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도 없이 사후 잣대?"…예측 불가 상표권 조사에 재계 '난감'

기사등록 2026/08/12 11:09:57

공정위 브랜드 수수료 조사에 재계 당혹

명확한 정상가격 기준 없어 혼란 가중

"받아도 안 받아도 문제" 예측 불가 규제


[서울=뉴시스] 한화그룹 기업이미지(CI). (사진=한화그룹 제공) 2026.08.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요 대기업집단의 상표권 사용료 거래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하면서 브랜드 사용료의 ‘정상가격’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주회사나 주요 계열사가 받는 브랜드 사용료가 적정 수준을 넘어 부당지원이나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로 이어졌는지를 공정위가 들여다보고 있지만, 위법성 판단의 핵심인 정상가격을 사전에 명확히 산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재계의 당혹감도 커지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6월 한화그룹을 시작으로 7월 CJ그룹 지주사 등을 대상으로 상표권 사용료 거래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의 핵심은 계열사가 지주회사나 주요 회사에 지급하는 상표권 사용료가 정상적인 거래 수준보다 과도한지 여부다.

사용료가 정상가격보다 지나치게 높다면 부당지원이나 총수 일가 사익 편취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하지만 상표권은 일반 상품·서비스처럼 동일한 조건으로 반복 거래되는 자산이 아니다.

브랜드 인지도와 사업 기여도, 사용 범위, 계약 조건 등에 따라 가치가 달라져 객관적인 시장가격을 산정하기 어렵다.

◆'정상가격' 기준 없이 사후 판단…재계 난감
이번 조사의 최대 쟁점도 브랜드 사용에 대한 정상가격 산정 기준이다.

공정위는 2017년에도 대기업집단의 브랜드 사용료 거래를 검토했지만 정상가격 산정의 어려움 등으로 실제 조사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반드시 사전에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사후 행태 규제를 통해 기준이 마련될 수도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난감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부당지원이나 사익 편취 여부가 법적 제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기업이 거래 단계에서 적정성을 판단할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구체적인 정상가격 기준 없이 사후적으로 거래의 적정성을 판단하면 어떤 수준의 사용료가 규제 대상이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세종=뉴시스] 배훈식 기자 = 남동일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 하반기 주요업무 추진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08.04. dahora83@newsis.com

◆업종별 특성 무시한 요율 적용 우려
업종별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일률적인 사용료 산정 방식에 대한 우려도 있다.

상표권 사용료는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일정 비율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계열사의 업종과 사업구조에 따라 브랜드가 매출과 이익에 기여하는 정도는 다르다.

보험료 수입이 매출액으로 집계되는 금융 계열사와 제조업 계열사에 같은 방식의 요율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상표권 사용료 규모가 큰 지주회사가 다수인 상황에서 일부 그룹만 조사할 경우 형평성 논란도 예상된다.

과거에는 사용료를 받지 않아 세금을 추징당한 사례도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공동상표권자로서 계열사에 사용료를 받지 않아 매출을 누락했다는 이유로 80억원의 세금을 부과받았다.

신한금융지주도 2011년 세무조사에서 자회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받지 않은 것이 부당행위로 간주돼 세금을 추징당했다.

재계 관계자는 "브랜드 사용료를 과도하게 받아도, 합리적 근거 없이 받지 않아도 문제가 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난감하다"며 "거래 단계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예측 가능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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