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전기차 부품 70% 유럽산' 요구…현대차·기아 득실 계산 분주

기사등록 2026/09/29 18:11:40 최종수정 2026/09/29 19:18:24

EU, 전기차 부품 70% 역내 조달 요구…이르면 2028년 시행

체코·슬로바키아 공장 강점…기아 현지 공장 전기차 비중 40% 육박

부품 현지화·튀르키예 생산분 인정은 과제…中도 현지 생산 속도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30일 튀르키예 이스탄불 인근 항구도시 이즈미트에 위치한 현대차 튀르키예 공장의 아이오닉 3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기아 커뮤니케이션센터 제공) 2026.08.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유럽연합(EU)이 역내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우대하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한국 자동차 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유럽 현지 공장을 갖춘 현대차그룹은 역내 조립 요건에는 비교적 대응 여건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부품 현지화 등 새로운 과제도 안게 됐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EU는 전기차 부품의 70% 이상을 역내에서 조달하고 역내에서 조립하도록 하는 '산업가속화법(IAA)'을 논의하고 있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구매 보조금과 공공 조달, 법인차 관련 혜택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법안은 이르면 2028년 시행될 전망이다.

이번 법안은 급증하는 중국산 전기차 공습에 대응해 안방 시장을 보호하려는 성격이 짙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8월 유럽(EU·EFTA·영국) 신차 시장은 1년 전보다 5.3% 성장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비야디(BYD)·상하이자동차(SAIC)·체리·립모터 등 중국 4개 브랜드의 판매량은 109.7% 급증했다. 이들의 합산 점유율도 1년 새 4.7%에서 9.3%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현대차그룹도 중국 전기차의 공세에서 자유롭지 않다. ACEA에 따르면 8월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점유율은 7.5%로 1년 전(8.7%)보다 1.2%포인트 낮아졌다.

다만 법안이 현실화될 경우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체코 공장과 기아 슬로바키아 공장을 확보하고 있어 역내 조립 요건에는 비교적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기아는 9일 PV5 카고 모델이 유럽의 신차 안전성 평가 프로그램인 '유로 NCAP(The European New Car Assessment Programme) 상용 밴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사진=기아 제공) 2025.12.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EU 규제 대상 차량의 약 45%를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어 규제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특히 유럽 판매용 전기차 대부분을 역외에서 생산해 수입하는 일본 완성차 업체들에 비하면 사정이 한결 낫다는 평가다.  

현지 공장의 전동화 전환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기아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의 8월 출하량 중 전기차(EV2·EV4) 비중은 39.3%로 1년 전(11.2%) 대비 대폭 상승했다.

현대차 체코 공장 역시 8월 출하량의 절반가량을 코나 일렉트릭과 투싼 하이브리드 등 전동화 모델로 채웠다.

하지만 부담 요소도 적지 않다. 부품 70% 기준을 충족하려면 배터리와 구동계 등 핵심 부품의 역내 조달 비중을 대폭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부터 튀르키예 이즈미트 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한 유럽 전략형 소형 전기차 '아이오닉3'도 변수다.

튀르키예는 EU와 관세동맹을 맺고 있으나 회원국은 아니어서, 완제차 최종 조립 시 역내 생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여기에 강력한 경쟁 상대인 BYD가 올 4분기 헝가리 공장 양산을 앞두는 등 중국 업체들도 현지 생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현지에서 전략 차종을 생산하고 있고 부품 공급망도 함께 진출해 있어 긍정적인 부분이 있지만, 부품 조건까지 모두 충족할 수 있을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U는 유럽의회와 이사회 논의를 거쳐 오는 12월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으로, 부품 비율 산정 방식과 역외 생산분 인정 범위 등 세부 기준도 이때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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