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된 집주인 실거주 통보…세제개편에 전세난 '비상'

기사등록 2026/08/13 06:00:00

정부, 부동산 세제 실거주 중심으로 개편…전세난 변수

비거주 1주택자 실거주 전환↑…전월세 수급 불안 가중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둘째주(13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전셋값의 올해 누적 상승률은 5.72%로 매매 상승률(5.74%)에 거의 근접했다. 사진은 16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매물 정보. 2026.07.16.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집주인이 실거주를 통보해 하반기에 집을 비워야 할 처지인데, 전세난으로 마땅한 집을 구하지 못하고 있어요."

최근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접한 회사원 강모(45)씨는 허탈감에 며칠간 잠을 이루지 못했다. 현재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강씨는 얼마 전 집주인으로부터 계약 만료 이후 직접 들어와 살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전세 계약이 끝나면 새로운 집을 구해야 하지만 최근 전세 매물을 찾아보기조차 쉽지 않은 데다, 그나마 나온 매물은 보증금이 크게 올라 선뜻 계약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강씨는 "집주인이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접 들어오는 것이라는데,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세입자 아니냐"며 "전셋값이 더 오르면 지금보다 외곽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실거주'에 무게를 둔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서울 주택 임대시장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초고가·비거주 주택자의 세 부담을 높이고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세제가 바뀌면서 집주인들이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임대주택을 거둬들이고 실거주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 3일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강화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1세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액은 현행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상향된다. 반면 비거주 1주택자는 9억원으로 낮아진다. 공정시장가액비율도 현행 60%에서 내년 70%로 높아져 집을 임대하는 고가 1주택자의 보유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또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에 한도가 신설되고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도 실제 거주 여부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장기거주소득공제'로 개편돼 실제 거주기간을 중심으로 공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재편된다. 공제 한도는 2028년 20억원, 2029년 10억원으로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심각한 전세난이 더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전세 매물이 줄고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집주인들이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실거주를 선택할 경우 전세 매물 공급이 더욱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도 감소세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1023건, 월세 매물은 1만773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세 매물 2만3074건, 월세 매물 1만8819건과 비교하면 각각 2051건(8.9%), 1082건(5.7%) 줄어든 수준이다.

전월세 매물 감소로 전셋값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처음으로 7억원을 넘어섰다. KB부동산이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7억458만원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1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023년 8월 5억7130만원을 기록한 이후 3년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월보다 1.34% 상승했다. 전월 상승률(1.43%)보다는 다소 둔화했지만 여전히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자치구별로는 강동구가 2.45%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이어 성북구(2.37%), 중랑구(2.25%), 금천구(2.19%), 강북구(2.14%), 노원구(1.89%), 광진구(1.68%)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집주인 입장에서 보유 비용이 커지는 상황에서 전세보증금을 끼고 주택을 보유하기보다 월세를 통해 매달 현금 흐름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세 매물이 줄어들면 세입자 역시 선택지가 좁아져 반전세나 월세를 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서울 아파트 임대차시장에서 월세 계약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55%를 넘어섰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월세 계약은 9954건으로 전세 계약(8114건)보다 1840건 많았다. 전체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5.1%다. 이는 서울시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1월 이후 최대치다.

전문가들은 집주인들의 실거주 전환으로 전세 매물이 추가로 줄어드는 가운데 학군 수요가 많거나 재건축 사업이 집중된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이미 서울 전세시장에서 매물이 감소하고 전셋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집주인들이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임대 대신 실거주를 선택하면 전세 공급 부족이 한층 심해질 수 있다"며 "특히 학군 수요가 집중된 지역이나 재건축 사업이 활발한 지역은 전세 수요가 꾸준한 데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추가적인 이주 수요까지 발생할 수 있어 전셋값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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