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필 법원행정처장, 국회 법사위 출석해
"대법원장, 본인의 판단에 따라 제청 가능"
"靑, 대통령-대법원장 간 면담 기회 안 줬다"
"서면 제청 방식, 靑 민정수석실과 협의해"
"후보들에 재추천 의견 물어…반대로 불발"
노 처장은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관 제청권과 관련 "헌법에 따라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를 제청할 권리가 있고, 대통령과 국회는 각각 임명권과 동의권을 행사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질의를 받고 "대통령과 협의해야 한다면 나아가서 국회와도 협의해야 동의권을 침해하지 않는 셈이 돼서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찍어 대법관으로 임명하라 하면 제청권이 무력화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보장돼야 한다"고 답했다.
청와대와 합의하지 않고 후임을 제청해 관례를 깼다는 여당 지적에 맞서 대법관 제청권은 대법원장이 독자 행사할 수 있는 헌법상 권리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제청권과 임명권은 동등…'사법권 독립' 위한 권한"
노 처장은 이어진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 질문에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국회의 동의권, 대통령의 임명권이 각각 대등하며 독립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처장은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 중 무엇이 더 상위 개념이냐는 물음에 "동등하다고 생각한다. 제청권은 제청권이고 임명권은 임명권"이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이 원하는 분을 무조건 제청해야 한다면 헌법에 제청권을 규정할 이유가 없다"고 받아쳤다.
노 처장은 "임명권자(대통령)가 임명을 거부할 수 있다"며 "(그 다음엔) 후보를 다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후보) 4명 중 다시 할지, 그 절차는 끝나서 새 절차를 해야 할지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靑, 이재명-조희대 면담 기회 안 줘…서면제청 협의"
노 처장은 청와대가 이재명 대통령과 조희대 대법원장 간 면담 기회를 주지 않아 민정수석실과 협의해 대법관 후임자를 서면으로 제청하게 됐다는 점도 공개했다.
그는 '서면 제청 아이디어는 누가 낸 것인가'라고 묻는 김용민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정확히 말씀드리면 (이 대통령과) 만남의 기회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노 처장은 민주당 소속 서영교 법사위원장이 서면 제청을 누가 제안했는지 되묻자 "두 분이 만나서 합의한 후 서면으로 보내는데, 두 분이 합의할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마지막 남은 방법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민정수석과 협의해서 서면 제청하는 방법을 합의했다"며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노 처장은 자신이 취임한 지난달 15일 이후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제청 문제를 풀려 협의했으나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주 의원 질의에 "취임한 이후로는 4~5번 정도 협의를 시도한 것 같다"고 했다.
◆"노태악 후임 후보들에 '재추천' 물어…반대로 폐기"
노 처장은 노 전 대법관 후임자로 추천됐던 후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추천 절차를 다시 진행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물었으나 일부 후보의 반대로 불발됐다고 했다.
앞서 1월 노 전 대법관 후임으로는 김민기 수원고법 고법판사(55·26기), 박순영(59·25기) 서울고법 고법판사, 손봉기(60·22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윤성식(57·2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4명이 후보자로 추천됐다.
노 처장은 여권 의원들의 질문에 "추천된 4명에 대해 새로 추천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은 어떻겠냐는 아이디어가 있었다"고 전했다. 전화는 지난주 초 걸었다고 했다.
여당 의원들이 "직권남용"이라며 사퇴를 종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노 처장은 일부 후보의 반대로 성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실무진 차원에서 검토했던 방안일 뿐 조 대법원장의 지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노 처장은 "전화한 적이 있지만 사퇴하라고 말씀드린 적은 없었다"며 "아이디어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추천된 후보 네 분이 모두 동의를 하셔야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다며 수긍하는 분도 계시고 그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하신 분도 있었다"며 "그(반대한) 분에게는 사죄의 말씀을 드렸다"고 부연했다.
◆조희대, 與주도 법사위 출석 요구도 불응…갈등 격화
국회 법사위는 이날 회의에 조 대법원장의 출석을 요구하는 안건을 여권 주도로 가결하고 바로 당일 출석을 통보했으나, 조 대법원장은 불응했다. 노 처장은 이날 오후 5시10분께 '여러 사정이 있어 오기 어렵다.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조 대법원장의 입장을 의원들에게 전했다.
같은 날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김성수(57·2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함께 임명 제청했다. 노 처장은 김 부장판사 인선에 대해선 "청와대와 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서면 제청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날 대법원과 국회 과반수를 점유한 여당, 청와대와의 갈등이 더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향후 인선 절차에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대통령이 인사청문회 요청을 거부할 수도, 설령 인사청문회가 열려도 여당 주도로 '패싱'을 이유로 인준안을 부결시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 처장은 '조 대법원장이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인준해 줄 국회를 완전 무시하고 싸워보자는 거냐'는 질문에는 "싸우자는 뜻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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