관계자들도 같은 의견을 내고 있고 총회는 조사에 나선 상태다.

 또 권 원장이 전북도에 제출한 이사회 승인 회의록도 법적 효력 논란이 붙어 있다. 2014년 이사회 회의록은 2015년 총회에서 부결된 사안이다. 법조계는 총회 부결 안건은 부결 직후 법적 효력을 상실한다고 해석을 내렸다. 권 원장은 이 같은 서류를 제출한 것이다.

 전북도도 문제의 인식을 같이 하고 법의 최종 판단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논란의 시작… 120년만의 원장 임기 연장 

 2015년 11월 9일. 전북도는 전주예수병원이 제출한 원장 임기 연장을 담은 정관 개정안을 승인했다.  당초 예수병원 원장 임기는 3년이고 한 번에 한해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전통적으로 6년이 원장 임기였다.

 전주예수병원은 이번에 두 번까지 제한된 원장 임기를 3번까지 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한 것이다.  기독교 법인(예수교장로회)인 예수병원의 원장 임기를 3선으로 연장한 것은 120년만의 일이다.

 일단 권 원장은 3선의 첫 대상이 됐다. 권 원장은 오는 4월 중순 재선의 임기를 만료한다.  지난 2010년 4월 원장에 올랐다. 일단 권 원장의 3선 취임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치밀한 연장 작업…총회선 불가 방침

 권 원장은 재선에 오르자마자 3선 연임 작업에 나섰다. 사실 지난해 11월 전북도 승인이 났지만 내부적으로는 2년반 이상 걸린 작업이다.

 권 원장은 재선 취임 직후 3선 정관 변경에 나선 이후 1년만인 지난 2014년 5월 26일 예수병원 이사진으로부터 변경 승인을 받아냈다. 그러나 예수병원 정관 변경(정관 제35조) 은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권 원장은 병원 이사회 승인을 받고도 총회 승인 절차를 1년 넘게 미룬다. 재임 초부터 서둘렀던 것과 대조적인 일이다.  

 예수병원 관계자들은 권 원장이 ‘다른 수’를 생각했다고 말하고 있다. ‘다른 수’란 ‘서남대인수’다.  정부가 서남대 이사장이었던 이홍하씨를 구속하고 3자 인수를 위한 절차에 돌입하자 권 원장은 이에 뛰어 들었다.

 예수병원이 서남대를 인수하면 예수병원 자체를 기독교 법인이 아닌 학교 법인화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예수병원이 학교법인이 되면 원장 연장을 위해 총회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학교법인 자체의 수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공인 회계법인으로부터 사실상 존립이 어렵다는 경영부실 판정을 받은 예수병원으로선 서남대 인수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2015년 3월 서남대의 인수권은 우선 명지병원으로 넘어갔다.

 권 원장은 서남대가 무산되자 1년전 이사회를 통과한 임기 연장안을 총회에 제출했다. 2015년 6월 제출했고 이해 9월 대한예수교장로회 제 99회 총회에 상정됐다. 그러나 총회에서는 부결됐다.

 이로써 권 원장은 3선 임기 연장 건은 사실상 무산됐다. 그 뒤 5개월만인 지난해 11월 6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회장 직인이 찍인 정관 변경 승인서가 예수병원에 전달됐다. 예수병원은 이 서류를 토대로 곧바로 전북도에 서류를 제출해 임기 연장 승인을 받았다.    

  ◇병원장 임기 연장 논란 확산

 대한예수교장회 측은 임기 연장 의도 자체를 병원 사유화의 시작이라며 적극 대응에 나섰다. 총회도 연일 진상 파악을 위한 관계자 소환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권 원장 측은 자신이 취임 이후 만든 노조(복지)를 통해 임기 연장 건은 총회가 간여할 일이 아니라고 못을 박고 나섰다. 전주예수병원은 대한예수장로회 산하 기관이 아닌 유관기관이라고 주장했다. 

 병원노조와 대한예수장로회 규율부에서는 임기 연장 파문이 일자 아예 총회에서 떨어져 나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예수병원 권 원장은 “자신은 원장 연임에 뜻이 없는 사람으로 모두 이사회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주예수병원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목사 2명이 공식적으로 총회에 문제를 제기, 임기 연장을 막고 있다. 예수병원 측은 총회의 입장이 3월 초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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