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청장들, 정비사업 권한 이양 요구
서울시의회, 서울시 배제하고 전장연과 타협
명태균 여론조사 사건 항소심 공판 출석 예정
25일 관가에 따르면 정부와 민주당은 500세대 이하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서울시장에서 구청장으로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오 시장이 이끄는 서울시에 있던 구역 지정 권한을 25개 자치구 구청장들에게 이양하겠다는 것이다.
권한을 이양해 재개발·재건축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이를 통해 주택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취지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치 공세의 성격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소규모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 지정 권한 이양은 민주당 출신 자치구청장들이 요구해온 사안이다. 성동구청장 출신인 정원오 전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6월 지방선거 전인 지난 4월 재개발·재건축 공약을 발표하면서 500세대 미만 정비구역의 지정 권한을 자치구로 이양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서울특별시구청장협의회(회장 이승로 성북구청장) 역시 지난 12일 오전 서울시청 기획상황실에서 제203차 정기회의를 열고 소규모 정비구역 지정 권한 이양 등 자치구 공동 현안 9건을 서울시와 중앙 정부에 건의했다.
현재 구청장협의회는 민주당 우위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6월 지방선거 결과 25개 자치구청장 가운데 17개를 민주당이, 나머지 8개를 국민의힘이 차지한 상태다. 이에 따라 민선 8기 시절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들이 맡던 구청장협의회장 자리도 이번에는 민주당 소속인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맡았다.
오 시장이 용산공원 공공 주택 공급에 반발하는 시점에 서울시 권한 축소가 추진되는 점 또한 공교롭다. 정부는 용산공원을 택지로 개발해 주택을 빠르게 공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오 시장은 도시의 허파 역할을 하는 녹지를 내줄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오 시장의 주택 관련 권한을 줄이는 조치가 추진되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오 시장은 민주당 주도로 바뀐 서울시의회로부터도 공세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서울시의회 민주당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측에 장애인의 이동권과 노동권 보장을 내용으로 하는 당론 제 1·2호 조례안을 다음 달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전장연은 2021년 말부터 4년 이상 지속해온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전장연의 이번 지하철 시위 중단 선언 역시 정치적으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전장연은 그간 지하철 시위를 벌이면서 거듭 오 시장을 향해 면담을 요구했다. 이에 오 시장은 시민에게 피해를 주는 전장연과 타협할 수 없다며 즉각적인 시위 중단을 요구해왔다.
실제 김영배 민주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서울시의회 지도부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비장애시민과 장애시민 갈라치기 혐오정치를 넘어서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권리보장을 위한 당론채택의 조례 반영을 환영한다"며 오 시장을 겨냥했다.
전장연 시위 중단 과정에서 서울시는 사실상 배제됐다. 민주당이 제출한 조례에는 서울시가 우려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2028년까지 장애인콜택시 차량별 일일 운행률이 3분의 2 이상(16시간 이상) 되도록 운전원을 확보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서울시는 이 조례가 시행되면 제도 운영 효율성과 예산 낭비를 낳을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향후 시의회 민주당과 서울시 간 충돌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나아가 시의회 민주당은 이번 주 오 시장을 상대로 한 시정 질문을 통해 공세를 이어갈 방침이다. 민선 9기 첫 시정 질문을 통해 여소야대의 위력을 보여주겠다는 게 민주당의 속내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오 시장은 오는 28일에는 명태균 여론조사 관련 항소심 공판에도 출석해야 한다.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 받은 오 시장으로서는 정치적 명운이 걸린 이번 항소심에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 처지이지만 민주당의 끊임없는 공세에 전열이 일부 흐트러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오 시장의 개인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답답했던 오 시장은 직접 용산어린이정원을 찾아가 용산공원 내 주택 공급에 관한 서울시 입장을 설명했다. 오 시장은 지난 24일 '일타시장-용산공원 편'을 서울시장 공식 누리집과 소셜방송 라이브서울 등을 통해 공개했다. 정부 대책이 아닌 서울시 정책을 지지해 달라며 여론에 직접 호소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500세대 이상 구청장 권한 이양은 난개발과 조합 간 갈등으로 오히려 주거 공급이 가로막힐 것"이라며 "전체 도시 계획과 벗어난 심의 자체가 인구 1000만의 대도시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시민들이 먼저 이해하고 계신다고 믿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청년들은 현재 정부의 대출 규제로 청년 주택도 못 들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청년에게는 당장 대출이 필요하다"며 "민주당과 정부가 정치 논리에 휘말려 실효 없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시민 입장에서 설득해 가능한 길로 유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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