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숨진 러 페스트연구소…10년 넘게 안전 문제 지적받아

기사등록 2026/10/30 16:49:39 최종수정 2026/10/30 17:10:24

6월 오염 제거 대책·약품 비축 미비…9월엔 비상계획·책임자 교육 지적

WHO 다섯 차례 정보 요청…러 “페스트 사망·연구소 사고 아냐”

[이르쿠츠크=AP/뉴시스] 날짜 미상의 러시아 이르쿠츠크 시베리아·극동 페스트방역연구소 실험실 사진 (사진=뉴시스DB) 2026.10.07.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연구원이 원인 불명의 폐렴으로 숨진 러시아 페스트 연구소가 10년 넘게 당국으로부터 안전관리 문제를 지적받아 온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 시간) 온라인 기록을 인용해 러시아 시베리아의 이르쿠츠크 페스트연구소가 2015년부터 안전 규정 위반이 확인되거나 의심되는 사안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곳은 페스트와 탄저병 등의 병원체를 연구하는 시설이다.

이 연구소에서 일하던 생물학자 다리야 시필로바(28)는 지난 2일 원인 불명의 폐렴으로 숨졌다. 연구소의 안전관리 문제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러시아 비상사태부는 지난 6월 이 연구소가 건물과 장비의 오염을 제거할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염 제거·제독용 약품도 비축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경고에 포함됐다.

지난 9월에는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민방위 계획을 최신 정보에 맞춰 수정하지 않았고, 담당 책임자가 필요한 추가 교육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경고를 받았다.

앞서 2015년에는 일부 공간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자동 화재경보기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2019년에는 위험한 병원체를 취급하는 시설에 필요한 안전 문서를 갖추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WSJ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사망 경위와 위험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이달 들어 러시아 당국에 다섯 차례 추가 정보를 요청했다.

[이르쿠츠크=AP/뉴시스]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서 연구소 직원이 페스트로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인접국인 몽골이 러시아와의 접경지역에 대한 보건 감시를 강화했다. 7일(현지 시간) 러시아 이르쿠츠크의 페스트 연구소 밖에 행인들이 걸어가고 있는 모습. 2026.10.08
WHO가 지난 10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시필로바가 페스트 감염으로 숨진 것은 아니며, 연구소에서 생물안전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접촉자 검사에서 고위험 병원체가 검출되지 않았고 의학적 관찰도 종료했다고 밝혔다.

WHO는 러시아가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이번 사건과 관련한 전파가 계속되고 있다는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망자의 폐렴을 일으킨 병원체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러시아 여러 연구소에서 일하다 정치적 이유로 러시아를 떠난 미생물학자 알리사 리토프카는 WSJ에 “보건 당국이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WHO에 적극적으로 숨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공중보건 당국과 이르쿠츠크 연구소는 이번 보도와 관련한 WSJ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WSJ은 러시아와 서방의 관계 악화로 러시아 연구소의 실태를 외부에서 파악하기도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3년 미국 국무부·국방부와 공동으로 진행하던 과학협력사업에서 러시아를 철수시켰다.

미국 조지메이슨대 생물방어 대학원 프로그램 책임자인 그레고리 코블렌츠 교수는 이 조치로 미국 전문가들이 러시아 연구소 내부 사정을 파악하기가 훨씬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제재와 러시아의 국제적 고립으로 이런 어려움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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