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179명·팀의 작가에게 똑같은 상자가 배달됐다. 상자 안에는 25×25㎝ 크기의 합판 네 장. 조건은 같았지만 상자를 연 순간 작품은 179개의 방향으로 갈라졌다.
서울 강남구 복합문화공간 송은이 송은미술대상 25주년을 맞아 대규모 그룹전 ‘송은 × 언박싱 프로젝트: 생성적 형상들’을 개최한다.
역대 송은미술대상 수상 작가와 본선 진출 작가 179명·팀이 참여한다. 회화와 사진, 조각, 설치, 미디어, 퍼포먼스 등 한국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장르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번 전시는 2022년 시작된 ‘언박싱 프로젝트(UBP)’와 협업해 기획했다. UBP는 일정한 형식의 틀이 담긴 박스를 작가에게 전달하고 이를 활용한 신작을 제작하도록 하는 프로젝트다.
이번에는 송은미술대상 25주년을 상징하는 25×25㎝ 합판 네 장을 모든 작가에게 제공했다. 여기에 ‘생성적(generative)’이라는 하나의 개념을 던졌다.
같은 재료와 조건은 작가들의 손에서 전혀 다른 결과로 변했다. 합판은 작품의 지지체가 되기도 하고 재료나 설치 구조로 변신한다. 제한된 틀이 오히려 작가 각자의 조형 언어를 드러내는 장치가 된 셈이다.
전시장 풍경도 파격적이다. 작품 대부분을 벽이 아닌 바닥에 내려놓았다.
각 작가의 공간을 연베이지색 펠트천으로 구획하고 그 위에 작품을 배치해 관람객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아래로 끌어내린다. 작품 특성에 따라 벽 모서리와 천장, 벽면도 활용했다. 179명·팀의 작품이 한 공간에서 뒤섞이지 않으면서도 하나의 거대한 풍경을 이루도록 구성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 25년간 송은미술대상을 거쳐간 작가들의 현재를 한꺼번에 펼쳐 보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송은미술대상은 재단 설립자인 고(故) 송은 유성연(1917~1999) 명예회장의 한국미술 발전에 대한 뜻을 기리기 위해 유상덕 회장이 2001년 제정했다. 젊은 작가를 발굴하고 후원하며 한국 동시대 미술의 성장과 함께해왔다.
전시 작품은 언박싱 프로젝트를 통해 소장할 수도 있다. 전시장에서 관객을 만난 작품이 새로운 소장처로 이동하면서 또 한 번의 ‘언박싱’이 이어지는 구조다.
똑같은 크기의 합판 네 장에서 시작해 179개의 서로 다른 작품으로 확장된 이번 전시는 송은미술대상이 지난 25년간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해온 과정 자체를 하나의 ‘생성적 플랫폼’으로 바라보게 한다.
전시는 오는 10월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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