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홍세희 기자 = 한국의 해외 아동 대상 성 착취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필리핀에서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 착취와 코피노(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2세) 피해 사례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 아동 성적착취 반대단체인 ECPAT 한국지부(탁틴내일)는 지난해 7월2일부터 6일까지 필리핀 마닐라, 세부, 앙헬레스 지역에서 피해 여성과 지원 단체를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벌인 결과를 토대로 성 착취 실태를 밝혔다.
◇"골프 관광 온 한국 남성들, 집단 성매매"
필리핀은 20대 초반 학생부터 중장년 사업가, 근로자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한국 남성들이 성매매를 한다. 이 중 성 관광을 오는 남성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A 필리핀 성 착취 피해자 지원 단체 관계자는 "(필리핀 성매매 한국 남성들은)대부분 골프 관광객"이라며 "한국 남자들은 다른 국가와는 다르게 그룹으로 몰려 다닌다"고 밝혔다.
피해여성 B씨는 "한국 남성들은 여자 3명이 옷을 벗고 춤을 추게 한 후 소리를 지르고 좋아했다"며 "한국 남자들은 요구한대로 하지 않으면 돈을 주지 않고 만족을 못하면 다른 여자를 데리고 오라고 한다"고 말했다.
현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남성들은 보통 무리를 지어 다니며 성매매를 한다.
한국 남성들은 직장 동료들이나 거래 고객들과 함께 그룹으로 성매매를 하는 '접대 문화'를 갖고 있는데 이러한 형태가 필리핀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어학연수 온 어린 학생들도 성매매"
필리핀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영어 어학연수가 가능해 필리핀을 찾는 젊은 남성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성매매를 하는 남성들의 연령대가 10~20대 초반으로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피해여성 C씨는 "처음에는 여자친구라도 된 것처럼 잘 해줬는데 호텔 안에 들어가니 나를 동물 취급하기 시작했다"며 "가학적인 성관계를 맺은 후 돈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필리핀 여성들은 한류 등의 영향으로 한국 남성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어 문제가 되기도 한다.
한 피해자 지원 단체는 "필리핀 여대생들은 한국 연예인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며 "최근 한 한국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 남성은 자상하고 친절할 것이란 환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피해 여성은 "한국 유학생과 만나다가 동거를 했다"며 "함께 있는 동안 남자친구, 여자 친구가 된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유학생들은 필리핀 성매매 여성들과의 관계를 '교제'로 발전시킨다.
젊은 필리핀 성매매 여성들은 한국 남성과 성매매로 관계를 시작해 성 관계에 내제된 친밀함과 한국 남성에 대한 환상을 바탕으로 이러한 관계가 사랑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믿기도 한다.
◇현지 처(妻)와 코피노 문제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파견을 간 근로자나 현지 기반의 자영업자 등은 필리핀에 장기적으로 거주하거나 방문하면서 성 착취를 일삼기도 한다.
한 지원 단체는 "필리핀 여성들은 가난을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 부자인 사람과 결혼하거나 외국인과 결혼하는 것을 신분상승으로 생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국 남성의 대부분은 필리핀 여성과 성 관계시 피임을 하지 않아 임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필리핀은 가톨릭 국가로 낙태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한국 남성의 아이를 임신한 필리핀 여성은 결국 코피노를 출산한다.
한 피해여성은 "아이 아빠가 일하던 공장에 연락했는데 이미 한국에 들어갔다는 얘기만 들었다"며 "다른 사람과 결혼을 했고 아이도 있다고 들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피해여성은 "한 두달 정도 만났는데 임신을 했다. 임신 한 상황에서도 만남을 가졌다. 그러나 돈을 달라고 요구하고 싶지도 않다"고 밝혔다.
코피노들은 현재도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과 아버지의 부재를 경험하고 있다.
한국 남성의 무분별한 성매매와 성 착취가 필리핀 여성 뿐 만 아니라 코피노들마저 착취의 피해자로 만든 것이다.
탁틴내일은 "성매매가 불법임에도 성매매가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상대적으로 빈곤한 필리핀 여성들에게 행해지고 있는 성 착취는 가난한 자에 대한 반인륜적 행위"라며 "이러한 문제에 대한 자각과 근절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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