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시스】강의구 인턴기자 = "디에 있데이(뒤에 있다), 저짜 우에 있데이(저쪽 위에 있다), 와 안대노?(왜 안 되냐?), 뭐라카노?(무엇이라고 했니?), 와 그라노?(왜 그러십니까?), 가뿌라(가 버려라), 이자뿟나?(잊어버렸나?), 같이 합시데이(같이 합시다), 내가 왔데이(내가 왔다). 할배(할아버지), 꽤내기, 앵구(고양이), 가분다리(진드기), 정구지(부추), 하모(암, 물론)"
표준어 중심의 어문정책으로 지방 방언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어 보존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빈번한 외래어 사용도 한몫하고 있다.
이상규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전 국립국어원장)는 "언론에서는 제주도 방언만 위기인 것처럼 나오지만 영남방언도 사라져 가고 있다"며 "지나치게 표준어 중심적인 어문정책으로 지역 언어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현실에서 지자체들의 방언보존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전체 생활 언어 중 표준어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경상도 방언이라고 한다. 이 지역은 '동남방언'(영남방언)으로 불린다.
드라마나 영화 등 대중매체에서도 심심찮게 사용되는 방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용한다고 해서 온전히 보존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제주어의 경우 2010년 12월 유네스코 지정 '사라지는 언어' 단계 중 4단계인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로 등재된 바 있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어발전위원회'를 구성, 제주어 보전을 위한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렇다면 영남지역 방언은 상황은 어떠한가.
전문가들은 영남방언도 특유의 억양은 유지되고 있지만, 대상을 표현하는데 세분화 되어 있던 단어들이 통합되면서 언어의 단순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언하고 있다.
예컨데 시아버지를 뜻하는 '사랑어른', 어수선하다는 뜻의 '칠레촬레', 재빨리를 말하는 '널름', 바빠서 정신이 없다는 뜻의 '홍돈홍돈' 등과 같이 해당 지역만의 개성있는 방언들이 사라져 활자로만 남아있다.
이상규 경북대 교수는 "언어는 언어사용권자들의 생태환경에 따라 변화한다"며 "언어가 사라지는 것은 고유한 생태환경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사투리가 감소하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청년층이 취업과 학업을 위해 사투리를 포기하고 표준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 입사를 준비 중인 취업준비생 김모(28)씨는 "지방 사람이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취업을 준비할 때 표준어를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면접 때 사투리를 쓰면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초등학생 딸을 둔 주부 양모(37)씨는 "집에서는 되도록 표준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한다"며 "사투리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표준어를 먼저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이 지역 사투리의 생태계가 변화하는데도 경북도는 90년대 중반 이뤄진 지역 방언수집 이후 별다른 방언관련 사업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대구시도 사정은 마찬가지. 방언관련 자료수집이나 문화콘텐츠로의 활용이 전무한 상태다.
반면 경북 안동시의 경우 2009년부터 안동문화원 주관으로 '안동사투리경연대회'를 열어왔다. 지난해 5회 대회에선 안동사투리대회가 아닌 '경북도사투리경연대회'로 대상을 넓혀 경북 봉화군, 문경시, 영덕군, 김천시 다양한 지역에서 참가했다.
안동문화원 관계자는 "지방사투리의 무형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기위해 매년 대회를 열고 있다"며 "지역의 언어는 그 지역 사람들의 얼과 정서가 담겨있는 소중한 재산"이라고 피력했다.
방언학자나 전문가들은 "경북도와 대구시에서 자체적으로 방언사전을 편찬하는 등 자료를 수집하고 보존하는 단체를 구성해 방언을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제작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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