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벨리온·퓨리오사AI 등 K-반도체 글로벌 잭팟…'실패 감수 국가 R&D'가 힘 됐다

기사등록 2026/06/17 12:00:00

과기정통부·IITP, AI·ICT R&D·인재양성 성과 발표

국산 NPU·AI 모델 기업 성장…피지컬AI 월드모델 개발 착수

6G·사이버 보안·국방 AX·인재양성으로 성과 확산

홍진배 원장 "AI R&D와 인재양성 발전소 될 것"

[서울=뉴시스] 홍진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이 17일 '2026 성과 미디어 데이'에서 AI·ICT 연구개발 및 인재양성 성과를 발표했다.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정부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2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선제 투자한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역대급 성과가 터져 나왔다. 미국과 대만이 장악한 글로벌 AI 시장에서 국내 스타트업들이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깃발을 꽂기 시작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17일 '2026 성과 미디어 데이'를 열고 AI 반도체, 생성형 AI 모델, 피지컬 AI(인간형 로봇 및 자율주행 등 물리적 형태를 갖춘 AI) 등 국가 연구개발(R&D)의 핵심 성과를 전격 공개했다. 

IITP는 과기정통부 연구개발관리 전문기관으로, 올해 기술개발 1조1370억원, 인재양성 5740억원, 기반조성·기술사업화 1706억원 등 총 1조8996억원을 지원받고 있다.

홍진배 IITP 원장은 "글로벌 AI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AI 혁신 속도는 기존 예측 수준을 뛰어넘고 혁신 범위도 디지털 세계를 넘어 물리 세계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며 "에이전틱 AI와 피지컬AI가 산업 현장과 서비스에 실제 적용·확산되면서 AX 2.0 시대의 생산성 혁명이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별 기술 경쟁은 성능 고도화를 넘어 AX 구현을 위한 풀스택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AI 모델, AI 반도체, 네트워크, 사이버 보안 등 핵심 기술을 연계해 통합 기술과 서비스로 만들어내는 역량이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원장은 "AX 2.0 시대 인재의 핵심 역량도 지식·기술 숙련도에서 문제정의, AI 융합·재설계, AI 통합 지휘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역량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IITP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전략적 투자로 AX 2.0 시대에 대응해 왔고, 발굴된 성과는 대한민국 AI·ICT 기술혁신의 미래를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엔비디아 독점 장벽 허물다…토종 반도체의 반란

이번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AI 반도체다.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원천 기술 개발을 도운 결과, 국내 반도체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이 주목하는 '엔비디아 대항마'로 성장했다.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 딥엑스, 모빌린트 등 국내 4대 AI 반도체 기업은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 양산에 성공했다. NPU는 AI 계산에 특화된 반도체다.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각각 6400억원과 8000억원의 실탄을 확보했다. 딥엑스는 중국 바이두를 비롯해 전 세계 8개국에 수출 활로를 뚫었다.

홍 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미국을 제외하면 서버와 생활 가전(엣지) 영역을 모두 아우르는 NPU 패키지 역량을 갖춘 국가는 많지 않다"며 "AI 시장이 계산과 추론 중심으로 전환되는 지금, 한국이 글로벌 최상위권에서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고 자신했다.

AI 추론 인프라 분야에서도 성과를 냈다. 2025년부터 2030년까지 4031억원이 투입되는 K-클라우드 기술개발 사업을 통해 추론 처리량 세계 신기록을 달성하고 차세대 메모리 확장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AI 모델 분야에서도 국내 AI 기업의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국내 최초 AI R&D 사업인 엑소브레인부터 초경량 멀티모달 비전언어모델(VLM)로 이어진 투자는 솔트룩스, 코난테크놀로지, 마음AI, NC AI 등 국내 AI 기업이 모델 경쟁력을 축적하는 토대가 됐다.

일부 기업은 온디바이스 AI와 AI PC 분야에서 해외 시장 진출 기회도 확보했다.

IITP는 '4대 국민 체감형 에이전틱 AI' 개발을 비롯해 사용자의 목표를 이해하고 과업 수행을 지원하는 '에이전틱 AI 플랫폼' 기술개발도 추진한다.

◆로봇과 공장 움직이는 '피지컬 AI'

피지컬AI 분야에서는 그동안 축적된 AI 모델과 AI 반도체 투자가 글로벌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밑바탕이 됐다. IITP는 선도기술개발을 통해 자율지능 플랫폼 개발과 휴머노이드 대량 양산 체계 구축 등 관련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피지컬AI의 심장 역할을 하는 엣지 AI 반도체 분야에서도 국내 스타트업이 로봇과 산업용 PC, 자율제조 분야로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딥엑스는 최근 대만 AAEON과 글로벌 양산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모빌린트는 연말 포스코DX의 인텔리전트 팩토리에 AI 반도체 에리스(ARIES)를 탑재할 예정이다.

IITP는 범용 파운데이션 모델부터 월드모델 고도화, 초저지연·저전력 컴퓨팅 플랫폼으로 이어지는 차세대 피지컬AI 풀스택 핵심 기술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홍 원장은 "월드모델이 없으면 남의 집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며 "피지컬AI가 현실 세계에서 작동하려면 우리 자체의 기반 모델과 데이터, 컴퓨팅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지상부터 우주까지 연결…'6G 페스트'와 AI 방어막 가동

ICT 분야에서는 차세대 네트워크와 사이버 보안 성과가 부각됐다. 차세대 네트워크 분야에서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계기로 한 선제적 R&D 투자가 국내 장비·부품 기업 성장으로 이어졌다.

위성통신 분야에서도 국내 역량 확보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 최초 정지궤도 복합위성인 천리안 1호와 2호 개발에 이어 저궤도 위성통신 독자 역량 확보도 추진 중이다. 솔탑, 쎄트렉아이, LIG D&A, KAI 등이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IITP는 6G 조기 상용화에 대비해 오는 12월 '6G 비전 페스트'를 개최한다. 네트워크 파운데이션 모델 등 자율 네트워크 기술개발도 추진하고, 6G 저궤도위성 발사를 통해 지상에서 우주까지 끊김없이 연결되는 통신 인프라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는 제로트러스트, 공급망 보안, 클라우드 심층방어 등으로 AI 시대 보안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네트워크 경계선 중심 보안을 넘어 내부망과 소프트웨어 공급망까지 연계한 보안 체계로 고도화하는 흐름이다.

IITP는 자율형 AI 공격에 대비해 보안 특화 AI 엔진을 중심으로 한 'AI 사이버쉴드돔'도 추진 중이다. AI 방어 역량을 결집해 AI 보안 풀스택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 국방·공공으로 AX 확산…AI 인재양성도 강화

AI·ICT R&D 성과를 국방, 공공, 산업 현장으로 확산하는 작업도 진행된다. 국방 분야에서는 국방실험 사업과 AX-Sprint 사업을 통해 민간 AI·ICT 성과와 군 수요를 연계한다.

IITP는 내년까지 AX-Sprint 사업에 400억원을 투입해 민간의 우수한 AI·ICT R&D 성과를 군 수요와 연결할 계획이다. 대전, 용산, 양재, 부산, 판교 등 전국 5대 거점에는 군·산·학 협력센터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팔란티어 같은 방산AI 생태계를 육성한다는 목표다.

공공 분야에서는 딥페이크 탐지, 불법촬영물 탐지, 긴급구조용 정밀측위 등 국민 안전과 직결된 분야에 AI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인재양성 분야에서는 AI중심대와 AX대학원을 각각 10개 신규 선정해 AI 핵심인재 부족에 대응한다. ITRC, AI신진연구자 프로그램 등을 통해 글로벌 AI 인재 경쟁력 개선과 인재 배출도 지원하고 있다. SW중심대학과 지역지능화혁신인재양성 사업을 통해 AI·SW 교육의 지역 확산도 추진한다.

홍 원장은 "에이전틱 AI와 피지컬AI가 우리의 일상과 산업 현장에 빠르게 스며드는 AX 2.0 시대, 과기정통부의 AI·ICT 연구개발 정책을 든든히 뒷받침하여 대한민국이 AI G3 국가로 도약하는 데 기여하는 AI R&D와 인재양성의 발전소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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