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주거비 시위 상징' 87세 노인, 70년간 거주한 집으로 돌아갈 듯

기사등록 2026/09/29 17:21:00 최종수정 2026/09/29 18:16:23
[마드리드=AP/뉴시스] 27일(현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솔 광장에서 시위대가 지난 23일 87세 세입자 마리카르멘이 강제로 퇴거당한 것에 항의하고 세입자 보호를 위한 법률 강화를 촉구하면서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2026.09.28.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70년간 거주하던 아파트에서 강제 퇴거돼 '스페인 주거비 문제'의 상징으로 떠오른 87세 연금 생활자가 주택 소유주 측과 합의하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스페인 일간 엘 파이스와 프랑스24 등에 따르면 연금 생활자 마리카르멘 아바스칼의 변호인인 베아트리스 두로는 28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양측 모두 선의를 보였다. 관련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는 것이 목표"라며 "새로운 임대료는 아바스칼이 기존에 지불하던 금액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는 의심할 여지 없이 사회적 압력의 성과"라며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서 매일같이 벌어지는 상황을 다른 방식으로 해결한 이번 합의가 주택 문제 전반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아바스칼의 가족과 주택 소유주인 부동산업체 우르바헤스티온을 중재한 마드리드시 주택공사(EMVS)도 양측이 새로운 임대차 계약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병원에 입원 중인 아바스칼이 합의에 동의하면 계약은 효력을 갖게 된다. 임대기간은 8년, 임대료는 공동 관리비를 포함해 500유로 수준이다.

아나 데 미겔 EMVS 최고 경영자(CEO)는 "이번 합의에 따라 아바스칼은 집에 임차인 신분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며 "임대료는 순소득의 30%를 넘지 않는 수준이다. 구체적인 금액은 마리카르멘 측이 제출하는 소득신고 자료를 기준으로 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바스칼은 1956년부터 마드리드 아파트에서 거주해왔다. 부친이 당시 맺은 임대 계약은 1960년 부친이 사망한 뒤 모친에게 승계됐고 2005년 모친이 숨진 다음에는 아바스칼에게 승계됐다.

부친이 맺은 임대 계약은 '구 임대차 계약(renta antigua)'에 따라 임대료 인상이 강하게 제한되고 장기간 계약이 유지됐다. 다만 1994년 '도시임대차법(LAU)'이 제정되면서 구 임대차 계약의 세대간 승계가 제한됐고, 법원은 자녀가 2차 승계로 임차인이 된 경우 계약은 원칙적으로 2년 뒤 종료된다고 해석했다.

LAU는 승계자의 장애 인정률이 65% 이상인 경우 임대차 계약을 종신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지만 아바스칼은 공식 장애 인정률이 50%에 그쳐 예외를 인정받지 못했다.

매월 연금 1400 유로를 받는 아바스칼은 임대료와 공과금으로 매달 500유로 가량을 지불하며 거주했지만 2020년 우르바헤스티온은 임대 계약이 이미 두 차례 승계됐다는 이유로 아바스칼에게 퇴거를 통보했다. 아바스칼은 법원의 계약 종료 결정이 확정되면서 지난 23일 들것에 실린 채로 강제 퇴거됐다.

우르바헤스티온은 아바스칼이 거주 중이라는 이유로 2018년 아파트를 시세 보다 매우 낮은 가격에 구입했다. 이후 아바스칼에게 월 임대료로 2650 유로를 요구했다가 1650 유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당국과 개인, 문화계 인사들이 제안한 차액 부담이나 주택 매입 방안도 거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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