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활동 청년 61.3% "경제적 기회 때문에 남는다"
체험·이주 지원만으론 한계…소득 불안 땐 다시 도시로
KREI "비농업까지 지원 넓히고 단계별 경제활동 연결해야"
[세종=뉴시스]임소현 기자 = 농촌에 발을 들인 청년 10명 중 9명 이상이 앞으로도 지역에서 활동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농촌에 남으려는 가장 큰 이유는 자연환경이나 공동체가 아닌 '경제적 기회'였다. 청년의 농촌 유입을 실제 정착으로 연결하려면 체험이나 주거 지원을 넘어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와 창업 기반을 만드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청년 관계인구의 농촌지역 진입 및 정착 확대를 위한 경제활동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농촌에서 활동 중인 '고관여 청년'의 93%가 농촌지역에서 활동을 지속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61.3%는 활동을 이어가려는 가장 큰 이유로 '농촌에서 찾은 경제적 기회'를 꼽았다.
이번 연구는 농촌에 관심이나 활동 의향을 가진 저·중관여 청년 250명과 실제 농촌에서 활동 중인 고관여 청년 200명 등 총 4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현장 인터뷰를 실시해 농촌 진입 과정의 어려움과 정책 수요를 분석한 결과다.
특히 농촌과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먹고사는 문제'의 중요성이 커졌다. 저·중관여 청년은 농촌 활동 과정에서 관계적·정서적 안정감(80.5%)과 자연·생명에서 오는 평안함(72.4%)을 중시했다. 반면 이미 농촌에서 활동하는 고관여 청년은 경제적 수입(80.0%)과 미래 경제활동 기회(79.0%)를 가장 중요하게 평가했다. 농촌에 대한 호감과 관심이 실제 진입과 정착으로 넘어가는 순간 소득이 핵심 변수로 부상하는 셈이다.
실제 청년들이 농촌에 자리 잡는 과정에서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뿐 아니라 주거 마련의 어려움, 비즈니스 코칭 자원 부재, 지역사회의 배타적 시선 등이 복합적인 장벽으로 작용했다. 특히 생계를 해결할 경제적 기회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농촌 진입 자체를 포기하고 이미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더라도 소득 불안정이 지속되면 다시 이탈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현행 청년 농촌정책이 이런 수요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촌 청년 지원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행정안전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고, 농식품부 사업은 상대적으로 농식품 분야에 집중돼 있다. 이에 따라 농촌 청년 다수가 종사하는 비농업 분야의 창업과 경제활동 수요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농촌 살아보기 등 체험 프로그램이 실제 정착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도 문제로 꼽혔다. 이들 프로그램이 청년에게 농촌을 경험하고 지역과 관계를 형성할 기회를 제공하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사업 종료 이후 경제활동이나 추가적인 지역 탐색을 지원하는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중간 단계에서 이탈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청년 농촌정책의 무게중심을 '정주인구 늘리기'에서 관계 형성과 경제활동을 함께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미 농촌에 진입한 청년에게는 동료 창업가가 함께 사업을 학습하는 '피어 러닝(Peer Learning)'과 현장에서 밀착 코칭하는 전문 '페이서(Pacer)' 제도를 도입하고 지역 유휴공간을 '파일럿 스토어'로 활용해 초기 투자 부담 없이 사업성을 시험하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농촌에서 시장만으로 충분한 소득을 얻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를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다. 돌봄·문화·지역 기록처럼 지역사회 유지에 필요하지만 시장에서는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활동을 '청년 공공 일자리'로 만들고, 마을 코디네이터·지역 돌봄 매니저·로컬 문화 기획자 등의 직무를 경력으로 인정하는 방식이다.
아직 농촌 진입을 고민하는 청년에게는 '로컬 에디터', 청년 레지던시, '4도3촌' 형태의 다지역살이 등 단계적으로 농촌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농번기 일손 돕기나 마을 돌봄, 지역축제 지원 등 농촌에 필요한 단기 일거리를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청년에게 연결하고 보상을 지급하는 '공익형 긱 워크(Social Gig Work)'도 대안으로 꼽혔다.
권인혜 KREI 부연구위원은 "청년이 농촌을 새로운 삶의 장소로 선택하려면 단순 체험이나 일회성 이주 지원을 넘어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비농업 분야를 포함해 관심 단계부터 지역 정착까지 단계별로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농촌을 청년에게 새로운 기회의 공간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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