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전 1800만→8월 200만 배럴…호르무즈 통과량 89%↓
선제 확보·우회 운송·도입선 다변화로 국내 수급 아직 안정적
10월 이후 추가 물량 확보해야…정부, 비축유 스와프 재가동
[세종=뉴시스]이수정 기자 = 중동 정세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원유·석유제품 물동량이 전쟁 이전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정유사들은 사전에 확보한 물량과 우회 운송, 도입선 다변화 등을 통해 아직까지 원유 수급에 차질 없이 대응하고 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기존 확보 물량 이후의 원유 조달과 운송비 부담 등이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1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주간 국제유가 및 시장 동향'에 따르면 원유시장 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와 석유제품 물량이 전쟁 이전 하루 1800만 배럴에서 지난 7월 480만 배럴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했다.
8월 들어서는 지난 18일 기준 하루 평균 200만 배럴까지 떨어졌다. 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약 89% 급감한 셈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에서 생산된 원유가 세계 시장으로 향하는 주요 길목이다. 이란이 해협 폐쇄 방침을 유지하면서 원유 운송 차질도 이어지고 있다.
이란은 지난달 18일 미국이 이란 항만 봉쇄를 철회하고 석유 제재와 동결 자산을 해제하는 등 지난 6월 중간 합의 조건을 이행할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앞서 이란에 항복을 요구하며 지난 6월 체결한 양해각서(MOU)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양국 간 협상 불확실성이 다시 커졌다.
다만 호르무즈를 통한 원유 공급이 급감한 상황에서도 국내 원유 수급에는 아직 직접적인 차질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유업계가 중동 사태 이전부터 원유 도입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데다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 우회 운송로를 활용하고 미국 등 비중동 지역으로 수입선을 넓히면서 공급 차질을 최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정유사와 원유 도입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비축유 스와프를 재가동하는 등 수급 안정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다. 앞서 정부는 8~9월 국내에 들어올 원유 물량을 전년 평균 이상의 수준으로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10월분부터는 순차적으로 물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인 만큼 향후 봉쇄 상황에 따라 원유 조달 여건이 달라질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하지 않는 우회 운송이 늘어날 경우 운송 기간이 길어지고 비용이 증가하는 점도 부담이다.
중동산 원유 대신 미국 등 다른 지역에서 원유를 추가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가격과 운송비 등 비용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국제유가도 중동 정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8월 셋째 주 국제유가가 미국과 이란의 협상 결렬 위기와 호르무즈 해협 운항 차질 등의 영향으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18일 기준 뉴욕상업거래소(NYMEX)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배럴당 84.94달러로 전주보다 1.74달러(2.09%) 상승했다.
정부도 중동발 공급망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보고 관련 수급 안정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최근 나프타와 석유화학제품의 수출 제한 및 수급조정 조치를 내년 1월까지 5개월 연장했다. 중동 정세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국내 수급 상황에 따라 관련 조치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동 전쟁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나프타 등 석유제품과 원유 수급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국내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비축유 스와프 등 가용한 수단을 활용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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