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일반 형사사건 경찰이 맡는다
수사역량·견제장치 과제로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일반 형사사건의 수사 개시부터 종결, 보완수사까지 경찰이 전담하는 구조로 재편된다.
검찰의 직접수사 및 직접 보완수사가 전면 폐지되면서 경찰의 권한이 강화된 반면, 잇따른 부실수사 논란 속에 완결성 있는 수사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에 섰다.
◆직접 보완수사 폐지…경찰에 보완수사 요구
이번 개정안은 검사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해 수사의 주체를 사법경찰관으로 일원화하고, 검사는 공소제기와 공소유지를 담당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검사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토하다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더라도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다. 대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경찰은 보완수사 요구를 받으면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와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1개월 안에 이행해야 한다. 검사는 직권이나 경찰의 신청에 따라 필요성이 인정되면 1개월 범위에서 한 차례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보완수사 요구 횟수에는 별도의 제한이 없다. 경찰은 보완수사를 마친 뒤 이행 내용을 포함한 종합수사 결과와 사건기록을 검사에게 보내야 한다.
검사는 해당 경찰관서에서 적정한 보완수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상급 경찰관서나 다른 수사기관을 지정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검찰의 직접수사는 폐지되지만 보완수사 요구와 재수사 요구, 시정조치 요구 등을 통한 경찰 수사 통제는 유지된다. 경찰의 불송치 또는 수사중지 결정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검사는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경찰은 원칙적으로 3개월 안에 이를 이행해야 한다.
◆경찰 요구보다 짧아진 처리기한…보완수사 부담 커질 듯
현행 형사소송법은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경찰이 원칙적으로 3개월 안에 이를 이행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청은 입법 과정에서 개정안의 처리기한을 원칙적으로 2개월로 하고 필요하면 1개월을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개정안 시행 이후에는 보완수사 처리기한이 원칙적으로 1개월(1회 연장 가능)로 단축된다.
현장에서는 추가 압수수색이나 디지털포렌식, 통신·계좌 영장 집행, 참고인 조사와 대질조사 등이 필요한 사건은 한 달 안에 보완수사를 마무리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관은 "참고인을 다시 불러 조사하거나 새로운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 사건이 있고, 압수수색이 필요하면 영장 신청과 발부 절차에도 시간이 걸린다"며 "증거수집과 영장 절차를 고려하면 1개월은 상당히 촉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관 한 명이 30~60건의 사건을 동시에 맡는 경우도 있다"며 "보완수사까지 정해진 기한 안에 충실하게 처리하려면 수사 인력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기존에도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하기보다는 경찰에 요구해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업무가 완전히 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경찰이 수사의 전 과정을 책임지게 된 만큼 현장 수사관이 느끼는 책임과 부담은 이전보다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보완수사 요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은 6만5913건으로 집계됐다. 연간 보완수사 요구 건수도 2021년 8만7173건에서 지난해 11만623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행 첫해인 2021년과 비교하면 4년 새 약 27% 늘어난 수치다.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한 재검토 요구도 증가하는 추세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의 불송치 처분에 불복한 고소인 이의신청은 지난해 5만6165건으로 2021년(2만7262건)보다 2.1배 늘었다. 이의신청 이후 검찰의 보완 절차를 거쳐 기소된 사건도 지난해 1130건으로 4년 전보다 2.1배 증가했다.
개정안에는 경찰이 압수·수색·검증을 실시할 때 강제수사의 전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하고, 해당 영상을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등록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또 피의자나 변호인이 요청하면 피의자 진술 과정을 녹음하도록 했다. 수사 과정의 투명성과 피의자 인권을 강화하는 취지지만, 일선 경찰이 이행해야 할 절차적 의무도 늘어나게 됐다.
관련 규정은 형사사법정보시스템 구축과 현장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공포 후 1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한편 여당은 후속 입법으로 가정폭력·아동학대·성범죄·아동성범죄·스토킹·장애인학대·노인학대 등 사회적 약자 대상 7대 범죄에 대해서는 경찰의 불송치 여부와 관계없이 검찰에 전건 송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관련 법 개정은 8월 중 논의될 예정이다.
◆“전문인력·교육 확대”…외부 견제장치 필요성도
권한 확대에 따라 경찰 수사의 완결성과 정확성, 피해자 보호 수준에 대한 국민적 검증도 한층 엄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사건 관계인과의 유착 의혹, 증거관리와 초동수사 부실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책임성에 대한 비판이 커진 상황이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계기로 관련 사건 전수점검에 착수하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찰 수사개혁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쇄신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형사사건 수사 전반을 경찰이 책임지는 체계가 도입되면서 수사 역량과 내부 통제, 국민 신뢰 회복이 제도 안착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경찰이 수사 개시와 종결 등 전반적인 책임을 맡게 되는 만큼 수사 능력을 어떻게 높이고 내부 견제를 어떻게 강화할지가 중요하다"며 "수사심의위원회 기능을 강화해 경찰 수사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우려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수사는 신속성도 중요한 원칙이어서 일정한 기한은 필요하다"면서도 "주어진 기간 안에 사건을 충실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변호사 자격자 등 전문인력의 경력채용 확대와 현직 수사관 대상 교육 강화, 지역별 수사교육 시설 확충도 대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보완수사의 주체가 반드시 검찰일 필요는 없지만 수사 결과를 경찰 외부에서 다시 객관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장치는 필요하다"며 "독립성과 실효성을 갖춘 견제 체계를 마련해야 국민이 수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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