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먹통' 일주일째…'부실 매뉴얼·민간 독점'에 흔들린 대입

기사등록 2026/09/18 06:02:00 최종수정 2026/09/18 06:44:14

총 1588건 구제 신청 중 414건 구제 대상 확정

1등급 장애에 매뉴얼 따라 대응했지만 후폭풍

매뉴얼에 장애 및 접수 연장 안내·경쟁률 부재

유웨이·진학사 민간업체 독점에 관리 사각지대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성윤석(오른쪽) 유웨이 대표이사와 이기정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 14일 서울 금천구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수시 원서접수 전산 장애 관련 사과를 하고 있다. 2026.09.14.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2027학년도 대입에서 사상 초유의 수시 원서 접수 먹통 사태가 벌어진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후폭풍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시스템 장애로 원서를 내지 못한 414건은 구제됐으나, 일부 대학이 경쟁률을 공개한 상태에서 접수가 연장되며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간업체 두 곳이 독점해 온 원서 접수 구조가 이번 먹통 사태를 낳았고, 허술한 대응 매뉴얼이 불공정 논란을 키웠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날 교육부는 1588건의 구제신청 가운데 414건을 최종 구제 대상으로 확정했고, 이 중 354건은 접수가 완료됐다. 구제 대상임에도 접수를 포기한 사례는 60건이었다.

지난 11일 수시 원서 접수 마감을 10분 앞둔 오후 5시50분부터 오후 6시20분까지 유웨이어플라이에서 시스템 장애가 발생하면서 접수에 차질을 빚은 수험생들이 속출했다. 원서가 저장된 데이터베이스 서버 연결구를 업그레이드한 뒤 버그(오류)가 발생했고, 트래픽이 전년보다 30% 급증했다는 것이 유웨이어플라이 측의 설명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교육부는 매뉴얼에 따라 마감 시간을 오후 7시까지 늦췄지만, 원래 마감 시각인 오후 6시 직후 경인교대·국립부경대·동아대·신라대·한동대 등 17개 대학이 경쟁률을 발표하면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경쟁률을 미리 확인한 수험생이 연장된 시간 동안 지원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된 탓이다.

이에 교육부는 전날 "17개 대학의 경쟁률이 공개된 시점 이후 해당 대학에 원서 접수한 39건을 면밀히 분석했다"며 "경쟁률이 공개된 상태에서 이를 조회한 다음 해당 대학에 원서를 접수한 3건을 확인했고, 이 3건은 수험생 간 형평성 및 대입 공정성이 심각하게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대교협과 함게 해당 대학에 접수 취소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조치에도 접수를 포기한 60건이 경쟁률 등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불공정 논란이 재차 불거졌다. 교육부는 "개별 사안 하나하나를 보게 되면 불공정 영역이 존재한다"며 "여전히 남아 있는 불공정, 형평성 우려는 교육부가 차후에 제도를 개선해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기정(왼쪽)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과 성윤석 유웨이 대표이사가 14일 서울 금천구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수시 원서접수 전산 장애와 대책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09.14. photocdj@newsis.com

교육 당국은 매뉴얼에 따라 대응했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구체적인 후속 대응 기준이 매뉴얼에 충분히 담기지 않아 미흡한 대처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교협의 '2027학년도 표준공통원서 접수시스템 장애대응 매뉴얼'은 1등급 장애 조치로 '대학별 원서 접수 일정 연기 고려'를 명시했지만, 장애와 접수 연장 사실을 수험생에게 언제·어떤 방식으로 알려야 하는지, 경쟁률 공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등 세부 기준은 담지 않았다. 접수가 연장될 경우 경쟁률 공개 시점을 늦추거나 이미 공개된 경쟁률을 비공개로 전환하는 절차 역시 포함되지 않았다.

대교협 관계자는 "원서 접수 전반에 대한 부분이 미비하기 때문에 추후 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간업체가 원서 접수 체계를 독점한 탓에 정상적인 관리·감독이 불가능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원서 접수는 1997년부터 민간업체들이 대행하기 시작했고, 2009년부터는 유웨이어플라이와 진학어플라이 두 업체가 독점해왔다.

지난해 두 업체는 입시 원서 접수 대행 서비스 체결을 대가로 대학에 각각 약 48억9900만원, 46억9192만원을 제공해 온 사실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현재 대입 원서 접수가 소수 민간업체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국가적으로 중요한 대입 업무의 안정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최종 책임까지 민간에 맡겨둘 수는 없다"며 "교육부와 대교협은 위탁업체 선정·운영 기준과 시스템 안정성 검증, 관리·감독 권한과 책임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는 앞서 '대입 공통원서 접수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려 했으나, 2013년 유웨이중앙교육과 진학사가 제기한 '대학입학전형 종합지원시스템 구축 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교육 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원서 접수 시스템을 교육부나 대교협이 직접 관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전망이다. 지난 14일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민간업체에 맡기지 말고 교육부나 대교협에서 직접 관리하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이번에 예기치 않은 불미스러운 사고도 있고 해서 다시 한번 가능성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시스템 개발과 법적 근거 마련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공적 원서 접수 체계를 곧바로 운영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날 교육부 관계자는 "민간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정부의 지도·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방식과 정부가 직접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을 모두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정부가 직접 구축할 경우 법적 근거 마련과 시스템 개발에 최소 2년 안팎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교육 당국은 원서 접수가 민간에 맡겨진 지 29년 만에 첫 현장 실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달 16일부터 23일까지 교육부 공무원 2명, 대교협의 입시행정전문가 2명과 IT 전문가 2명, 한국사학진흥재단 회계 전문가 등이 실사를 벌인다.

한편 야당을 중심으로 교육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전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충분히 예견됐던 사고를 막지 못한 명백한 인재"라며 "교육부 장관은 책임을 지고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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