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ETF가 불러온 국장 잔혹사…"투기성·도파민 추구 성향 제어 안돼"

기사등록 2026/07/08 00:14:00
사진 유튜브 채널 '와이스트릿 - 지식과 자산의 복리효과'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국내 주식시장의 극단적인 변동성과 솔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가격 제한폭 폐지와 같은 극약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융 당국의 임시방편식 규제나 교육 중심의 대책으로는 한국 투자자 특유의 높은 투기성과 도파민 추구 성향을 제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구독자 97만명 유튜브 채널 와이스트릿의 이대호 대표는 최근 국내 증시의 변동성 지수인 브이코스피(VKOOSPI)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및 팬데믹 시기와 유사한 90선 안팎까지 치솟았다고 진단했다. 특히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상장된 이후 약 한 달 반 동안 매수·매도 사이드카가 11번, 서킷브레이커가 3번 발동되는 등 시장의 불안정성이 극대화됐다. 지난 6월 한 달간 ETF 괴리율 초과 공시는 800건을 넘어섰으며, 특정 상품의 괴리율은 종가 기준 85.9%에 달하기도 했다.

이 같은 변동성의 이면에는 국내 투자자들의 강한 투기적 성향이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압축 성장과 극심한 경쟁 문화,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 구조 등으로 인해 단기간에 고수익을 노리는 심리가 팽배하다는 것이다. 과거 1990년대 후반 코스닥 IT 버블, 2011년 ELW 광풍, 최근의 암호화폐 및 동학개미 운동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성향은 지속해서 증명되어 왔다. 최근에는 군대와 학교 등지에서 스마트폰을 통한 도박 앱 몰입 현상까지 심화하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환율 안정과 해외 시장으로의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를 허용한 금융 당국의 정책이 투자자 성향을 간과한 오판이었다고 비판한다. 코스피 200 내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레버리지 상품까지 가세하자 시장 전체가 거대한 투전판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6월 23일 코스피가 약 10% 폭락했을 당시, 14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순자산 16조원과 맞먹는 15조7000억원의 거래 대금이 하루 만에 회전되며 극단적인 손바뀜이 일어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레버리지 ETF의 즉각적인 상장 폐지는 어렵더라도 진입 장벽을 대폭 높여야 한다고 제안한다. 과거 ELW 시장을 진정시켰던 방식처럼 현행 1000만원 수준인 기본 예탁금을 3억원 이상으로 상향하거나 전문 투자자에게만 거래를 허용하는 차등적 진입 제도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레버리지 상품은 자산을 증식하는 사다리가 아니라 복리 효과로 인해 장기 투자 시 원금이 녹아내리는 위험한 지렛대인 만큼, 자산 규모나 위험 감내도가 낮은 일반 개인 투자자를 격리해야 한다는 논리다.

나아가 국내 증시가 선진 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플러스마이너스 30%로 제한된 주가 가격 제한폭을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도 나온다. 가격 제한폭이 존재하는 시장에서는 주가가 상·하한가에 정체되는 자석 효과가 발생해 합리적인 가격 발견이 저해되고 투자자의 눈을 가리기 쉽다. 반면 미국 등 선진국처럼 가격 제한폭을 없애면 부실 기업의 주가가 하루 만에 60~80% 폭락하는 현상이 발생해, 투자자들이 시장의 냉혹함을 직접 겪고 스스로 리스크를 관리하게 만드는 강력한 금융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시장을 인위적으로 보호하려는 규제나 형식적인 투자자 교육은 실효성이 낮다. 투자자들이 사실과 시장의 과잉 반응을 분간하고 냉정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시장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제도적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jmki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