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과학수사의 날…혈흔·장문 분석에서 3D 몽타주까지 기법도 첨단진화

기사등록 2013/11/03 17:27:47

최종수정 2016/12/28 08:18:28

【서울=뉴시스】안호균 기자 = 충북경찰청 신강일 경사는 2002년 과학수사와 인연을 맺은 이래 11년동안 모두 521건의 현장을 감식했으며 영상 분석, 범죄 분석, 최면수사, 화재 감식 등에도 두루 참여하고 있는 베테랑 수사관이다.

 신 경사는 지난 6월 지문 채취, 화재현장 감식, 미세증거 분석 등 한국의 과학수사 기법을 전수하기 위해 과테말라를 방문했다. 이 곳에서 그는 실제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데 기여했다.

 살인사건 감정물 중에는 범인이 만진 깨진 유리조각이 있었지만 과테말라는 시약을 활용하고 있지 않아 지문을 채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신 경사는 본드를 사용한 기체법을 적용한 뒤 시약(Basic Yellow)을 사용해 지문을 채취했다. 과학수사 기술이 부족한 과테말라에 한국의 앞선 과학수사 기법을 알린 쾌거였다.

 과학수사는 자연과학·사회과학 등 과학적 지식과 기구·시설을 이용하는 합리적인 수사 기법을 의미한다.  한국 경찰의 과학수사 역사는 1948년 11월 내무부 치안국에 설치된 '감식과'에서 시작됐다.

  이후 65년간 과학수사 기법은 비약적으로 발전해 국외에 전수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사법환경 변화에 따라 증거 중심주의가 강조되면서 수사와 과학의 융합이 경찰의 필수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혈흔·장문으로 범인 잡는다…다양한 과학수사 기법들

 과학수사 활동 과정에서는 다양한 기법들이 활용된다. 대표적인 것이 지문과 유전자(DNA) 증거 분석이다. 한국 경찰의 지문과 유전자를 이용한 신원확인 기법은 2004년 '동남아 쓰나미 사건', 2006년 '서래마을 영아 살해사건' 등을 해결하면서 세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또 경찰청 과학수사센터는 2000년대 중반부터 '미세증거'와 '혈흔형태'로 대표되는 전문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미세증거 분석은 섬유, 페인트, 유리, 먼지 등 범죄현장에 남아있는 작은 증거를 통해 범죄의 단서를 잡아내는 기법이다. 현미경을 통해서만 관찰이 가능하기 때문에 채취 난이도가 매우 높지만 범인 입장에서도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자백을 받아내는 데 결정적 단서가 되기도 한다.

 혈흔형태 분석은 사건 현장에서 핏방울의 위치, 크기, 모양 등을 관찰해 사건 발생 당시 일어났던 일들을 시간 순서대로 재구성하는 기법이다. 지난해 4월 발생한 대전 동부 판암동 살인사건의 경우 지문 등의 증거를 사용할 수 없었지만 혈흔형태 분석을 통해 유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최근 1~2년 사이에는 장문과 체취 증거도 과학수사에 활용되고 있다.

 장문분석은 지문을 남기지 않는 지능범에 대비해 지문보다 식별이 용이한 손바닥 지문을 활용하는 기법이다. 지난 4월 발생한 부산 편의점 강도 사건의 경우 현장에 남은 단 한개의 장문만으로 용의자를 범인으로 확정했다.

 체취증거 분석은 후각이 예민한 개를 이용해 범인을 가려내거나 시신을 찾아내는 기법이다. 경찰은 현재 경찰견 8마리를 체취증거견으로 활용해 최근 1년간 7구의 시신을 조기 발견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에는 걸음걸이 분석 기법과 수중 과학수사 기법이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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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음걸이 분석은 CCTV에 촬영된 인물과 용의자의 걸음걸이 특징을 비교·분석하는 기법이다. CCTV 화면에서 얼굴 식별이 힘들 경우 활용된다. 지난 5월 원세훈 국정원장 자택 화염병 투척 사건 당시 걸음걸이 분석이 활용됐다. 경찰은 올해 안으로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전공 의사 등 걸음분석 전문가 그룹을 구성해 현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수중 과학수사는 물 속에 시신이나 차량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 사진·비디오 촬영, 기록·증거 수집, 증거보존 인양 등을 하는 방법이다. 경찰은 지난달 잠수 등 기본 능력을 갖춘 12명의 경찰관에 대해 1차 수중 과학수사 교육을 실시했고 연말까지 장비를 갖춰나갈 계획이다.

 ◇과학수사 65년…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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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은 제 65회 '과학수사의 날'이다. 과학수사는 지난 65년간 혁신과 성장을 거듭해 국외에 전수하는 단계에 이르렀지만 경찰은 아직도 새로움에 목마르다.

 현재 국내에는 350만대 이상의 CCTV가 운용되고 있고 대부분의 차량에도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다. 따라서 영상 장비가 수사에 활용되는 빈도 또한 점점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CCTV와 블랙박스 속의 용의자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어 신원확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점이 있다.

 경찰청은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촬영된 용의자의 얼굴과 경찰이 보유하고 있는 범죄자의 얼굴을 비교해 자동으로 신원을 확인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자동 얼굴인식 시스템은' 2D(평면)로 촬영된 범죄자 사진을 3D로 입체화하는 기능까지 갖추게될 예정이다.

 또 지문검색시스템(AFIS)을 고도화하고 지문 재검색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미제 사건 해결 건수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만 17세 이상의 주민은 각 지역 주민센터에서 지문 등록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은 스캐너로 지문을 등록하고 전산으로 경찰청까지 송부되는 시스템으로 개선된다.

 과학수사의 전문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체계화된 교육 역시 필수적이다. 경찰은 지난 9월 아산의 신청사로 이전한 경찰수사연수원에 가상 범죄현장, 전문기법별 실습실, 모의 법정 등을 확충해 실무교육의 질을 한 차원 높일 예정이다.

 또 경찰, 해양경찰, 군(軍), 학계, 연구기관 등에서 244명의 전문가들은 자발적으로 10개 분야의 연구모임을 만들어 과학수사 발전 기법을 논의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날로 지능화돼 가는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은 새로운 기법을 끊임 없이 연구하고 도입해 국민의 안전을 지켜나갈 것"이라며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 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해  정부 3.0 프로젝트에도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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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과학수사의 날…혈흔·장문 분석에서 3D 몽타주까지 기법도 첨단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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