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간 포핸즈는 콘솔 위의 안무"…라트리·이신영 부부, 네 손 네 발의 춤

기사등록 2026/08/11 10:00:00

10월 6일 8년 만의 내한 듀오 리사이틀

주제는 '춤'…"오르간, 움직임 만으로 춤 연상"

대표 레퍼토리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오르간 편곡 선보여

[서울=뉴시스] 오르가니스트 부부 올리비에 라트리와 이신영. (사진=롯데문화재단 제공 ⓒSON) 2026.08.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함께 연습하다 보면 마치 한 사람이 연주하는 것처럼 들릴 때가 있어요. 우리도 놀랄 정도입니다."

두 사람이 한 대의 오르간 앞에 앉는다. 네 손은 여러 단의 건반을 오가고, 네 발은 페달 위에서 움직인다. 서로의 움직임을 피하면서 한 사람처럼 호흡해야 한다. 세계적인 오르가니스트 올리비에 라트리와 이신영 부부가 만드는 '포 핸즈(Four Hands)'다.
두 사람은 오는 10월 6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2026 오르간 시리즈 II 올리비에 라트리 & 이신영 포 핸즈'를 통해 8년 만에 국내에서 듀오 무대를 선보인다.

11일 뉴시스와 서면으로 만난 라트리는 오르간 포핸즈를 "오르간 콘솔 위에서 펼쳐지는 안무"라고 표현했다.

피아노 포핸즈와 달리 오르간은 손뿐 아니라 발까지 함께 움직인다. 여러 단의 건반과 페달을 두 사람이 나눠 연주하는 만큼 네 손과 네 발의 움직임까지 맞아야 한다.

이신영은 "오르간 포핸즈는 하나의 악기를 둘이 함께 지휘하고 설계하며 호흡하는 음악적 협업"이라고 설명했다.

고도의 협업이 필요한 연주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호흡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라트리는 "함께 연습할 때 대부분의 음악이 마치 한 사람이 연주하는 것처럼 들린다는 사실에 놀란다"며 "같은 음악적 감각을 가지고 있고, 같은 느낌을 공유하며 음악을 방식으로 호흡한다"고 말했다.

이신영도 연습 과정에서 두 사람이 부딪힌 적이 거의 없다고 했다. 그는 "서로가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라트리의 연주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빈틈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하다"고 평했다.

두 사람이 중요하게 여기는 '투명함'과 '정직함'도 연주를 하나로 묶는 바탕이다. 이신영은 "투명함과 정직함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음악에 겸손히 임하는 것이 하나의 호흡을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2026 오르간 시리즈 II 올리비에 라트리 & 이신영 '포 핸즈(Four Hands)' 포스터. (사진=롯데문화재단 제공) 2026.08.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들의 호흡은 이번 공연의 주제인 '춤'과도 맞닿아 있다. 성스러운 악기로 인식되는 오르간이지만 춤은 오랫동안 오르간 음악과 가까이 있었다.

라트리는 "춤은 수 세기 동안 작곡가들에게 훌륭한 영감의 원천이었다"며 "르네상스 시대부터 많은 음악이 춤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고 설명했다. 쇼팽과 브람스, 드보르자크, 버르토크, 라벨 등 여러 작곡가의 음악에도 춤의 성격이 녹아 있다는 것이다.

이신영은 바로크 시대에 주목했다.

"춤이 체계화돼 꽃을 피운 바로크 시대는 오르간 음악사에서도 가장 중요한 시대예요. 오르간 작품에는 춤곡 형식 작품이 매우 많고, 제목에 춤곡이라고 적혀있지 않아도 곡의 리듬이 춤에서 비롯된 것이 많습니다."

오르간이라는 악기 자체도 춤을 연상시킨다.

이신영은 "여러 단의 건반과 페달을 동시에 사용하는 악기라서 연주자의 움직임 자체만으로 자연스레 춤이 연상된다"며 "일부 스톱이 만들어내는 즉각적이고 민첩한 발음은 절도 있는 춤의 스텝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이번 듀오 리사이틀의 프로그램도 '춤'이라는 하나의 축을 따라간다.

라모의 오페라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 중 '야만인의 춤'으로 바로크 시대 리듬감을 들려주고, 라트리는 춤곡 형식인 샤콘을 토대로 편곡한 바흐의 '샤콘느'를 솔로로 연주한다.

두 사람은 라벨의 발레 '다프니스와 클로에' 중 '일출'을 함께 연주한다. 이신영은 브로딘의 오페라 '이고르 공' 중 '폴로베츠인의 춤'을 직접 편곡한 버전으로 선보인다.

공연의 백미는 두 사람의 대표 레퍼토리인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다.

관현악곡을 오르간 듀오 버전으로 직접 편곡한 작품으로, 두 사람이 처음 함께 호흡한 곡이기도 하다. 이후 음원으로 제작할 만큼 부부를 대표하는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라트리는 편곡에 대해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내는 음향 중 '일부'를 재현했다"면서도 "오르간만이 가진 고유한 소리를 잊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신영은  "다채로운 음색과 원초적인 리듬의 에너지가 돋보이는 작품"이라며 "곡 전반을 관통하는 긴장감과 생명력은 이러한 음색의 변화와 더불어 타악기의 역동성을 연상시키는 페달 연주를 통해 더욱 극대화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오르가니스트 부부 올리비에 라트리와 이신영. (사진=롯데문화재단 제공 ⓒSON) 2026.08.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두 사람의 음악적 인연은 사제지간에서 시작됐다.

라트리는 1985년 만 23세에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오르가니스트로 임명된 뒤 40여 년간 세계 오르간계를 대표해왔다. 2024년까지 파리국립고등음악원 교수로 재직했다.

4세 때 피아노를 시작한 이신영은 17세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간을 공부했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파리 스콜라 칸토룸을 거쳐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서 라트리를 사사했다.

두 사람은 이신영이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 입학하기 전 라트리의 오르간 클래스를 수강하면서 처음 만났다. 라트리는 당시 이신영에게 마음이 있었지만 제자로 있는 동안에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고, 사제 관계가 끝난 뒤 마음을 고백했다고 했다.

이신영은 남편이 당시 자신의 감정을 감추기 위해 오히려 '호랑이 선생님'을 자처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그는 "철저하고 엄격한 레슨이 혹독한 음악 세계를 이해하고 준비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고 했다.

두 사람은 오르간의 대중화에 대해 악기 본래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라트리는 "젊은 관객들에게 음악가의 열정을 제대로 전하면서도 오르간의 본질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했고, 이신영은 "반드시 대중화해야 하지만, 예술성의 희생 위에서 이뤄져선 안된다"고 힘줘 말했다.

[서울=뉴시스] 오르가니스트 부부 올리비에 라트리와 이신영. (사진=롯데문화재단 제공) 2026.08.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듀오 공연으로 종종 한 무대에 오르기도 하지만 두 연주자는 각각 솔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솔로공연, 악단과 협주 등 각자만의 활동을 이어가며 1년에 다섯 번 정도 무대에서 만난다.

라트리와 이신영은 "우리는 기본적으로 솔리스트"라며 세계 각지에서 각자의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8년 만에 남편과 함께 고국 무대에 오르는 이신영에게 이번 공연은 남다르다.

"고국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추억 한 스푼으로 힘을 실어주는 베이스캠프 같은 곳이에요. 이번 연주회가 그간의 번민은 나누고 기쁨은 배가시키는 따뜻한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라트리는 "아내의 고국인 한국에서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은 언제나 특별하다"고 했다.

이번 내한 공연 후 라트리는 첼리스트 안시 카르투넨과 최근 세상을 떠난 작곡가 카이야 사리아호를 기리는 공연과 '레드 제플린'의 멤버 존 폴 존스가 작곡한 오르간 협주곡 초연을 앞두고 있다.

이신영은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에서 열리는 오르간 리사이틀 시리즈 개막 공연과 내년 프랑스 국립 일 드 프랑스 오케스트라와 생상스 '오르간교향곡' 투어에 나선다.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가 이끄는 파리 오케스트라와 핀란드 작곡가 사울리 지노브예프의 작품 프랑스 초연도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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