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조광래(57)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7일 전격 경질됐다. 대한축구협회(회장 조중연)는 기술위원회의 정식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경질을 통고해 조 감독은 물론 축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터진 조 감독 경질 파문은 이런저런 뒷이야기를 남겼다. 조 감독의 퇴진과 함께 팬들이 그의 축구에 붙여준 애칭 ‘만화축구’도 중간에 접을 수밖에 없게 됐다.
▲절차 무시한 축구협회의 감독 경질
황보관(46)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7일 저녁 조광래 감독을 만나 회장단 등과 협의한 결과라며 감독직 경질 사실을 통보하고 다음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공식 발표했다. 황보 위원장은 조 감독의 경질 사유로 지난 8월 열린 한일전 0-3 패배와 11월15일 치른 레바논과의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원정경기 1-2 패배를 들며 이대로는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진출과 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이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내년 2월 말로 예정된 쿠웨이트와의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있는 마당에 사령탑을 급작스럽게 경질할 만큼 사안이 긴급했느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또한 경질 사실 자체보다 축구협회가 취한 경질 과정에 대한 비판 또한 거셌다.
국가대표 감독의 선임과 경질을 결정하는 곳은 기술위원회다. 황보 위원장은 공식적인 기술위원회를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았고 5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회장단과 협의한 뒤 경질 결정을 내렸다. 이는 기술위~이사회~회장 결재라는 정상적인 절차가 무시된 잘못된 것이었다.
김진국 협회 전무는 “절차상, 정관상 문제가 될 수는 있다. 신임 기술위가 구성되더라도 다음 경기(쿠웨이트)까지 시간이 촉박하다. 그래서 위원장이 회장단과 결정을 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또 “최종 결정에서 회장의 재가를 받았다. 우리가 작은 절차는 안 거쳤지만 큰 절차에서는 제대로 이어갔다”며 아전인수적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김 전무의 이 같은 발언은 조 감독의 경질에 있어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조 감독의 경질을 둘러싼 의혹
축구협회는 조광래 감독 경질 사유를 대표팀의 불안한 전력 때문이라고 했다. 조 감독은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을 앞두고 선수 차출 문제를 놓고 올림픽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홍명보 감독과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 과정에서 이회택 전 기술위원장과 선수선발 권한 문제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조 감독은 임기 내내 기술위원회와 삐그덕거린 끝에 새롭게 부임한 황보 기술위원장에 의해 경질을 통보받았다.
그러나 이것은 겉으로 드러난 이유일 뿐 근원은 차기 회장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정치적인 문제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조 감독은 축구계에서는 잘 알려진 대표적인 야권 인사이다. 전임 정몽준 회장은 물론 현 조중연 회장 체제 집행부의 잘못된 것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조 회장이 임기를 1년여 남기고 있는 가운데 그가 전임 회장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축구외교력 실종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조 감독이 지지했던 허승표(65) ㈜피플웍스 회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회장직 재도전 의사를 내비치는 등,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회장 선거는 2013년 1월 열릴 예정이다. 허 회장은 지난 2009년 선거에서 조 회장에게 8표차(10-18)로 졌다. 허 회장은 조 감독과 같은 경남 진주 출신으로 연세대축구부 선·후배 사이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조 감독은 지난 회장선거에서도 허 회장을 지원한 바 있다. 때문에 조 회장과 현 집행부 인사들에게는 조 감독이 부담이 될 수 있다.
▲미완성에 그친 ‘만화 축구’
조광래 감독은 지난해 7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자마자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 기존 대표팀의 스타일과 다른 스페인대표팀이 지향하고 있는 아기자기하고 빠른 패스 위주의 축구로 색깔을 입혀 갔다. ‘만화축구’라는 말 그대로 만화에서나 가능한 플레이라고 해서 팬들이 붙여준 애칭이다.
이 같은 새로운 시도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르며 다져졌던 선수들을 손흥민(19·함부르크), 윤빛가람(21·경남), 구자철(22·볼프스부르크) 등 파워 있는 젊은 선수들로 대거 물갈이했기 때문이었다. 조 감독은 주위의 우려를 불식했다. 지난 1월 열린 도하아시안컵에서 3위에 그치기는 했으나 구자철의 가능성을 발견했고 빠른 템포에 이은 짧고 정확한 패스를 내세워 자신이 추구하는 만화축구를 만들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조광래호의 승승장구는 박지성(30·맨유)과 이영표(34·밴쿠버)의 은퇴로 암초를 만났다. 젊은 선수들을 이끌어 줄 경험 많은 두 베테랑이 빠져 크게 흔들렸다. 또한 이청용(23·볼튼)과 기성용(22·셀틱)의 부상으로 드러난 백업 선수의 부재도 야기됐다. 이청용의 공백은 서정진(22·전북)이 메웠으나 기성용의 공백은 컸다. 전방으로 적절한 패스를 뿌려줄 선수가 없었다. 그를 대신해 홍정호(22·제주유나이티드)와 구자철 등이 대안으로 꼽혔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조 감독은 9일 있은 사임 기자회견에서 “축구 선진화를 위해 노력했다고 자부한다. 지금까지 한국축구가 못했고 할 수 없었던 부분, 포기했던 것,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것 등을 과감하게 추진해왔다”고 주장했다. 일본 출신 대표팀 코치인 가마는 “아시안컵 이후 중요한 선수(박지성·이영표) 등이 빠졌고 다시 팀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시간이 부족했다”며 만화축구가 미완성에 그친 것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email protected]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57호(12월26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절차 무시한 축구협회의 감독 경질
황보관(46)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7일 저녁 조광래 감독을 만나 회장단 등과 협의한 결과라며 감독직 경질 사실을 통보하고 다음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공식 발표했다. 황보 위원장은 조 감독의 경질 사유로 지난 8월 열린 한일전 0-3 패배와 11월15일 치른 레바논과의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원정경기 1-2 패배를 들며 이대로는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진출과 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이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내년 2월 말로 예정된 쿠웨이트와의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있는 마당에 사령탑을 급작스럽게 경질할 만큼 사안이 긴급했느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또한 경질 사실 자체보다 축구협회가 취한 경질 과정에 대한 비판 또한 거셌다.
국가대표 감독의 선임과 경질을 결정하는 곳은 기술위원회다. 황보 위원장은 공식적인 기술위원회를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았고 5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회장단과 협의한 뒤 경질 결정을 내렸다. 이는 기술위~이사회~회장 결재라는 정상적인 절차가 무시된 잘못된 것이었다.
김진국 협회 전무는 “절차상, 정관상 문제가 될 수는 있다. 신임 기술위가 구성되더라도 다음 경기(쿠웨이트)까지 시간이 촉박하다. 그래서 위원장이 회장단과 결정을 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또 “최종 결정에서 회장의 재가를 받았다. 우리가 작은 절차는 안 거쳤지만 큰 절차에서는 제대로 이어갔다”며 아전인수적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김 전무의 이 같은 발언은 조 감독의 경질에 있어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조 감독의 경질을 둘러싼 의혹
축구협회는 조광래 감독 경질 사유를 대표팀의 불안한 전력 때문이라고 했다. 조 감독은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을 앞두고 선수 차출 문제를 놓고 올림픽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홍명보 감독과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 과정에서 이회택 전 기술위원장과 선수선발 권한 문제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조 감독은 임기 내내 기술위원회와 삐그덕거린 끝에 새롭게 부임한 황보 기술위원장에 의해 경질을 통보받았다.
그러나 이것은 겉으로 드러난 이유일 뿐 근원은 차기 회장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정치적인 문제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조 감독은 축구계에서는 잘 알려진 대표적인 야권 인사이다. 전임 정몽준 회장은 물론 현 조중연 회장 체제 집행부의 잘못된 것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조 회장이 임기를 1년여 남기고 있는 가운데 그가 전임 회장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축구외교력 실종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조 감독이 지지했던 허승표(65) ㈜피플웍스 회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회장직 재도전 의사를 내비치는 등,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회장 선거는 2013년 1월 열릴 예정이다. 허 회장은 지난 2009년 선거에서 조 회장에게 8표차(10-18)로 졌다. 허 회장은 조 감독과 같은 경남 진주 출신으로 연세대축구부 선·후배 사이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조 감독은 지난 회장선거에서도 허 회장을 지원한 바 있다. 때문에 조 회장과 현 집행부 인사들에게는 조 감독이 부담이 될 수 있다.
▲미완성에 그친 ‘만화 축구’
조광래 감독은 지난해 7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자마자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 기존 대표팀의 스타일과 다른 스페인대표팀이 지향하고 있는 아기자기하고 빠른 패스 위주의 축구로 색깔을 입혀 갔다. ‘만화축구’라는 말 그대로 만화에서나 가능한 플레이라고 해서 팬들이 붙여준 애칭이다.
이 같은 새로운 시도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르며 다져졌던 선수들을 손흥민(19·함부르크), 윤빛가람(21·경남), 구자철(22·볼프스부르크) 등 파워 있는 젊은 선수들로 대거 물갈이했기 때문이었다. 조 감독은 주위의 우려를 불식했다. 지난 1월 열린 도하아시안컵에서 3위에 그치기는 했으나 구자철의 가능성을 발견했고 빠른 템포에 이은 짧고 정확한 패스를 내세워 자신이 추구하는 만화축구를 만들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조광래호의 승승장구는 박지성(30·맨유)과 이영표(34·밴쿠버)의 은퇴로 암초를 만났다. 젊은 선수들을 이끌어 줄 경험 많은 두 베테랑이 빠져 크게 흔들렸다. 또한 이청용(23·볼튼)과 기성용(22·셀틱)의 부상으로 드러난 백업 선수의 부재도 야기됐다. 이청용의 공백은 서정진(22·전북)이 메웠으나 기성용의 공백은 컸다. 전방으로 적절한 패스를 뿌려줄 선수가 없었다. 그를 대신해 홍정호(22·제주유나이티드)와 구자철 등이 대안으로 꼽혔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조 감독은 9일 있은 사임 기자회견에서 “축구 선진화를 위해 노력했다고 자부한다. 지금까지 한국축구가 못했고 할 수 없었던 부분, 포기했던 것,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것 등을 과감하게 추진해왔다”고 주장했다. 일본 출신 대표팀 코치인 가마는 “아시안컵 이후 중요한 선수(박지성·이영표) 등이 빠졌고 다시 팀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시간이 부족했다”며 만화축구가 미완성에 그친 것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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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57호(12월26일자)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