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물<115>서혜림은 쾌감에 전율했다

기사등록 2011/03/11 00:11:00

최종수정 2016/12/27 21:50:28

【서울=뉴시스】원작 박인권·글 유운하  

 ◇제23화 국모회(國母會)여자들<115회>

 “자아, 여기서 샤워 하세요. 어차피 비싼 호텔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니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누려야 하지 않겠어요?”

 놀랍게도 서혜림은 하도야를 월풀의 욕조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 욕실로 안내했다. 방금 전에 목욕을 마친 서혜림의 향기가 탕 안에 가득했다. 특이한 냄새는 칼라차크라 허브향 이었다.

 “따스한 물로 샤워하면 신진대사의 활력에 매우 좋다고 하더군요. 하검사님, 어서 씻고 나서 우리 이야기를 시작하기로 하죠.”

 하도야는 서혜림의 의도를 몰라서 적지 않게 당황스러웠다. 늦은 밤에 방문을 원한 것도 그렇지만 방문객을 욕탕으로 안내하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건가?

 “저는 항상 냉수를 사용합니다.”

 하도야는 생각과는 다른 말을 뱉어냈다. 서혜림이 고운 눈길로 바라본다. 그 눈빛에는 어떤 욕망도 발견할 수 없는 순수 그 자체였다.

 “그러시군요. 본래 냉수욕도 상당히 좋다고 해요. 그러나 저는 차가운 것 보다는 따뜻한 게 마음에 들어요.”

 서혜림이 가볍게 눈웃음을 지으며 거실로 돌아갔다. 하도야는 잠시 망설이다가 옷을 벗고 문을 잠가버렸다. 그리고 불까지 꺼버린 욕탕의 암흑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월풀 욕조를 사용하지 않고 샤워대의 냉수를 틀었다. 차가운 물이 하도야가 지니고 있는 영혼의 날을 날카롭게 씻어 내렸다.

 하도야는 언제나 그래 왔듯이 자신의 하체 중심에 손을 대었다. 풀죽은 어린 아이 마냥 고추는 잔뜩 웅크리고 있는 번데기였다. 참을 수 없는 비애가 하도야의 심장을 토막 내고 있었다. 발기가 되지 못하는 하도야의 상징은 서혜림에 대한 욕구를 더 이상 발전시킬 수 없는 영원한 장애물이란 사실에 절망했다. 욕실의 문을 잠근 것은 그나마 위안이 됐고 다행스러웠다. 적어도 서혜림에게 이처럼 비참한 몰골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하도야가 눈을 감고 전신에 비누 거품을 내고 있을 때, “하검사님!”하는 부름이 들려왔다. 바디샤워 액으로 인해 살짝 실눈을 떴던 하도야는 기겁을 하고 말았다. 서혜림이 바로 자신의 앞에 유령처럼 서있지 않은가. 기절초풍할 노릇은 서혜림이 바로 알몸이라는 사실이었다. 문은 어떻게 열었으며 불은 언제 환하게 켜 놓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욕실의 전등은 핑크와 보라의 절묘한 조합으로 인해 실내 전체를 은은하면서도 신비한 조명의 세계로 안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찬란함도 결코 서혜림의 나신을 능가하지는 못했다. ‘아름답다!’고 하도야는 인정했다. 눈부신 미모를 타고 흐르는 목선은 어깨의 균형과 솟아오른 가슴의 적나라함에 절정을 이루고 있다. 풍만 하지도,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유방은 천계의 상제만이 따 먹을 수 있는 천도복숭아다. 탐스러운 윤기와 빛깔의 조화는 환상이라 할만 했다. 굴곡진 배의 곡선을 타고 흘러내린 계곡의 비경은 차마 시선을 둘 수가 없었다. 반듯한 허벅지와 각선미는 우유빛 살결의 보드라움으로 하도야의 손길을 유혹했다. 실로 완벽한 여인의 나신(裸身)은 그 어떤 황홀함이라도 능가할 만 했다.

 “혜림씨…?”

 하도야는 심장이 터져 나갈 것만 같은 흥분이 고조되는 것을 느끼면서 서혜림의 이름을 불렀다. 서혜림은 이미 이런 상황을 대비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 날을, 이 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목소리는 고혹적이었고, 향기는 자극적이었다. 그리고 놀라운 기적이 하도야에게 발생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뿌리가 살아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하도야의 물건이 그녀의 목소리와 향기로 인해 미세한 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아아!”

 하도야의 입에서 탄성이 흐르는 그 짧은 순간에 하도야의 남자가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불기둥이 돼 일어났다. 하도야와 서혜림은 서로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합쳐졌다. 하도야는 이성을 상실하고 짐승처럼 굴었다. 하도야는 오랜 기간 굶주렸던 한 마리 야생 동물이었다. 포악하고, 거침없이 서혜림의 발가벗은 육체를 갈기갈기 찢어 죽일 듯이 쇄도해 들어갔다. 평생을 발기하지 못했던 하도야의 상징물이 서혜림의 계곡 속으로 입궁을 시도하는 순간에 하도야는 감격에 울었고, 서혜림은 쾌감에 전율했다. 하도야는 이 신기한 상황이 절대 꿈이 아니기를 바라고 또 바랬다.

 하지만 서혜림의 절정음과 동시에 자신의 정액이 폭죽이 돼 터지는 순간, 아랫도리 부근이 적셔지는 기분이 들어 눈을 번쩍 뜨고 만다. 몽정(夢精)이었다. 단지 위안이 되는 것은 이번에 꿈속 대상이 서혜림이었고, 지난 번 꿈속 정사 이후 100일이 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후아 후아~.”

 하도야는 들숨과 날숨을 길게 뿜어냈다. 아쉬움보다도 더 큰 안타까움이 하도야를 엄습했다. 이제 하도야는 다시 샤워대로 갈 것이고, 차디찬 냉수를 온 몸에 끼얹을 것이다. 그리고 오열을, 소리 없는 오열을 그렇게 울게 될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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