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박물관에만 둘 순 없다" 롯데장학재단, 나전칠기 장인 찾기

기사등록 2026/08/14 08:26:58 최종수정 2026/08/14 08:30:24

전통·현대 부문 공예품대전…총 상금 5000만원 규모

1~2년 걸리는 수작업에 전문 교육기관도 사라져

국내 및 글로벌에 나전칠기 알리는 캠페인도 검토

[서울=뉴시스] 2026 신격호 롯데 나전칠기 공예품대전. (사진=동효정 기자) 2026.08.13. vivi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동효정 기자 = 반짝이는 자개 조각 하나하나를 붙이고, 옻칠을 수차례 올리고, 다시 갈아내기를 반복한다.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데 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수년이 걸린다. 자개가 빚어내는 영롱한 빛 뒤에는 장인의 오랜 시간과 기다림이 있다.

13일 서울 종로구 마루아트센터에서 열린 '2026 신격호 롯데 나전칠기 공예품대전'에서는 이처럼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 완성한 나전칠기 작품들이 공개됐다.

롯데장학재단이 올해 처음 개최한 이번 공모전에는 전통 나전칠기와 현대 나전칠기 부문으로 나눠 작품을 모집했으며, 총 5000만원 규모의 상금을 내걸었다.
[서울=뉴시스]  대상(전통) 수상작 (배광우 작). (사진=롯데장학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이날 시상식에서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듣고 '작품 하나를 이렇게까지 해서 만드는구나' 하고 깜짝 놀랐다"며 "과연 얼마를 받아야 이 작품을 팔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작가들의 영혼이 들어간 소중한 작품들"이라고 말했다.

장 이사장이 나전칠기 공모전을 시작한 계기도 이 같은 '수작업의 가치'에서 출발했다. 한 전시회를 통해 우연히 나전칠기 작품을 접한 뒤 특유의 아름다움에 매력을 느꼈고, 제작 과정을 알아가면서 전통 기술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는 설명이다.

장 이사장은 "지금은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수요보다 공급이 줄어들면서 이 분야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전통의 아름다움과 이 소중한 기술이 사라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조금이라도 불씨를 살려보자는 마음으로 공예품 대전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작품을 둘러보는 롯데장학재단 장혜선 이사장. (사진=롯데장학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공모전의 의미는 나전칠기라는 특정 공예 분야에 집중했다는 데 있다. 국내에서 옻칠을 주제로 한 공모전은 있지만 나전칠기만을 내건 공모전은 흔치 않다는 게 작가들의 설명이다.

이용선 작가는 "나전칠기든 옻칠이든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학과가 사실상 없다"며 "공예과 안에서도 옻칠로 마감하는 수업 정도만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윤상희 작가 역시 "과거에는 대학 교육기관 안에서 칠을 접할 기회가 있었지만 지금은 학교 밖 아카데미 등에서 배워야 하는 상황"이라며 "후배들이 전통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에게 자신을 어떻게 어필할지, 다른 분야와 어떻게 접목할지 고민하는 재치와 열정까지 필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나전칠기는 도자기나 유리, 섬유, 금속 등 다른 공예 분야와 달리 대량 생산과 표준화가 쉽지 않다. 제작 과정에서 사람의 손이 반드시 필요하고,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에 따라 장인과 후학을 육성하기 위한 공공·민간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뉴시스] 2026 신격호 롯데 나전칠기 공예품대전. (사진=동효정 기자) 2026.08.13. vivi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나전칠기가 과거의 전통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소비자와 만나기 위해서는 제작 환경에 대한 지원과 함께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용선 작가는 "나전칠기가 과거처럼 슬며시 잊히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며 "전통을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전통을 기반으로 현대적인 요소를 더해 나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장학재단도 나전칠기가 처한 현실과 제작 과정의 어려움을 알리는 동시에, 국내 소비자는 물론 글로벌 소비자에게 나전칠기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장혜선 이사장은 이날 "나전칠기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교육 기반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며 "대중에게 나전칠기의 제작 과정과 가치를 알리고,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도 알릴 수 있는 캠페인 등을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장 이사장은 "나전칠기는 우리 문화의 소중한 자산이고 우리나라의 얼을 잇는 분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후손들에게 널리 알리고 물려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롯데장학재단 장혜선 이사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롯데장학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vivid@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