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고유가에 폭염까지…"8월 물가 더 오를수도"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권혜인·김나연 수습기자 = "원래 이 열무가 4000원 정도 하는데 지금은 7000원이잖아요. 날이 너무 더워서 그래요. 요즘 같은 때 외식은 꿈도 못 꾸죠. 두개 살 거 하나 사고, 세개 살 거 두개 사고 그래요."(60대 주부 A씨)
삼복 중 마지막인 14일 말복을 앞두고 시민들이 마트나 시장을 찾고 있다. 비싼 물가 탓에 보양식을 밖에서 사먹는 대신 직접 만들어 먹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특히 최근 이어진 폭염으로 물가가 더 치솟는 건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말복을 이틀 앞둔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의 한 마트를 찾았다. 이곳에선 복날을 앞두고 백숙용 토종닭을 1만5980원에서 1만980원으로 할인하는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매대 앞의 고객 중 상당수는 가격표를 한참 들여보다 발길을 돌렸다.
정육 매대에서 만난 다른 고객도 비닐에 싸인 구이용 고기들을 한참 뒤적이며 따져보더니, 그중 비교적 저렴한 호주산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이날 만난 시민들은 요새 물가가 너무 많이 오른 것을 체감한다며 가격이 비싼 외식은 특히나 자제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서울에서 삼계탕 1인분을 먹는 데 드는 비용은 1만8154원에 달했다.
마트 인근에 거주한다는 주부 소모(64)씨는 "말복에 백숙을 직접 만들어 먹을 예정인데, 닭은 당일에 다시 와서 구매할 것"이라며 "가격이 부담돼 웬만하면 외식은 안 하려고 한다. 예전보다 절반 정도로 줄였다"고 말했다.
종로구의 다른 마트에서 만난 황치순(60·서울 종로구)씨도 "요새 밖에서 백숙을 사 먹으려면 2~3만원은 든다. 6만원에 파는 곳도 봤다"며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3번은 먹는다. 그럼 비용이 3분의 1로 절약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숙(48·서울 종로구)씨는 "가족이 4명인데 식당을 한 번 찾으면 10만원이 훌쩍"이라며 "똑같은 메뉴도 집에서 해 먹으면 훨씬 싸다. 지난 초복 때도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었는데 5만원으로 네 사람이 배불리 먹었다"고 말했다.
최근 높은 환율과 원유 가격 상승 등 외부 악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폭염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가 더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생산자물가지수(전년 동월 대비)는 ▲1월 1.9% ▲2월 2.5% ▲3월 4.1% ▲4월 7.2% ▲5월 8.6% ▲6월 8.6% 등으로 나타나며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에서 생산돼 내수 시장에 출하되는 재화와 서비스 요금을 측정하는 지수인데 이것이 오르면 몇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지수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높은 환율과 원유 가격 상승이 이어지며 앞으로 1분기 정도 공산품 가격이 많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며 "폭염으로 인한 여파가 8월에 반영되면 물가는 지난달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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