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류준열 "첫 1인2역, 은은하게 표현하고 싶었죠"

기사등록 2026/09/06 06:00:00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 소설가 제문재 역

첫 1인 2역 도전…"철저하게 계산한 연기"

설경구와 첫 호흡…"배울 수 있어서 행복"

영화 수입·제작 관심…"같이 공감하고 싶죠"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과하게 티가 나는 시도 보다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걸 선호하는 편이에요. 1인 2역이라고 해서 티나게 다른 인물이라고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은은하게, 다른 것 같은데 뭐가 다른지 모르게 하는 것이 포인트였죠."

배우 류준열(39)은 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를 통해 첫 1인 2역 연기에 도전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들쥐'는 의문의 존재 들쥐에게 이름, 얼굴,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소설가와 잃어버린 돈을 회수하려는 사채업자, 그리고 형사가 들쥐의 정체를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추적 스릴러다.

류준열은 주변 지인들을 통해 호평을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너 때문에 출근해야 하는데 못 잤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새벽에 연락을 주셨다"며 "그렇게 말씀들을 해주시니 피부로 와닿았다. 재밌게 보신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1인 2역에 도전했다. 그는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던 소설가 '문재'와 그의 삶을 송두리째 훔쳐낸 정체불명의 존재 '들쥐'를 맡아 극을 이끌었다.

류준열은 두 인물을 외형적으로 작은 차이를 두고 표현해냈다. 그는 헤어스타일, 귀, 눈동자, 점, 목소리까지 미세한 부분에서 간극을 만들어냈다. 자세히 보면 알 수 있지만 쉽게 찾기는 어려운 미묘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머리 스타일도 들쥐는 직모 느낌으로, 문재는 웨이브가 있는 느낌으로 갔다. 귀를 붙이기도 했고 반점이 있는 렌즈를 끼기도 했다"며 "원래 제 얼굴에 있는 점들은 보통 모든 배역에서 그대로 가는데, 들쥐를 할 때는 점을 지우면서 묘하게 다르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감독님께서 기계로 목소리를 만들어보자고 하셨는데, 제가 부자연스러운 것 같아서 직접 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제가 다른 목소리를 내려고 했고, 그걸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다. 전반적으로 다르게 가져가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류준열은 이 작품에서 자신이 보여준 연기에 대해 "제일 어려웠다"고 자평했다. 그는 "제가 했던 연기는 꽤 확신을 갖고 했는데, 배우가 확신 없이 연기하는 게 이 정도로 두려운 일인지 몰랐다"며 "안 하던 것을 하다 보니 자괴감과 괴리감도 들었고,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순간도 있었다. 감독님도 계속 응원해 주셨고, 저 스스로도 용기를 얻으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한 장면에서 대립하는 두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상황은 치밀한 설정으로 극복했다. 1인 2역 도전이 어렵기도 했지만 철저한 계산 속에서 진행되다 보니 수월한 부분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사를 주고받을 때 모든 상황을 제가 통제하고 있다 보니 하고 싶은 것들을 더 자유롭게 해볼 수 있었다"며 "철저한 계산 안에서 하다 보니 디테일한 지점들이 많이 나왔다"고 했다.

아울러 "저는 이 작품에서 빌런은 없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모든 인물은 자기가 가진 의지가 있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행동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복잡한 지점을 한 끗 차이로 변화시키는 시도를 해봤다. 과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딱 맞게 봐주신 것 같아서 기뻤다"고 말했다.
'들쥐'는 류준열과 설경구의 만남으로 화제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두 배우는 한때 같은 소속사에서 생활하고 사적으로도 아는 사이였지만 작품을 함께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류준열은 "형님과는 작품을 같이할 기회가 있었는데 마지막에 연결이 되지 않곤 했다. 이 작품을 통해 만나게 돼서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제가 30대 초반에 만났다면 보고 배우는 것의 반의반도 못 배웠을 것 같다. 지금 만날 수 있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우들 사이에는 연기에 대해 말하지 않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특히 후배가 선배에게 말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운데 저는 거의 모든 장면에서 제 생각을 말씀드렸다"며 "그게 가능했던 건 형님이 다 받아주시고 들어주셨기 때문이다. 때로는 기쁘게 들어주시고, 때로는 '아니야, 자식아'라고 말씀해주셔서 너무 행복했다"고 했다.

어느덧 배우 활동이 10년 차를 넘어가는 류준열은 연기를 넘어 작품 전체를 보는 넓은 시야를 갖게 됐다고 털어놨다. 단순히 현장에서 연기만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 과정 전반을 살펴보게 됐다는 의미다.

그는 "10년 이상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감독님이나 제작자분들이 이 작품에 대해 어떤 태도로 임하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물어봐 주신다"며 "이야기를 관통하는 무언가 서로 정확히 맞춘 상태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데 완벽하게 일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맞춰가기도 한다. 그런 과정을 겪다 보면 제작 전반에 대해 이해하고 작품에 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

또한 "그게 결국은 배우의 몫, 메인 롤의 몫"이라며 "메인 롤의 역할은 연기를 잘하는 것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이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나 작업 환경 같은 것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야가 넓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화 수입·제작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그는 "제작 전반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 영화가 만들어지는 게 너무 재미있고 한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도 즐겁다"며 "무엇보다 큰 건 제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 게 아직도 너무 행복하다. 그런 의미에서 수입도 하고 제작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했다.

아울러 "흔히 보기 어려운 영화를 수입한다는 게 크게 돈이 되는 일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같이 공감하고 싶다"며 "작년부터 영화제를 다니면서 미팅도 하고, 영화 수입 전반을 배우고 있다. 이미 진행된 작품들도 있는데 차차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류준열은 '들쥐'가 영화 같은 몰입감을 선사할 수 있는 작품이라며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그는 "요즘 넷플릭스 시리즈는 긴 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도 긴 영화라고 생각하고 보시면 좋을 것 같다"며 "긴 호흡의 영화를 볼 때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는 것처럼 이 작품도 그렇게 만족스럽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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