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육아·돌봄도 실거주 인정 검토…비거주 1주택 세제 손질

기사등록 2026/08/14 06:03:00

비거주 1주택 종부세 공제 12억→9억…세부담 증가 논란

육아·부모봉양·임대차 등 불가피한 비거주 예외 확대 검토

입법예고 9일 만에 국민의견 9000건↑…여당도 보완 요구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사진은 지난 6일 오후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2026.08.06. kmn@newsis.com
[세종=뉴시스]박광온 기자 = 정부가 비거주 1세대 1주택자의 실거주 인정 예외 사유에 '육아'와 가족 돌봄 등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세제개편안 보완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직장 발령이나 자녀 교육·육아, 부모 봉양, 임대차계약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실제 거주하지 못한 경우까지 세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예외 범위와 적용 요건을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여당까지 나서서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면서 정부의 세제개편안 보완 작업에도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1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비거주 1주택자의 실거주 인정 예외 사유에 육아·가족 돌봄 등을 추가하는 방안을 포함해 세제개편안 보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비거주가 불가피한 사정까지 일률적으로 세 부담을 높인다는 지적과 국민 반발이 이어진 데 따른 조치다.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는 현행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확대되는 반면, 비거주 1주택자는 9억원으로 낮아진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지난 12일 서울 시내 한 고가 아파트 밀집지역 공인중개사무소에 세제개편 관련 분석 기사가 붙어 있다. 2026.08.12. kgb@newsis.com
주택의 투기적 보유를 억제하기 위해 실제 거주하지 않는 주택에 대한 공제를 축소해 보유 부담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정부안이 확정될 경우 공시가격 20억원인 주택을 기준으로 거주 1주택자는 기본공제 후 과세 대상 금액이 기존 8억원에서 6억원으로 줄어들지만 비거주 1주택자는 11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비거주자가 된 사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직장 발령이나 자녀 교육·육아, 가족 돌봄 등으로 다른 지역에 거주하거나 재건축·재개발, 임대차계약 등으로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당장 입주하기 어려운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세 부담을 높이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비거주 1주택자의 경우 어렵게 마련한 주택에 향후 실제 거주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현재 거주 여부만으로 세 부담을 높이는 데 대한 불만이 있을 수 있다"며 "정책을 설계하는 단계에서 비거주가 불가피한 다양한 사정을 충분히 검토해 예외 규정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서 지난 4일부터 진행 중인 종부세 관련 입법예고에는 비거주 1주택자의 거주 인정 요건을 완화해 달라는 의견이 쇄도했다.

발령에 따라 근무지를 옮겨야 하는 공무원이나 장애가 있는 자녀의 교육 문제, 부모 봉양 등을 이유로 거주하지 못하는 경우를 실거주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가 대표적이었다.

특히 육아·양육이나 가족 돌봄, 리모델링 등 불가피하게 집을 비우는 경우도 거주기간으로 인정해달라는 요구도 빗발쳤다.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사진은 지난해 7월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유아교육전-키즈페어에서 유모차를 탄 유아가 책을 보고 있는 모습. 2025.07.10. park7691@newsis.com
비거주자에 대한 세 부담 강화가 전월세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장기보유특별공제와 종부세 혜택을 받기 위해 집주인들이 기존 임차인을 내보내고 직접 입주하는 사례가 늘면 전세 공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실제 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입자 주거 불안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오전 11시10분 기준 이런 내용들을 포함해 총 5786건의 국민 의견이 접수된 상태다. 소득세법(2700건)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646건)까지 포함하면 입법예고 9일 만에 9000건 이상의 의견이 제시된 것이다.

이에 여당에서도 세 부담을 통한 수요 억제보다는 주택 공급 확대에 정책의 무게를 두고 비거주 1주택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부동산 세제 개편안과 관련해 "이번 세제 개편안은 전월세와 매매가를 모두 오르게 만들어 주거 안정에 큰 무리수가 될 텐데 왜 굳이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전체적으로는 실거주를 하고 있는데 일시적 비거주가 생길 수 있다"며 "일시적 비거주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앞으로 논의를 하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사진은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TF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2026.08.12. bjko@newsis.com
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당정 협의 과정에서 비거주 1주택자의 실거주 인정 예외 사유에 '육아'를 포함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입자가 있어 당장 입주하기 어렵거나 재건축 등으로 실제 거주할 수 없는 경우에는 예외 인정 기간을 늘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배제와 장기보유특별공제 특례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한 방안 역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전날 주택시장 안정화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도 비거주 1주택자의 공제 수준 자체를 원상 복구하기보다는 불가피한 비거주 사유를 현실에 맞게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의 보완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현재 국민 의견과 여당의 요구를 반영해 세제개편안을 수정·보완하고 있는 정부가 다음달 3일 국회 제출 전까지 육아 등 실거주 인정 예외 사유를 확대하고 적용 요건도 일부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입법예고 기간 제기된 국민 의견과 국회 논의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며 "비거주 1주택자의 실거주 인정 요건을 포함해 다양한 보완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현재 주식시장 관련 세제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생산적금융 ISA'를 신설하는 대신 기존 일반 ISA의 납입한도 이월을 폐지하고 계약기간을 최대 5년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그러나 투자자 반발이 이어지면서 기존 혜택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가 누르기 방지법' 역시 납세자의 소명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재검토 대상에 올랐다. 정부는 전문가 토론회 등을 통해 추가 의견을 수렴한 뒤 평가 기준과 적용 대상을 보완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lighton@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