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처·교육부, 교부금 개편 공개토론회 개최
내국세 연동구조 개편 놓고 부처·분야별 의견 대립
"학력인구 절반됐는데 교육비 자동이체 금액은 늘어"
"AI 인재 육성, 고등·평생·영유아 교육에 투자 늘려야"
"병력 감소한다고 국방비 안줄여…재정 축소 신중해야"
"학생 감소해도 투자 수요 안줄어…20.79% 유지해야"
[세종=뉴시스] 안호균 용윤신 박광온 기자 =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의 내국세 연동 구조 개편 필요성을 두고 기획예산처와 교육부 등 정부 부처와 재정·교육 전문가, 현장 관계자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재정 전문가들은 학령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수의 일정 비율(20.79%)로 배분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초·중등 교육비는 주요국 대비 높은 수준이지만 고등·평생·영유아교육 등을 위한 재원은 부족하고, 인공지능(AI) 인재 육성 등 새로운 투자 수요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초중등 교육 현장에서는 교부금 법정 교부율은 공교육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판이라는 반론이 제기됐다. 또 학령인구가 줄더라도 초중등 교육 투자 수요는 그에 비례해 감소하지 않으며, AI 인재 육성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지출도 현행 교부금 제도의 틀 안에서 고민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교육부와 기획예산처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근식 서울특별시교육감, 유아·초중등·고등·평생 등 교육 각 분야 현장 관계자, 재정 및 교육분야 민간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교육재정의 새 물길을 열다: 미래세대를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된 건 1972년에 초중고에 다녀야 할 6~17세 인구가 1000만명이 넘던 시절이다. 그때는 학교도 교사도 다 부족했다"며 "그런데 오늘날 학령인구는 500만명도 안되고 2070년에는 200만명도 안된다. 학생수가 반토막 나는 동안 학교는 많이 늘어 교육 여건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는 AI 대전환, 저출생 대응, 고령화, 복지 등 시급한 국가적 투자 수요가 한꺼번에 몰아닥치는 그런 위중한 시기에 서있다"며 "(고등·평생·영유아 등) 생애 주기별 고른 교육 기회도 국민들에게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금이 잘 걷힌다는 이유로 학생 수가 이렇게 줄고 앞으로 더 줄어드는데도 계속 더 큰 금액을 자동이체하는 것이 국가재정 전체 관점에서 올바른 선택인지 판단해보시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이에 이선호 한국교육개발원(KEDI) 미래교육본부장은 "학생 수 감소만으로 교육 재정을 단순 축소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본부장은 "과거 학교가 단순히 '가르치는 공간'이었다면, 지금의 학교는 돌봄, 복지, 정서지원, 안전관리까지 담당하는 기관으로 변화했으며, 특히 다문화학생 증가, 특수교육 확대, 초등돌봄 확대, 학생 정신건강 지원, 디지털 기반 교육전환 등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교육재정 수요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흔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학생 1인당 교육비 데이터를 근거로 우리나라 초·중등교육 투자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학교는 OECD 국가들과 비교해 훨씬 넓은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며 "학교급식, 방과후 돌봄, 안전관리 등은 상당수 국가에서 지방정부나 지역사회가 담당하는 기능이지만, 우리나라는 학교가 그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부금 내국세 연동 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교육 현장에서도 팽팽하게 의견이 갈렸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병력이 감소한다고 국방비를 단순히 줄이지 않듯, 학령인구 감소를 교육재정 축소의 직접 근거로 삼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육감은 "우리 교육 현장 여건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하는데 교육 현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는 상위권이나 GDP대비 정부 재원 중 총 교육비는 4.6%로 주요 선진국 69개국 중 36위이며, 초등학교 교사 1인당 학생수는 42위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이한섭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정책실장은 "학령인구가 감소했을 때 실제 교육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다"며 "2016년부터 2025년까지 학생수는 14.6% 줄었지만 학급수는 0.2% 밖에 줄지 않았다. 학교 수는 오히려 늘었다"고 언급했다.
유재준 서울대학교 교수는 "우리 고등교육은 화려한 겉모습 뒤에 심각한 재정 영양 실조를 앓고 있다"며 "고등교육 이수율은 70.6%로 세계 1위. 하지만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평균의 68%, GDP대비 정보 재원은 0.6%이고 평균 0.9%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초중등 교부금은 내국세 연동돼 자동으로 늘고 있지만 고등교육은 17년째 등록금 동결속에서 고사 직전에 몰려 있다"고 호소했다.
황옥경 육아정책연구소장은 "교부금은 학교 중심 재정에서 벗어나 생애 초기 영유아 교육까지 포괄하는 교육재정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교육의 큰틀에서 교부금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교육의 질 향상이라는 본래 목적에 더욱 충실하도록 교부금 재정운용 구조를 전환하자는 제안을 드린다"고 했다.
강대중 서울대 교수는 "2024년 기준 17개 교육청의 지출총액이 95조원인데 그 중 평생교육 예산이 2000억원이 안된다"며 "교육 선진국인 스웨덴은 기초교육, 성인 공교육, 이민자 교육 등 기본 역량을 갖추는데 교육청이 쓴 돈이 교육예산의 3%다"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15살때 그렇게 뛰어난 아이들이 많은 나라가 16~65세 조사했을 때는 형편없는 역량 수준인 것은 재정투자의 균형이 심각하게 무너져있기 때문"이라며 "2009년 유네스코가 목표로 한 GNP의 6%를 성인교육에 쓸 수 있는지 논의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교부금 개편에 대한 교육부와 기획처 간의 입장차도 확연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20.79%의 내국세 연동 구조는 내국세 형편에 따라서 연도별 교부금이 급등락하면서 교부금 안정성에 문제를 야기한 사례가 많았다"며 "현 제도가 지속가능한지 또 한정된 재원을 더 효과적이고 균형있게 활용하는 방안은 없는지를 함께 짚어볼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박 장관은 "(교부금을) 결코 축소하려는게 아니다. 미래 교육 수요에 대응해 교부금 총액과 학생 1인당 교부금은 매년 늘어나도록 설계하겠다"며 "개편을 통해 확보된 재원은 교육의 또 다른 사각지대이면서 필수적인 수요처인 영유아, 고등교육, 평생교육, 국가 인재 유출 방지 등 인재에 재투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변화에 발맞춘 합리적 개편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한다"면서도 "교육을 단순 지출로만 바라보는 시각과 접근은 우리가 어렵게 쌓아온 교육안전망과 미래성장동력을 훼손하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 장관은 "예측불가능한 경기 변동과 정치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교육이 유지될 수 있도록 사회가 합의한 안전망이 내국세의 20.79%였다"며 "교육투자 안전망은 20.79%를 지키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그 이후 일부 기준을 초과하는 재정이 있다면 고등교육, 영유아, 평생교육 전반으로 넓혀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지혜를 모아봐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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