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69만원 된 서울 원룸…흔들리는 2030 주거사다리[월세시대③]

기사등록 2026/09/06 06:00:00 최종수정 2026/09/06 06:02:33

빌라마저 월세 고공행진…강남 원룸 평균 100만원 육박

주거비는 늘고 소득은 줄고…"정책 지원 요건 완화해야"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빌라 밀집 지역이 내려다보이고 있다.  2026.07.13.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서울 마포구에 있는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30대 초반 A씨는 최근 주말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관리비까지 합해 매달 100만원 가까이 나가는 월세를 생각하면 집 밖에 나가는 게 손해인 것 같아 '집콕'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A씨는 "월급의 4분의 1은 집세로 지출한다. 집이 5평이라 답답하지만 월세 낸 게 아까워 주말에라도 붙어있으려고 한다"며 씁쓸해 했다.

서울 전세시장의 매물 감소·가격 상승이 월세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주거사다리 밑단으로 여겨지는 비아파트까지 월세 상승세를 피하지 못하면서 소득과 자산 기반이 취약한 2030세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97.50이었던 서울 연립·다세대 월세가격지수는 7월 100.67까지 올라 7개월 새 3.25% 상승했다. 작년 같은 기간 1.49% 올랐는데 올해는 오름폭이 이보다 2배 이상 커진 것이다. 월세가격지수는 평균적인 월세 가격변화를 측정해 산출한 지표다.

상승세는 가팔라지는 추세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올해 1월 0.36%에서 2월 0.31%로 내린 뒤 이후 3월 0.40%, 4월 0.51%, 5월 0.53%, 6월 0.80%로 확대됐다. 7월엔 0.67%로 소폭 낮아졌으나 상반기 초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강북권(1~7월 누적 3.73%)이 강남권(2.81%)보다 상승폭이 더 컸다.

빌라 등 비아파트는 아파트보다 가격 진입 장벽이 낮아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등 청년들에게 주거 사다리의 밑단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이젠 그마저 월세 상승세가 뚜렷해지면서 사다리가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연립·다세대의 월세 비중은 61.3%에 달한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전용면적 33㎡ 이하 연립·다세대 원룸의 평균 월세는 보증금 1000만원 기준 69만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직주근접 수요가 몰리는 강남구의 평균 월세는 97만원으로 서울 전체 평균보다 41%나 높았다. 여기에 관리비와 개별 공과금까지 더하면 실제 주거비 지출은 100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주거비 상승은 청년층의 소득 정체·감소 흐름과 맞물려 청년 가구의 자산 형성을 방해하고 있다. 올해 1분기 39세 이하 가구주의 월평균 명목소득은 539만500원으로 전년 대비 1.7% 감소하며 전 연령대 중 유일한 감소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실제 주거비 지출은 전년 대비 11.6%나 늘어났다.

최근 서울 은평구에서 자취를 시작한 32세 직장인 B씨는 "적은 월급에 월세까지 꼬박꼬박 내야해 소비를 줄였다"며 "그럼에도 서울 집값이 터무니 없게 높아 월세 인생을 못 벗어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청년층의 주거 부담을 덜기 위해 월세 지원 요건을 완화하고 역세권 입지에 넓은 평수로 공급하는 '청년 보편형 공공임대주택' 신설을 추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초기 자산이 부족한 청년도 내 집 마련이 가능하도록 지분적립형·수익공유형 등 공공분양 모델을 도입하고, 생애 최초로 4억원 이하 비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청년미래보금자리론'도 출시하기로 했다.

이중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은 대출 문턱을 낮춰 청년들의 주거 선택지를 넓혀준다는 면에서 의의는 있지만, 환금성이 떨어지고 자산 가치 상승 기대가 낮은 비아파트 특성상 매수 선호도가 떨어져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비아파트는 매수 대상이 아닌 잠깐 거쳐 가는 주거 형태로 인식되기 때문에 매수를 유도해도 실질적인 수요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그보다 조성원가 수준으로 가격을 확정해 소유권을 단계적으로 취득하게 하는 지분적립형 분양이 선호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거 안정화 정책 설계 시 맞벌이 가구 등을 고려해 소득·자산 요건을 현실에 맞춰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개인 소득 수준에 따른 임대료 차등 적용 등 청년층이 수용할 수 있는 적정 가격 정책에 대한 고민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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