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영화 '가능한 사랑' 제작보고회 열려
2018년 '버닝' 이후 8년만에 새 영화 선봬
"우리 영화 불가능한 대신 가능을 본다"
설경구·전도연·조인성·조여정 함께 만들어
해고노동자 부부와 다큐 감독 부부 다뤄
"해고노동자 소재 현시대 필연성 느낀다"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결국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해고노동자 부부와 이들을 카메라에 담는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 그리고 이창동 감독. 이렇게 놓고 보면 벌써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든다. 게다가 제목은 '가능한 사랑'이다. 이 간단한 설명만으로도 이상한 긴장이 스며든다. 어쩐지 불길하면서도 어딘가 신성하기까지 하다. 한 달 뒤인 다음 달 25일이 돼야 이 영화의 정체를 알게 될텐데, 이 감독은 이 작품을 기다리는 관객을 향해 힌트를 하나 줬다. "제목 그대로. 사랑에 관한 영화라고 말씀드려야겠네요. 이 영화에 한 성격과 내용을 여러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게 가장 가까울 것 같아요."
◇"사랑을 가능하게 하는 게 무엇일까요"
'가능한 사랑'은 이 감독이 2018년 '버닝' 이후 8년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그는 25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그 묘한 제목에 관해 얘기했다. "사랑 이야기 앞엔 괄호를 치고 '이뤄질 수 없는' '불가능한'이라는 말이 항상 붙겠지요. 모두의 축복을 받는 사랑 이야기는 굳이 서사로 만들어질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불가능한 사랑이어야 얘기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 모든 사랑 이야기가 불가능을 얘기할 때, 저희 영화는 오히려 '가능한' 사랑이라고 말하면서 그렇다면 어떤 사랑이 가능한지, 사랑을 가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런 질문을 담고 있는 겁니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노동자 호석과 그 아내 미옥, 호석·미옥 부부를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예지와 그의 남편 상우의 이야기를 그린다.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가까워진 이들은 마음 속에 품었던 욕망을 마주하고 그 욕망의 실현가능성들을 점쳐보기 시작한다. 배우 설경구가 호석을, 전도연이 미옥을 연기했다. 조여정이 예지를, 조인성이 상우를 맡았다.
◇설경구와 전도연 너무나 가능한 배우들
이 감독은 '가능한 사랑'이 이미 10여년 전 수 차례 썼다 지운 시나리오에서 출발했다고 했다. 당시 대기업 해고노동자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이 감독은 설경구와 전도연을 캐스팅한 상태에서 제작을 중단했다. "해고노동자의 삶을 정직하게 다루는 다큐멘터리가 있는 상황에서 그 이야기를 극영화로 만드는 일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이 감독은 이 이야기를 또 다른 버전으로 만들어 영화로 만들려고 했으나 또 한 번 엎어졌다. 그리고나서도 이 이야기를 놓을 수 없던 이 감독은 2022년 다시 설경구·전도연과 함께 '심장소리'라는 단편영화를 같은 소재로 만들었다.
"아마 두 배우도 그것으로 이 이야기가 마무리 됐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런데 지난해 초에 저와 함께 시나리오를 쓰는 오정미 작가가 해고노동자 부부에 또 다른 부부 이야기를 더하게 되면 두 부부가 겹치면서 영화가 더 풍성해지지 않겠냐고 했죠. 그러면서 이 영화가 되살아난 겁니다. 아마도 설경구·전도연 두 배우는 이건 당연히 내 이야기다, 내 영화다, 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당연히 출연해야 한 거죠."
그렇게 두 배우에 더해 조인성과 조여정이 합류했다. 이 감독은 조인성이 맡은 상우를 "보이지 않게 이야기를 지배하는 구조로 존재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매력적이면서 모든 것에 능하고 그러면서도 자기를 드러내지 않는 이미지를 가진 배우로 조인성 외에 대안이 없었다고 했다. "조여정씨가 연기한 예지는 어쩌면 이 영화에서 저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이죠. 조여정씨와 처음 작업했습니다만 영화 하는 사람으로서 자의식도 강하고 감수성과 공감 능력을 두루 갖춘 배우입니다."
◇"관계의 본질은 결국 사랑"
이 감독은 해고노동자에 관한 얘기를 오랜 시간 놓지 못한 데는 "필연성이 있었다"고 했다. "대기업 집단해고 사태는 후유증이 큽니다. 사회적·경제적 파장이 크고, 보통 사람의 삶을 바꿔놓기도 하죠. 앞으로 이런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겁니다. 점점 기술이 발전하고 노동자가 소멸하는 시대가 됐으니까요. 제가 처음 이 소재로 영화를 만들고자 했을 때보다 이 문제를 이야기해야만 하는 필연성이 더 강해졌습니다."
이 감독은 그러면서도 이 소재를 사랑으로 풀어낸 건 "우리 삶을 지탱하는 건 결국 사랑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녀 간의 관계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에서도 그 본질은 사랑이라고 봐요. 사랑은 우리 삶을 계속 이어나가게 해주죠."
이 감독은 '가능한 사랑'으로 설경구와 24년만에, 전도연을 19년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 그는 "촬영이 끝나는 게 아쉽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특별한 감정을 느낀 현장이었다"고 했다. "이 두 사람과 20년 전에 함께 일할 땐 배우와 감독으로서 그 사이에 긴장감이 있었어요. 당연히 있어야 하는 긴장감이죠. 그 이후로 두 배우와 오랜 시간 함께하고 인간적으로 가까워지다보니까 우리들 사이의 공기가 그때보다 부드러워졌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창동 결국 넷플릭스로 가다
'가능한 사랑'은 넷플릭스가 제작했다. 이 감독은 지난해 이 작품을 정식 극장용 영화로 만들기 위해 투자처를 물색했으나 결국 찾지 못했고, 이 감독과 작업을 기다리던 넷플릭스가 결국 이 영화를 함께 만들게 됐다. '가능한 사랑'은 다음 달 23일 극장 개봉해 약 2주 간 관객을 만난 뒤 오는 11월 넷플릭스에서 정식 서비스 된다. 이 감독은 넷플릭스와 협업을 선택한 것에 대해 "영화산업 구조는 이미 변화하고 있고 그 추세는 이미 막을 수 없는 것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는 한국영화산업이 가장 안 좋았던 때입니다. 앞으로 일을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만들어져야 한다고 봤습니다. 극장용 영화와 스트리밍 서비스는 결국 공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린 그걸 받아들여야 하죠. 그걸 받아들이면서 영화가 관객과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을지 고민해야 겠지요."
이런 영화계 안팎의 부침 속에서도 '가능한 사랑'은 올해 베네치아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이 감독 영화가 베네치아영화제에 초청된 건 2002년 '오아시스' 이후 이번이 2번째이고, 세계 3대 영화제에 경쟁부문에 진출한 건 5번쨰다. 이 감독은 '오아시스'로 감독상을 거머쥐며 거장 반열에 올랐다. 이 감독은 "베네치아에서 '가능한 사랑'이 최초로 공개된다. 세계 관객이 과연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 반응이 매우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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