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수소 저장량 지키면서 기화 손실은 줄인다"

기사등록 2026/09/29 09:52:56 최종수정 2026/09/29 10:44:23

UNIST·이화여대·유럽 연구진, MOF 활용 가능성 확인

IRMOF-20 수소 완전 기화까지 221일…실제 탱크 실증은 과제

[울산=뉴시스] 사진 왼쪽부터 UNIST 오현철 교수, 독일 뮌헨공과대학교 박지태 박사, 이화여자대학교 문회리 교수, UNIST 박재우 박사. (사진=울산교육청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 액화수소 탱크에 수소를 흡착하는 다공성 소재를 넣으면 저장 가능한 수소의 양은 거의 유지하면서도 열에 의한 기화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 오현철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문회리 교수, 독일 뮌헨공대 박지태 박사 연구팀은 29일 금속유기골격체(MOF·Metal-Organic Framework)를 이용해 액화수소의 저장·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증발 손실을 줄이는 방법을 흡착 실험과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해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고 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액화수소’는 저장·운송 과정에서 외부 열이 탱크 안으로 들어올 경우 일부가 기체로 변하는 '증발 손실(boil-off)'이 발생하는데 탱크 내부에 수소를 흡착할 수 있는 다공성 소재를 넣어 수소의 기화를 늦출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MOF는 금속 이온과 유기 분자가 결합해 만들어진 다공성 소재로 내부에 나노미터 크기의 미세한 기공이 촘촘하게 형성돼 있다. 기공에 수소가 흡착되면 수소가 기공 벽에 붙잡혀 다시 빠져나오는 데 추가적인 에너지가 필요한데 탱크 안으로 들어온 열에너지의 일부가 이 과정에 사용되면서 액화수소의 기화를 늦추게 된다.

연구팀은 MOF의 구조에 따른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IRMOF-20'과 'MIL-53'을 비교했다. IRMOF-20은 큰 기공을 가지면서 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반면 MIL-53은 수소가 흡착될 경우 기공의 크기와 형태가 변하는 특성이 있다.

시뮬레이션 결과 IRMOF-20을 탱크에 적용했을 때 이론상 저장 가능한 수소의 양은 MOF를 넣지 않은 경우의 약 97%를 유지했다. 다공성 소재가 탱크 내부 공간을 차지하는데도 저장량 감소가 크지 않은 것이다.

대신 수소가 모두 기화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크게 늘었다. MOF가 없는 경우 약 64일이 걸렸지만 IRMOF-20을 적용하면 약 221일로 늘어나, 완전 기화까지 걸리는 시간이 3배 이상 길어졌다고 연구팀을 전했다.

[울산=뉴시스] 다공성 소재인 MOF를 활용한 액화수소 증발손실(boil-off) 저감 원리. (사진=UNIST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MOF 기공 내부에서 수소가 액체수소보다 더 높은 밀도로 모일 수 있기 때문에 저장량 감소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수소 흡착량과 기공 부피를 바탕으로 계산한 수소 밀도도 액체수소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성자 산란 실험에서는 기공 안의 수소가 자유롭게 회전하지 못하는 현상도 관찰돼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MIL-53 역시 수소의 기화를 늦추는 효과를 보였다. 특히 수소를 더 높은 온도까지 붙잡아 두는데는 IRMOF-20보다 유리했다. 다만 저장 가능한 수소의 양이 MOF를 넣지 않은 경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 소재의 구조에 따라 저장용량과 기화 억제 효과 사이에 차이가 보였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액화수소 저장용 MOF를 설계할 때 단순히 수소 흡착량만 보는 게 아니라 기공 부피와 수소 저장 밀도, 흡착된 수소가 방출되는 특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오현철 교수는 "기공의 부피와 수소를 조밀하게 저장하는 능력, 흡착된 수소가 방출되는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다공성 소재를 탱크에 넣더라도 저장량을 거의 유지하면서 운송 중 증발 손실을 줄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는 MOF의 이론적 최대 성능을 기준으로 한 시뮬레이션 결과인 만큼 실제 액화수소 저장탱크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는 추가 실증이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는 UNIST 박재우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프랑스 라우에-랑주뱅 연구소(Institut Laue-Langevin)의 모니카 히메네스-루이스(Monica Jiménez-Ruiz) 박사, 독일 헬름홀츠 베를린 연구소(Helmholtz-Zentrum Berlin)의 마르가리타 루시나(Margarita Russina) 박사 등이 공동 참여했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교육부 국가연구소(NRL 2.0) 사업 '멀티스케일 물질 및 시스템 연구소'와 한국연구재단 BrainLink 사업 '한-EU 글로벌 수소 연구교류 및 첨단인력양성 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_Nature Communications에 9월 7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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